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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신진 연구자가 말한다, 얽힌 양자처럼 오늘이 만드는 내일의 기술

    ‘양자 과학기술을 확보한 국가가 향후 30년의 기술 패권을 좌우한다’며 전 세계가 양자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연구 현장을 지키고 있는 신진 연구자들은 양자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12월 6일, 3명의 신진 연구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Shutterstock

    양자 얽힘을 표현한 그림. 양자 얽힘 속에서 두 개 이상의 입자는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더라도  서로 연결돼 있다. 오늘날의 양자 연구는 미래와 어떻게 연결돼 있을까.

     

    박주현

     

    우선 대담에 참여해 주셔서 고맙다. 모인 분들 각자 어떻게 양자 연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최가현 연구원(이하 최가현)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14년,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 2년 차였던 당시에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양자 컴퓨터에 대해 알게 됐다. 정연욱 성균관대 나노공학과 교수님이 주최하신 세미나였다. 당시 반도체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세미나를 들으면서 ‘와 이런 세계도 있구나’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 반도체에서 양자 과학기술로 연구 주제를 바꿨다.

     

    프랭클린 현일 조 연구원(이하 프랭클린 현일 조) 박사학위 연구 주제가 전자스핀공명(ESR)이었다. 2015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캐나다 워털루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가게 됐는데, 거기에 정말 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자 컴퓨팅 연구소(IQC)가 있다. 거기서 ESR을 이용한 양자 컴퓨터 연구를 처음 하게 됐다.

     

    정호중 연구원(이하 정호중) 미국 예일대에서 비선형 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때가 2017년이었는데 선구안이 있는 교수들이 양자, 즉 ‘퀀텀’이란 단어를 넣어 연구실 이름을 바꾸던 때였다. 예를 들어 ‘Nonlinear Photonics(비선형 포토닉스)’ 연구실이 ‘Quantum and Nonlinear Photonics(양자와 비선형 광자학)’ 연구실로 이름을 바꿨다. 그걸 보면서 앞으로의 과학기술 연구가 양자로 흘러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양자 연구로 편입했다.

     

    Chao-Yang Lu/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of China

    중국 과학기술대(USTC)가 2021년 개발한 광자 기반의 양자 컴퓨터 ‘구장(JIUZHANG 2.0)’. 

     

    오늘날 ‘양자’ 과학기술은 가장 뜨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자들은 언제 이런 분위기를 가장 느끼나?

     

    정호중 2018년 미국이 ‘국가 퀀텀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이후 한국도 양자 과학기술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연구 예산도 많이 늘었다. 그런데 연구자 입장에서 예산이 늘어난 것에는 명과 암이 있다. 양자 과학기술 연구를 할 수 있는 돈이 마련된 것은 분명한 동력이다. 하지만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가 함께 있다. 그런데 양자 과학기술은 양자 컴퓨터 본체를 제외하고는 눈으로 보이는 것이 마땅치 않고, 무엇보다 기술 발전 속도도 일정하지 않아 매년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서울에 있다 보니 최근 2~3년 동안 특히 의전 행사가 많이 늘었다.

     

    최가현 뜨거운 분위기는 학회나 행사로 가장 많이 느끼게 된다. 양자 과학기술을 주제로 한 학회 수가 늘었고, 학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또 서울, 부산, 강원, 충북 등 지자체에서도 양자 행사를 많이 개최하고 있다. 산학연 교류를 위함이다. 한편으로 행사와 학회가 너무 많다 보니 매년 새로운 연구 성과를 홍보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고, 연구의 맥이 끊어지고 방해받는 듯한 상황이 종종 만들어지곤 한다. 

     

    프랭클린 현일 조 해외 네트워킹이 많은 연구단의 특성상 외국 양자 연구자들이나 양자 연구기관의 방문이 많이 늘었다. 또 이렇게 과학동아가 주선한 대담 자리에 모여 양자에 대해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양자의 ‘핫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생각한다.

     

    White House

    2018년 12월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국가 퀀텀 이니셔티브 법안’에 서명했다. 국가 퀀텀 이니셔티브는 양자 분야에서 전세계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양자 기술 연구 및 개발 정책이다.

     

    202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 분야의 기술 수준에 대한 점수를 발표했는데 양자 컴퓨터, 양자 통신, 양자 센서 모두 100점 만점의 2점대였다.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인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정호중 점수를 어떻게 냈는지 살펴봤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다. 특히 정량평가는 피인용 상위 10% 논문 수나 특허 출원 수 등을 평가했더라. 이렇게 평가하면 어떤 분야든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점수 차가 크게 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연구비와 연구 인력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최가현 한국은 아직 양자 연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대학에서 초전도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를 갖추고 양자 컴퓨팅을 연구하는 교수가 총 3명뿐이다. 이 말은 초전도 양자 컴퓨팅을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한국에서 갈 수 있는 연구실이 세 군데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금 양자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는 나라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학에서 연구자들을 양성하기 시작했고 현재 학위를 받은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연구하는 시기다. 앞으로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주요국 양자 기술 수준

    논문, 특허, 전문가 정성평가를 바탕으로 주요 국가의 양자 기술 수준을 평가한 결과. 미국이 전분야 1위를, 중국이 전분야 2위를 차지했다.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자 입장에서 어떤 점들이 개선돼야 지금 상황에서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호중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연구가 가능한 기관으로 유명하다. 무려 미국 국방예산의 5%(2024년 12월 기준 약 64조 원)가 이곳으로 들어간다. DARPA도 양자 과학기술을 국가 안보를 위한 기술로 보고, 양자 연구에 실패해도 괜찮은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과학기술 연구는 마치 ‘음주 운전을 막기 위해서 1분마다 음주 여부를 확인하는’ 모양새로 행정 절차가 구성돼 있다. 앞서 연구 과정에서의 연구비 횡령처럼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장비 구매 등을 할 때 문제가 되는 상황이 너무 많아서 답답하다.

     

    프랭클린 현일 조 미국은 이미 2018년에 ‘국가 퀀텀 이니셔티브’ 법안을 마련했다. 양자 정보 과학 및 기술 응용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였다. 반면 한국은 양자 분야에서 리더가 아닌 팔로워다. 그럼에도 아직 양자 과학기술은 시작점에 있다. 무엇이 가장 좋은 큐비트 도구인지 알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기초 연구를 하는 단계다. 때문에 팔로워임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양자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지금은 뒤처져 있더라도 따라가다 보면 분명 어느 순간 성과가 나올 것이다.

     

    동아일보

    2024년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포럼 ‘퀀텀코리아 2024’에서 참석자들이 IBM의 양자 컴퓨터 ‘퀀텀 시스템 원’의 내부 모습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모두가 양자 과학기술을 핵심 미래 기술로 보고 있다. 양자 연구자들이 꿈꾸는 2050년은 어떤 모습일까?

     

    최가현 모든 과학기술은 우리 삶에 녹아든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부터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인터넷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술은 거대한 전환을 만들어내지만, 그 모양새는 일상과의 결합이 보여준다. 양자 과학기술이 발전하면 분명 지금 계산하지 못했던 것들이 계산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곧바로 완전히 다른 일상과 사회를 만드는 것은 아닐 거다.

     

    정호중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질병과 수명에서는 분명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측한다. 양자 컴퓨터는 분자의 양자 상태를 정확히 시뮬레이션해 화학 결합과 반응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화합물을 설계하고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현재까지 질병을 치료하는 문법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부동산 문제도 계산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사회에서 집값은 사회적, 경제적인 변수와 인간의 자유도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다. 다체문제에 강점을 가진 양자 컴퓨터는 사람과 시장을 입자로 두고 집값 조정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랭클린 현일 조 양자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래를 상상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최초로 컴퓨터를 발명했던 1950년 전후만 하더라도 몇 톤에 달하는 그 커다란 기계가 지금처럼 손바닥 크기로 작아질 거라고 상상한 사람은 없었다. 양자 과학기술 역시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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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이 5.5m, 길이 24.5m로 무게는 30t. 1946년 최초로 개발된 컴퓨터 애니악을 사용한 이들은 80년 여가 흐른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모습과 기능을 상상했을까? 연구자들은 양자 과학기술 역시 지금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과학동아 독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프랭클린 현일 조 모든 과학기술 성과가 튼튼한 기초 연구로부터 나오는 것처럼, 연구하다 보면 연구자들의 기초 역량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특히 양자처럼 새로운 분야에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 동력은 이론에 있다. 수학과 과학 이론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최가현 양자 과학기술 연구는 정말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필요한 분야다. 물리학 외에도 양자 연구에 관여하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정호중 오늘날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을 비판하는 사고 실험이다. 이렇게 말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은 말이 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양자 연구다. 연구가 재밌을 수밖에 없다. 이 신기하고 재밌는 연구를 많은 과학동아 독자들도 함께하길 바란다. 

     

     

      대담자 소개 

     

    정호중 :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기술연구단 책임연구원. 양자 기술은 여러 플랫폼의 물리적 시스템을 이용해 큐비트를 구현하고 조작하는데, 정 책임연구원은 이중 빛(광자)을 활용한 양자 연구를 하고 있다.

    최가현 :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 연구단 선임연구원.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양자 신호의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프랭클린 현일 조 :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 박사후연구원. 전자스핀공명을 활용해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제어하고 이를 큐비트로 활용하는 양자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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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월 과학동아 정보

    •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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