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큐레이션] 5명의 과학자가 말하는 영일만 유전 개발

    핵심 요약
    ㆍ 동해 영일만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어 탐사 시추 계획이 승인됐지만, 성공 가능성은 20% 정도로 예측된다. 
    ㆍ 심해 시추는 기술적 난이도와 경제적 부담이 높으며, 상업적 성공이 불확실하다.  
    ㆍ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새로운 석유·가스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발 계획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함께 안정적인 화석연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해 심해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한다고 발표한 직후 관련 기업의 주가는 급등하고 기사가 수백 건 쏟아졌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이슈의 출발점은 분명 과학이다. 그러나 이후 불거진 여러 논란에는 과학이 쏙 빠져있다. 빈자리를 채워 넣기 위해 관련 분야를 수십 년간 연구해 온 연구자 5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석유 개발 사업을 하게 된 배경은?


    ㆍ 석유와 가스 있다는 물리 탐사 결과 나와 🔎: 윤석열 대통령은 6월 3일 국정브리핑에서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면서 “지금부터는 실제 석유와 가스가 존재하는지 실제 매장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는 탐사 시추단계로 넘어갈 차례”라고 발표했다. 영일만 앞바다의 개발 후보 지역에는 ‘대왕고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ㆍ 대왕고래 후보지는 어디? 🐬: 영일만에서 38~100km 떨어진 해역이다. 이곳은 깊이 1km 이상의 심해로 아직까지 한반도 인근 해역에선 심해 석유·가스 시추에 성공한 적이 없다. 정부는 성공 가능성을 강조했다.

     

    ㆍ 12월부터 실질탐사 예정 🔦 : 정부는 올해 12월부터 실질적인 탐사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탐사 시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왕고래 후보지에 실제로 석유나 가스가 매장돼 있다면 2035년부터는 상업적인 시추가 시작될 거라고 봤다. 
     


    👀석유 탐사 시추 처음이 아니다!


    ㆍ 본래 우리나라는 산유국이다 📂 : 우리나라는 2021년 말까지 세계 95번째 산유국이었다. 울산 남동쪽 58km 지점의 ‘동해-1 가스전’에서 2004년부터 가스가 고갈된 2021년 말까지 석유와 천연가스를 상업적으로 생산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대왕고래 후보지는 심해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유전과 다르다. 


    ㆍ 심해 석유 개발이 국제 트렌드 🌎 :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석유는 과거 얕은 바다에 살던 생물이 죽어 화석이 된 것이므로, 그동안 석유 탐사를 할 때는 주로 수심 200m 내외의 대륙붕 지역에 집중했다”면서 “그러나 지각변동 과정에서 대륙붕에 있던 석유가 심해 땅속으로 옮겨가는 등 심해에서도 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제시됐고 1970년대 유럽 대륙 북쪽의 북해 유전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심해 석유 개발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비교적 채굴이 쉽던 대륙붕의 유전이 고갈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점차 심해나 극지방처럼 과거에 탐사하지 않았던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재 전세계 트렌드다.


    ㆍ 3번 고배 전력❗ : 우리나라는 그동안 2012년 ‘주작’ 후보지를 비롯해 2015년 ‘홍게’, 2021년 ‘방어’에 이르기까지 심해 석유·가스전 후보지 총 세 곳에서 탐사 시추를 진행했다. 그러나 세 후보지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주작 후보지의 경우 석유가 매장돼 있을 만한 구조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고, 홍게 후보지에는 천연가스가 아닌 이산화탄소가 매장돼 있어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방어 후보지는 지층 내에 이상 고압대가 발견돼 시추를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탐사 시추 성공률 '20%'의 의미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왕고래 후보지의 탐사 시추 성공률은 20%다. 그렇다면 우리는 20%라는 숫자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ㆍ 산업통상자원부 20%는 양호한 확률 ✅ :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10일 공개한 카드뉴스에서 “성공률 20%는 통상적인 석유탐사 성공률에 비해 양호한 확률”이라면서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탐사 성공률은 16%였다”고 했다. 


    ㆍ 국제 통용 척도로 보면 보통 리스크 ☑ : 신규 유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시추 성공률을 해석하는 데 활용하는 ‘오티스-슈나이더만 척도’에선 시추 성공률이 0~5% 일 때는 아주 높은 리스크, 5~12.5%일 때는 높은 리스크, 12.5~25%일 때는 보통의 리스크, 25%~50%일 때는 낮은 리스크, 50%가 넘으면 매우 낮은 리스크로 구분한다. 


    ㆍ 탐사 시추 성공률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해야 📝: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석유·가스전 개발 분야는 불확실성이 큰 분야라 탐사 시추 성공률이 5%더라도 자원량이 많다고 판단되면 시추를 하기도 하고 성공률이 30%더라도 예상되는 자원량이 적으면 시추를 안 할 수도 있다”면서 “선택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탐사 시추, 성공하더라도 시작일 뿐


    ㆍ 경제성 평가 필요 📒: 심해 시추는 철저한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 시추에 필요한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최종근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일단 바다 심도가 깊어서 고사양의 시추선을 써야 한다”면서 “시추선을 빌리는 비용인 용선료가 하루에 55만 달러(약 7억 5880만 원)가 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ㆍ 시추 과정도 복잡하다 💻 :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바다 표면과 아래엔 서로 다른 해류가 흐른다”면서 “시추 파이프가 해류의 움직임에 의해 파손되지도 않고 정밀하게 위치를 조절할 수 있어야 안정적으로 사고 없이 시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해의 해양학적 조건이 대륙붕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난이도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ㆍ 시추 성공하면 평가 통해 개발 계획 수립 📆 : 임종세 해양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탐사 시추에 성공하면 그 다음은 평가 작업이 진행된다”면서 “기술적인 평가와 경제성 평가가 종합적으로 이뤄지고 이를 통해 평가된 매장량을 바탕으로 개발 계획을 수립한다”고 설명했다. 개발 계획이 승인되면 생산 시설을 설계해 설치한 다음 시험 생산을 거쳐 상업적인 생산이 진행된다. 탐사 시추를 앞둔 지금은 그야말로 시작에 불과하다. 
     


    👀탄소중립시대에 석유·가스전 새로 개발해도 될까?


    탄소중립 위해선 새로운 개발 안 돼 ❌ :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국정 브리핑 당일 성명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2021년 이후로 새로운 석유와 가스 개발이 이뤄져선 안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2022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미 개발이 시작된 화석연료도 40% 이상이 채굴을 중단해야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 실패를 가져올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


    이번 개발은 탄소 예산의 1.4배 ❎ :  환경단체 플랜1.5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주장한 140억 배럴의 규모를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할 경우 약 47억 7750만 톤(t)이 된다”면서 “현재 대한민국의 탄소 예산인 33억 t의 약 1.4배에 달하는 수치로 탄소 예산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셈”이라고 했다. 여기서 탄소 예산이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특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대기 중에 추가로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최대 허용량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 위해 개발 필요 ✅ :  이근상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자원 확보와 관련해서 에너지 안보, 지속 가능성, 에너지 평등 세 가지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에너지 안보 지수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데다가 높은 유가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 탓에 안정적인 에너지 자원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화석연료 확보 모두 중요📑 : 최경식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가 기후변화를 앞두고 에너지 전환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산업의 근간이 되는 석유나 가스 개발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면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화석연료 확보 두 가지 트랙을 함께 두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보기


    추천 탐구 활동
    1. 동해 심해 석유·가스전 탐사 조사
    심해 시추의 주요 기술적 과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탐구
    2.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정책 
    신재생에너지 전환과 화석연료 개발을 병행하는 전략의 장단점 비교

     

    관련교과
    ㆍ 2015 개정 : 융합과학, 지구과학I
    ㆍ 2022 개정 : 지구과학, 기후변호와 지속가능한 세계


    관련계열 및 학과
    ㆍ 자연 계열 : 지구환경과학과, 해양학과
    ㆍ 공학 계열 : 자연환경공학과, 해양공학과, 기계공학과
    ㆍ 교육 계열 : 과학교육과, 기술교육과
    ㆍ 의학 계열 : 환경보건학과
    ㆍ 인문 계열 : 철학과, 경제학과, 철학과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1(1원)이 필요합니다.

    과학동아로 한방에 끝내는 과학탐구 정보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