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대고원이 지구를 냉각시킨다

편서풍을 차단, 대기의 흐름을 변화시켜

그동안 지역적인 기후변화의 원인으로만 지적됐던 지질학적 요인이 전지구의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밝혀졌다.
 

북반구의 모습. 높이 솟은 고원은 북반구 전역에 걸쳐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대고원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많이 떨어졌고 지역간의 온도차가 심하게 됐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월리엄 루디만 교수와 위스콘신 대학의 기상학자 쿠츠바아 박사는 1986년 이래 세계의 기후에 고원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왔다.

이의 결론은 한마디로 '대고원이 지구를 냉각시켰다'는 것. 복잡한 기후현상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거 4천만년간의 기후변화를 놓고 볼 때 어떠한 이유보다도 대고원(티벳고원과 미국 서부고원)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4천만년 전까지 세계의 기후는 현재보다 따뜻하고 습기가 많았다. 비는 일년 내내 균일하게 내렸고 상록의 온대림은 지금보다는 더욱 넓은 지역에 분포 했다. 뚜렷한 계절이 없었으며 건기도 없었다. 북방 지역에서 침엽수림과 툰드라지대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현재 북극해를 떠도는 해빙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고, 오늘날 그린랜드를 뒤덮고 있는 빙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4천만년 동안, 특히 지금부터 1천5백만년 사이에 따뜻하고 습한 기후는 점차로 모습을 감추었다. 현재 동남아시아와 멕시코만 일대를 제외하고는 이러한 기후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대신에 냉량(冷凉)한 기후가 세력을 넓혔으며 강수량의 지역차가 현격하게 커졌다.

기후와 식생이 변화되는 이 시기에 지질학적인 융기가 일어나 남부 아시아와 서부 아메리카에 커다란 고원을 만들었다. 이들 대고원의 성장이 오늘날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연구자는 티벳고원을 모델로 고원의 융기와 북반구의 기후변화 관계를 추적했다. 이들은 대기순환모델(GCM)에 세가지 경우를 차례로 대입해 나갔다. 첫번째는 고원과 산맥이 4천만년 전과 똑같이 전혀 융기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했고 두번째는 반정도 융기가 일어난 1천만년전의 상황을 대입했다. 세번째는 현재의 상황.

수치실험 결과, 세 경우마다 대기순환에 미치는 영향이 서로 다름이 드러났다. 우선 융기한 부분은 지표부근의 바람만이 아니고 중위도 상공을 흐르는 편서풍을 차단한다. 지구 자전 때문에 동쪽으로 흐르는 커다란 대기는 티벳고원의 주위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그 바로 아래쪽에서는 남쪽으로 향하는 반류가 형성된다.

이러한 대기흐름의 변화는 시간이 흐를수록(현재에 가까와질수록) 점점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북반구 전역의 기후를 떨어뜨리고 지역간에 강수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일으켰다는 설명이다.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루디만 교수는 모델로 제시된 여러가지 경우(융기의 정도에 따른 구분)가 과연 기후의 역사와 맞아 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그 결과 콜로라도 고원을 중심으로 하는 미국 서부의 광대한 고원과 주변지역이 기후모델의 실험치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원이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렸다면 요즘의 온실효과에 의한 지구기온의 상승은 지질학적인 요인과 맞닥뜨려져 보다 복잡한 기후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지구 기후의 장래를 예측하는데 그동안 지역적인 원인으로만 제시했던 지질학적 변수는 좀더 중요성을 부여받아야 할 것이다." 루디만 교수의 말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기상학·대기과학
  • 지구과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