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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의연한 신념으로 

성급한 편견을 넘어선 과학 서사"

 

흥미를 자극하는 책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추천사가 있다. 마치 그가 읽은 책은 모조리 칭찬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훨씬 큰 원인은 양서를 고르는 빌 게이츠의 안목과 그가 추천한 책들이 한국어로 번역될 정도로 영미권의 베스트셀러란 사실에 있다. 번역서들에 줄지은 빌 게이츠의 추천사만 보면 원인과 결과를 반대로 생각하기 쉽다.

 

‘돌파의 시간’은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커털린 커리코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의 자서전이다. 이 책에 대해 빌 게이츠는 “커털린 커리코의 이야기는 영감 그 자체다. 과학과 혁신, 집념이 세상을 바꾸지 못할 거라 의심하는 이들은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격찬이다. 무엇보다 과학, 혁신, 집념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의 가치를 짚어서다. 지금 ‘돌파의 시간’의 의의는 커리코가 RNA의 생물학적, 유전공학적 가능성이란 신념을 지속한 과정에 있다. 그 결과가 노벨상 수상, 코로나19 팬데믹이란 점은 부차적이다. 

 

헝가리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한 커리코가 생물학 연구소(BRC)에서 연구하며 박사 학위를 받고 결국 미국 템플대로 옮기고서도, RNA를 약물로 활용하기 위한 그의 시도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인체 내 유전정보를 저장한 DNA가 아닌, DNA의 지시에 따라 단백질을 생산하는 RNA의 가능성은 오랫동안 전 세계 과학계에서 외면당했다.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mRNA와 RNA는 중요하지 않다는 과학계의 편견이 너무 확고했다. 

 

커리코가 그저 묵묵히 연구할 수 있었다면 책 제목도 ‘인내의 시간’ 정도로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겪은 연구비 삭감, 계약 종료, 직위 강등은 RNA는 더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성급한 적극적 평가였다. 모두가 오판한 RNA에서 커리코와 소수의 동료가 돌파구를 찾아냈다.

 

‘돌파의 시간’에서 커리코는 외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교수에서 연구원으로 강등한 펜실베이니아대, 한 번도 자신의 RNA 연구를 지원하지 않은 미국 국립보건원(NIH)과의 경험도 밝힌다. 학계와 정부 등의 좁고 짧은 시야를 현재 관점에서 통렬히 비판하기보다, 이들이 검증된 정설과 추세에 기대는 배경을 차분히 통찰해서 더 인상적이다. 신념을 지켜서 통념을 반박한 당사자의 탁월한 의연함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은 SF의 가능성

 

 

빈틈 없는 SF 단편집이다. 이산화 작가의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는 과학에 서사적 재미가 스며들 틈도, 서사에 과학적 명제를 꽂을 틈도 놓치지 않는 이 작가의 감각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단편만 모았다. 우주선 속에서 사라진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찾는 좌충우돌, 인간에게 너무 낯선 정원에 들어가버린 병사, 외계인들이 모이는 관광지, 사이버펑크 시대의 폐쇄된 놀이공원은 SF라는 장르 대신 우리가 사는 현재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이 책의 표제작인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는 자유롭게 우주로 나아가는 미래에도 인류는 여전히 지금 우리와 같은 문제와 만난다는 가설을 묘사한다. 가장 개연성 있는 상상이다. 문제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전자기 폭풍에 휘말려 낡고 지친 채로 되돌아온 우주선에 실려있다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없다. 처음부터 안 실렸을까, 회항 도중에 누군가가 먹어버렸을까, 제대로 실었는데 우주 어디선가 어떻게든 사라진 건 아닐까?

 

이산화 작가는 이 아이스크림이 어떤 경로로 향해도 쉽지 않도록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의 좌표를 촘촘히 찍는다. 달콤한 후식이 우주선의 운영 역량과 자격까지 좌우하는 상황에 종군 기자와 사이보그 솔저, 기업 직원 등 여러 입장의 사람들까지 능수능란하게 교차시킨다. 아폴로 7호 우주인의 교신기록과 인터뷰까지 섬세히 반영한 덕에, 자유롭게 타고 오가는 우주선과 우주, 그 속의 아이스크림이 한껏 또렷하다. 현재의 인류도 먹어 없어지거나 녹아 없어질 아이스크림 같은 사안에서 온갖 문제를 얼마든지 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 이미 낡고 지친 우주선에 탄 셈이다.

 

이 밖에 ‘미싱 스페이스 바닐라’에 실린 다른 작품들도 지금 인류의 시공간이 얼마나, 어디까지 SF일지 탐색한 이산화 작가만의 예리한 경로를 보여준다. 특히 ‘과학상자 사건의 진상’은 오직 청소년기에 겪는 깊은 회의, 결정적인 상실마저 학교의 과학실, 과학 동아리란 틀에 담길 때의 고유한 느낌을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우주를 향한 질문의 불꽃놀이

 

대중들에게 과학을 쉽게 설명해온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자 호르헤 챔과 물리학자 대니얼 화이트슨이 팟캐스트를 통해 우주에 관한 가장 수상한 질문 20가지에 정확하면서도 재치 있게 응답한다. “왜 외계인은 아직 우리를 방문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왜 순간이동을 할 수 없나?” “화성을 지구처럼 만들 수 있을까?”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발한 질문들이 가득하다. 

 

 

포유류의 눈으로 인간을 돌아보기

 

포유류와 다른 유형의 동물들을 구별하는 여러 특성을 탐구하는 책이다. 인류의 ‘포유류다움’에 주목하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55만 종의 다른 포유류와 인류의 관계성을 짚는다. 이 토대에서 인간이 소중히 여기는 뿌리 깊은 특성들도 포유류다움의 맥락으로 확장된다. 포유류의 행동 양식, 사회적 상호작용, 환경에 대한 적응 방식을 탐구하며, 포유류와 우리의 본질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폭염이 온다

 

기후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열국 열차’를 타고 달궈진 지구를 한 바퀴 돌며 제작한 폭염 르포르타주다. 평균기온 45℃를 웃도는 파키스탄부터 시카고, 사라져가는 남극에서 파리까지 가로지르며, 일상과 신체, 사회 시스템을 극한으로 떠미는 폭염의 참상을 적는다. 진화의 속도를 넘어 폭주하는 극한 더위가 불러올 죽음의 연쇄 반응을 그 누구도 결국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이 공유하는 사고체제

 

과학의 언어인 수를 통해 생각하고 상상하는 법부터 이론의 한계를 발상의 전환으로 돌파한 과학사 속 사례까지, 지식의 도약을 이끈 과학자들의 발상법을 차근차근 살펴본 책이다. 과학사 속 지식의 생산 과정을 두루 살펴보면서 과학자의 생각법에 초점을 맞춰서 과학사와 그 지식을 정리해볼 수 있다. 과학자의 사고 전략이 궁금한 이들과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한 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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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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