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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기사] [과동키즈] “엇갈린 길에서도 과학은 우리와 이어집니다”

 

시작은 어릴 때 항상 머리맡에 꽂혀있던 과학도서 전집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지구와 우주 분야의 책은 닳아서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었습니다. 왜 그 책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운명이었나 봅니다.

 

 
1998년 고등학교 3학년 때 한국과학 우주소년단으로 활동하며 과학 전시회를 준비한 필자(뒷줄 가운데)와 친구들의 모습. 지구와 우주는 그가 처음으로 매혹된 과학의 영역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과학동아 애독자

 

 

지구와 우주에 일찍 흥미를 가진 덕분에, 지구과학과 물리는 가장 좋아하고 또 잘하는 과목이 됐습니다. 레고나 종이접기처럼 손으로 만드는 것도 좋아해서 학교에 다니며 모형 항공기, 라디오, 과학상자 등의 조립 대회에 자주 참가했고 과학 선생님들의 특별 지도도 많이 받았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과학과 가까운 것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으로 이끌어주신 어머니와 이를 격려해주신 선생님들 덕분입니다.

 

과학동아와의 인연도 처음부터 운명적이었습니다. 집 근처에 있던 서점 주인 아저씨의 성함이 우연히 저와 같아서, 제가 서점에 갈 때마다 아저씨가 아들처럼 반겨주시고 여분의 잡지 부록도 많이 건네주셨습니다. 덕분에 서점을 자주 찾다 보니 과학동아도 자연스럽게 만났죠. 저의 첫 과학동아는 1994년 3월호입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추진됐던 대형 로켓들에 대한 특집이 실렸습니다. 그 표지와 기사가 우주를 선망하던 중학생의 눈을 한 번에 사로잡았고, 저는 이후로 계속 과학동아 열혈 독자입니다. 

 

1990년대엔 굵직한 우주 이벤트가 참 많았습니다. 1994년에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에 충돌하는 세기의 우주쇼가 있었고, 1996년 햐쿠타케 혜성, 1997년 헤일-밥 혜성이 지구에 연이어 찾아왔죠. 특히 헤일-밥 혜성은 낙동강의 부산 을숙도 관측회에서 직접 봤을 뿐만 아니라, 이후 한 달 가까이 매일 밤마다 혜성을 지켜보며 황홀해했던 기억이 각별합니다. 그때의 기억과 기록을 과학동아에서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으니, 이것도 과학동아의 오랜 애독자로서 누리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체물리학자를 꿈꾸던 의대생의 방황

 

 

고등학교에선 한국과학우주소년단으로 과학 전시회를 직접 기획하거나 모형 로켓을 제작해 발사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천체물리학자와 우주공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과학 과목들을 편애했던 탓에 다른 과목의 성적은 부족한 면도 있었죠. 

 

첫 입시에 실패하고 수능을 여러 차례 치르면서 성적은 많이 올랐지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며 어려워진 가정 형편과 어머니의 뜻을 따라 결국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원하지 않았던 의대 생활은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암기식 과목과 저보다 뛰어난 동기들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했고, 도피처로 삼았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서 휴학까지 했죠. 

 

다행히도 당시에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온라인의 지식 카페 친구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서로의 취미와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친밀한 시간을 보낸 덕에 숨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만난 다양한 연령과 폭넓은 배경의 친구들이 제 삶의 시야를 넓혀줬죠. 의대 수업도 처음엔 외워야할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후로는 과학적인 이론과 논리, 통계에 근거를 둔 지식이 많아서 공부에 흥미를 되찾고 적응해갔습니다. 

 

의대 입학 전엔 생물이나 의학은 관심이 적은 분야였습니다. 과학동아에서 이 분야 기사를 잘 읽지 않을 때도 있었죠. 하지만 의대에 입학해선 과학동아의 생물, 의학 분야 기사도 유심히 읽어서 더 넓게 활용했습니다. 요즘도 이전의 과학동아를 펼쳐보며 정말 재밌고 깊이 있는 의학 기사가 많다는 사실에 놀랍니다. 독자 여러분도 예전의 과학동아를 찾아 읽어보시길 권해봅니다. 자신만의 흥미로운 기사들을 만날 기회가 많을 것입니다.

 

 
1과학동아, 어린이 과학동아와 함께한 필자의 가족사진. 중학생 시절 시작된 과학동아와의 인연이 가족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2필자는 30년간 모은 과학동아를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과학 지식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활용한다.

 

 

우주와 사회를 함께 바라보는 의사로

 

 

의사가 된 후 공중보건의로 군 복무를 하며 심리학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이때의 고민이 다양한 환자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이어져, 인턴 수련 후에 응급의학과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현재는 심장뇌혈관 전문 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재직 중입니다. 밤낮없이 다양한 응급환자와 중환자를 보는 일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고 도움을 줄 때의 보람은 그 무엇보다 큽니다. 또한 환자와 보호자에겐 어려운 의학적인 지식을 쉽게 풀어 설명할 때의 뿌듯함도 있습니다. 과학동아에서 익힌 폭넓은 의학과 과학 지식이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에 도움이 됐습니다. 

 

학생 때의 관심이 무한하며 경이로운 우주로 향했다면, 요즘은 내가 사는 지구와 도시, 내가 일하는 병원과 가족의 공간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가족이 생기니 현실적인 부분과 가족을 중시하며 관심의 영역도 바뀐 듯합니다. 또한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심각해진 지구 온난화와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도 이런 변화의 원인입니다. 일상에서부터 환경을 보존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며 실천하게 됐죠. 

 

병원에선 매년 심화되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를 체감하며, 보다 지속 가능한 의료도 고민 중입니다. 관심의 축이 이렇게 회전했음에도, 제임스 웹 망원경이나 우주 탐사선들이 전해주는 경이로운 소식을 기다리고 반기거나 로켓 발사에 관한 뉴스들을 찾아보는 습관은 여전합니다.

 

 
2024년 1월 과학동아 랩투어로 방문한 강원도의 지하 실험실 ‘예미랩’에서 필자의 모습. 직접 경험한 지하 1000m 깊이의 예미랩은 그에게 상상 이상의 경이감을 안겨줬다.

 

결국 다시 만난 과학과 오랜 꿈

 

 

어릴 때 운명처럼 다가온 대혜성의 추억은 제게 하늘을 쫓는 마음을 남겼습니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에서 본 오로라는 인디언 부족의 아름다운 겨울밤 이야기를 들려줬고, 미국에서 만난 개기일식은 태양의 웅장함, 강렬함을 가슴 깊이 남겼습니다.

 

우주와 마주하며 한없이 겸손해지거나 상상력이 폭발했기에, 앞으로도 하늘을 쫓고 과학을 느끼며 이런 경험들을 보다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습니다. 비록 어린 시절에 꿈꾼 순수 과학자, 천체물리학자나 우주공학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저의 삶 곳곳에도 과학이 녹아있기에 할 일은 무궁무진하고 기쁨이 더 큽니다.

 

“미타쿠예 오야신”이란 인디언 부족의 말을 좋아합니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뜻입니다. 초월적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삶과 과학에도 이런 측면이 있는 듯합니다.

 

학생 때는 인생을 구체적으로 계획해 하나의 목표만 보고 열심히 달리면 이룰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하지만 실패와 원치 않던 진로를 겪으며 삶의 계획이란 언제든 틀어질 수 있음을 깨달았죠. 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들의 삶도 예측하기 어려웠고, 계획과 달리 흘러간 때가 더 많았다는 사실에 위로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원한 길과 엇갈려도 자신의 꿈을 놓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꿈이 다시 찾아온다는 사실도 배웠습니다. 여러분에게 꿈이 있고 게다가 그 꿈이 과학의 한 조각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간직하길 바랍니다. 여러분에겐 과학동아가 함께하기에 여러분의 꿈도 머지않아 빛날 것입니다. 결국 과학은 모든 삶과 연결됩니다. 과학이 여전히 저와 함께하듯이요.  

 

 

나만의 과학동아 활용법
Q.과학동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기사는 아니지만 과학동아 랩투어로 올해 1월에 방문한 강원도의 지하 실험실 ‘예미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현장의 박력은 상상 이상이었고, 학생 독자들의 충만한 호기심과 박사님의 열정적인 설명에 제 마음도 뜨거워졌습니다. 여러분도 랩투어 많이 신청하세요!

Q.과학동아를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학생 때는 흥미로운 기사를 스크랩하기도 했습니다(돌이켜보면 잘려 나간 책이 아까워요). 지금은 과월호를 월별로 정리했는데(각 30권씩!), 새 책이 오면 과거의 같은 달 과학동아도 두루 살펴봅니다. 11월은 노벨상 기사를 몰아서 보죠! 아이들과 과학동아를 읽으며 현재의 이슈를 과거 기사에서도 찾곤 하는데 이 재미가 아주 큽니다.

Q.과학동아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꿈꾼 천체물리학자, 우주공학자의 길을 걷진 못했지만, 여전히 과학은 제 삶의 원소입니다. 삶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여러분의 꿈과 마주할 것입니다. 과학동아 독자 여러분도 어떤 상황에서도 꿈을 잃지 말고 계속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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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김순용 (과학동아 30년 독자, 응급의학과 전문의)
  • 에디터

    라헌
  • 디자인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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