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컴퓨터 사용자들이 늘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잘 사용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몇주전 필자는 대학교 동창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되었다. 그 내용인즉 개인용 컴퓨터를 하나 사야 하는데, 조언을 바란다는 것이었다. 평소 이런 요청을 받으면 가급적 사양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지만, 그 친구의 간절한 SOS 신호를 뿌리칠 수 없어 전화로 1시간 정도 상담을 한 뒤에 결국은 그 다음날 만나서 PC구입 대작전에 참여하였다. 이런 수고를 감당하기 싫어서 PC 보급의 중책을 거절하는 신조를 만든 것은 아니다. 정작 괴로운 것은 컴퓨터를 구입한 다음에 일어나는 상황들이다.
만약 필자에게 가장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경우가 어떤 것이냐고 묻는다면, 새로 컴퓨터를 장만하여 희망에 찬 사람이 이제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때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할 것이다. 그가 던지는 수많은 질문들은 참으로 곤혹스런 느낌을 가지게 한다. "dBASE만 배우면 동창회 주소록쯤은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겠지?" "워드프로세서란 뭐야?" "베이직 프로그램 언어를 배우려고 하는데 어떤 책을 보면 되나?" "왜 프린트가 잘 안될까?" "갑자기 디스켓이 읽히질 않는데 어떻게 된거야?" "한글코드란게 뭐지?" "하드 디스크를 깨먹었어…" "내가 멍청한가, 이 기계가 멍청한가?" 여러분이 이런 용건의 전화를 받게 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인가?
왜 배우기 어려운가/비디오 교육이라도
컴퓨터를 배우는 초보자들은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아니 어렵지는 않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과 정열을 요구할 줄은 몰랐으리라. 컴퓨터가 다른 전자제품과 달리 이런 특성을 갖는 이유는 단 하나 융통성을 갖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디오는 한번 사용법을 익히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그리고 그 사용법이란 것도 매우 간단해서 조그만 책자에 적혀 있다.
반면에 컴퓨터 그 자체는 기계에 불과하며, 컴퓨터를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사실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종류가 수천가지나 되고, 최근의 경향은 소프트웨어 하나의 사용법을 실은 책자가 수백페이지나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개인용 컴퓨터는 하드웨어적인 융통성도 갖고 있어서 다양한 하드웨어도 부착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그 하드웨어의 매뉴얼도 보아야 한다.
이런 컴퓨터 특유의 속성 이외에도 초보자를 잘 가르치고 훈련시켜 줄 책자나 교육기관이 없다는 것도 컴퓨터를 배우기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 그 이유는 아직 그런 책자를 쓰거나 교육시킬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컴퓨터나 그 관련상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교육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에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세우는데 있어서는 우리보다는 한 발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를 만들게 되면 항상 데모 디스크 또는 교육 디스크를 같이 만든다. 이것은 상업적인 요구와도 일치하는 것이지만, 하여간에 그 프로그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 프로그램의 기능과 사용법을 설명해주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담은 비디오의 출간도 성행되고 있다. 이런 비디오를 필자도 몇개 보았는데, 이것이 잘 되면 굳이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학원에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마음의 준비/헛된 욕망을 버려라
개인용 컴퓨터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게 되었을 때 통과해야 할 첫번째 관문은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서 모든 분야에서 PC를 잘 사용하게 되리라는 허망된 욕망을 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두번째 관문은 이 조그맣고 비싼 기계의 사용법이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납득하는 것이다. 드디어 그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는 자신이 너무나 정복하기 어려운 산을 오르고 있다는 생각때문에 그 산에 오르는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인내해야 하는 세번째 관문을 만나게 된다.
무슨 '공자왈 맹자왈'같은 이야기냐고 나무랄 독자도 있겠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PC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컴퓨터로 처리하겠다는 야심만만한, 그러나 당치도 않은 꿈을 버려야 한다. 컴퓨터를 단순한 도구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컴퓨터를 배우는 목적을 잊지 않으며, 도구의 사용방법에 집착하지 않는 바람직한 컴퓨터 사용자로서 길을 출발할 수가 있다.
막상 컴퓨터를 사놓고 막막한 초보자에게 이런 이야기가 잘 이해될 리가 없다. 필자도 그걸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 때라면 이미 그는 PC의 달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한번쯤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꼭 필요하다. 초치는 기분이 들지도 모르지만 "과연 당신은 컴퓨터를 살 필요가 있었을까?"는 질문에서부터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그것을 배우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목적뿐만 아니라 컴퓨터를 배우는데 할애할 수 있는 시간과 돈도 따져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확하고 구체적인 목적을 잘 설정하지 않는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면 준비사항이나 그 달성방법도 확실하게 세울 수 없다.
실용적인 준비/타자 학원이라도 먼저
그래도 컴퓨터를 사기 전에 혹은 산 다음에 해야 할 요령내지는 비결같은 것이 있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비결을 얻기를 원한다. 그런 것이 있을리는 없지만, 컴퓨터를 잘 쓰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면 약간의 성과는 얻을 수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구입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우선 초보자를 위한 강좌를 개설한 컴퓨터 학원에 한 달 정도 다녀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컴퓨터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좀더 구체적인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용어도 몇마디 이해하게 될 것이고, 개인용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도 교류할 수 있다.
현재의 컴퓨터는 사용자가 키보드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컴퓨터가 사람의 음성을 이해하거나 손으로 쓴 글씨를 이해하여 그 명령을 수행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지만 개인용 컴퓨터에 상용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우선 키보드를 잘 조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타자학원에서 한 달 정도 타자를 배우는 것이다. 타자를 능숙하게 칠 필요는 없고, 단지 타자기의 자판을 외워서 눈으로 보지 않고도 타자를 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정식으로 타자를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엉터리로 타자를 배우면 나중에 고치려고 해도 고칠 수가 없다. 정식으로 타자를 배운 사람은 연습을 통해서 키보드를 다루는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두 손가락과 두 눈으로 키보드를 좇아가면서 느린 속도로 일을 하게 된다.
일단 자판을 외우게 되면 지루하게 타자기를 두드릴 필요는 없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타자연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타자연습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들은 사람이 싫증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게임 방식으로 타자를 연습시킨다. 처음에는 키 하나 하나를 치도록 하고, 다음에는 같은 줄의 키들은 몇개 연달아 누르도록 하며, 그 다음에는 쉽고 짧은 단어를 입력하게 한다. 마지막에는 문장을 연습한다. 이렇게 학습의 단계를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변화하게 하여, 성취도를 높이게 한다. 또한 각 단계에서 처음에는 속도를 느리게 하였다가 점점 빠르게 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매우기 위한 실용적인 준비의 마지막은 훌륭한 사부님을 두는 것이다. 그가 가까운 친척이나 친구라면 그보다 더 좋은 행운은 없다. 그를 최대한 활용하라. 그는 당신의 질문에 경험자로서 대답을 해줄뿐 아니라 노력해야 할 방향을 잡아주기도 하고, 여러가지 유용한 프로그램의 공급자가 되어줄 것이다.
만약 가까운 사람중에 한 사람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구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무인도에 있는 사람은 체면을 차릴 여유가 없다. 컴퓨터 학원의 강사, 학원에서 만난 사람, 컴퓨터 전문잡지의 필자나 기자, 컴퓨터 서적의 저자 등 나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을 만나면 나이, 지위 등은 모두 잊어버리고 선생님으로 모시는 것이다.
지방에 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교류도 어려운 사람은 요즈음 국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컴퓨터 통신을 이용하면 된다.(이것은 나름대로 돈도 들지만 수업료를 전혀 내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데이콤이란 회사에서 제공하는 한글 전자사서함이란 서비스를 신청하면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쉽게 주고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아마추어 무선 햄과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현재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중에 PC전문가들이 많이 있으므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해보기 바란다.
그러나 이 방법은 모뎀을 구입해야 하고, 통신 요금을 내야 하므로 경비가 꽤 든다. 좀 싼 방법은 컴퓨터 전문잡지를 구독하여 보는 것이다. 여기에서 소개되는 내용도 당신이 잡지를 보지 않으면 어려운 것이다. 요즘에는 새로 나온 잡지들도 있으므로 자주 책방에 가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으면 된다. 잡지를 그냥 보기만 한다면 너무 소극적이다. 잡지사에 자주 전화나 편지를 해서 기자를 귀찮게 하라. 당신이 필요한 정보가 그 잡지에 실리게 해야 본전을 뽑을 것이 아닌가?
주의할 사항/「해커」되는 것은 경계
어린 학생들이 컴퓨터를 만진다고 하면 공부는 안하고 게임만 할 것을 걱정하게 된다. 어른의 경우에도 자신이 해야 할일은 미루고, 컴퓨터 자체에 대한 연구만을 하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컴퓨터에 미친 사람을 해커(hacker)라고 하는데, 해커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컴퓨터는 어느 분야에서나 사용될 것이므로 컴퓨터를 잘 사용하는 것으로 직업을 삼으려는 생각은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만 명심하면, 컴퓨터를 구입하여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마음껏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컴퓨터의 사용법을 배우는 데는 실제로 사용해보는 것만큼 더 좋은 방법이 없다.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