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I(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의 연구원들이 혹등고래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외계 생명체와의 대화를 위해섭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지성체와의 대화를 꿈꾸며 우주의 전파를 훑고, 직접 메시지를 쏘아 올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우주로 보내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탐색하는 SETI,
말을 거는 METI
인간 대표로 ‘우주’라는 파티장에 간 당신.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듯 고요합니다. 당신은 누군가 먼저 당신을 찾아 말을 걸어줄 때까지 기다릴 건가요, 혹은 먼저 말을 걸 상대를 찾아다닐 건가요?
그동안 외계 지성체를 찾기 위한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가 시도됐습니다. 첫 번째는 누군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전파에 귀 기울이는 방법,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입니다. 최초의 SETI 프로젝트는 프랭크 드레이크 당시 미국 코넬대 천문학과 교수의 ‘오즈마 프로젝트’로 1960년에 시행됐죠. 드레이크 교수는 약 4개월 동안 외계 지성체가 생성한 전파를 탐지하고자 했습니다. 의미있는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연구는 이어졌습니다. 1961년에는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그린뱅크 전파 천문대에서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만나 SETI의 첫 학술모임을 가졌습니다. 이때 외계 생명체의 존재 확률을 계산하는 드레이크 교수의 ‘드레이크 방정식’이 발표되면서 SETI의 초석을 다졌죠. 이 연구가 현재의 혹등고래 대화 연구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SETI 연구소는 자연적으로 발생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는 전파를 외계 지적 생명체가 만든 것이라고 보고, 이를 탐색해 오고 있습니다. 최근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150TB(테라바이트) 크기의 전파 데이터를 분석하고 8개의 이상 신호를 발견했다고 밝혔죠.
외계 지성체를 찾기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우주’라는 파티장을 살피며 직접 말을 거는 겁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우주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METI(Messaging to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라고 합니다.
METI의 대표적 사례는 1974년 11월 16일, 지구로부터 약 2만 5000광년 떨어진 구상성단 M13에 보낸 ‘아레시보 메시지’입니다. 카리브해 미국령 섬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천문대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쏘아 올렸죠. 아레시보 메시지에는 수 체계, DNA, 인간, 태양계 등에 대한 정보가 간략한 이미지와 2진수 기호로 담겼습니다. 1999년과 2003년에는 우크라이나 예바토리아에 있는 전파망원경 RT-70에서 ‘코스믹 콜’이라는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습니다. 코스믹 콜은 외계로 보내는 메시지의 구성을 확립했다고 평가됩니다.
우주로 향하는 메시지
전파로 만든 이유
SETI와 METI는 둘 다 전파를 활용합니다. 서로 거리가 멀어 직접 만나기 힘들다는 전제하에서, 전파는 외계 지성체가 대화를 나누기 이상적인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진공인 우주 공간에서 전파는 정보를 전달하기 적합한 수단입니다.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도로 나아가고 파장이 길기 때문에 매질 없이도 먼 거리까지 갈 수 있습니다. SETI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기술 문명을 가진 외계 지성체를 찾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외계인들도 장거리 소통을 한다면 전파를 활용할 것으로 보는 거죠.
우주 너머로 외계 지성체에게 보내는 인터스텔라 메시지는 주로 1.42~1.72GHz(기가헤르츠) 대역의 전파를 사용합니다. 수소 원자의 방출 스펙트럼이 1.42GHz이기 때문인데요. 수소 원자는 우주에서 가장 단순한 구조이면서 가장 흔한 물질입니다. 따라서 수소 원자가 방출하는 주파수 대역에서 인류가 보낸 소수 배열과 같은 비자연적 패턴을 누군가 발견한다면, 그것이 인공적인 전파라는 것을 눈치챌 것이란 가정입니다.
한국의 METI 활동가
언해피서킷 작가를 만나다
한국에도 외계 생명을 찾으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이자 천문학자인 이명현 박사가 주축이 돼 창설한 ‘세티코리아’입니다. 세티코리아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에 대한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하면서 인간으로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4년 1월 1일 세티코리아 멤버인 원종국 작가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봤습니다. 원 작가는 ‘언해피서킷’이라는 이름으로 뉴미디어 아트나 다학제 예술 분야에서 작품을 만드는 한국 유일의 METI 활동가입니다. 원 작가는 “SETI의 전파 연구 방식이 과학의 영역이라면, METI는 전혀 다른 생명체에 ‘대화’를 건다는 점에서 고고학자, 언어학자, 심리학자, 예술가 등이 모두 모인 다학제적 분야”라고 말했습니다.
원 작가는 자연어(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언어)를 중심 언어로 하는 인터스텔라 메시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원 작가는 2019년 작품인 ‘바다를 위한 합성 노래’와 2023년 작품인 ‘사람의 언어와 삶에 대한 우주언어인류학적 데이터’를 꼽았습니다. ‘바다를 위한 합성 노래’는 흰수염고래의 발성음과 인간의 음악을 AI로 합성해 만든 노래입니다. 원 작가는 “해당 작품을 통해 고래를 넘어 다른 생명과의 소통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죠.
원 작가는 “외계인에게 ‘우리도 이 우주를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이 작품의 최종 목표는 실제로 우주로 전송하는 것”이라고 애정을 내보였습니다.
지구 밖 누군가에게
당신이 보내고픈 메시지는?
외계 지성체는 분명 인간과는 다를 것입니다. 소통의 주요 매질이 지구의 인간처럼 공기가 아닐 수 있고, 고래처럼 물도 아닐 수 있죠. ‘미지의 존재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인간은 ‘우주 시민으로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자기성찰적 사유를 해야 하는 것이죠.
원 작가는 말합니다. “역사를 지나오며 인간의 개념은 일부 남성에서 여성과 유색인종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돼 왔습니다. METI를 논하는 지금은 인간성, 휴머니티라는 것이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 그리고 우주까지 확장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대화란 결국 상대와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요.”
원 작가는 지금까지 만든, 그리고 앞으로 만들 인터스텔라 메시지를 언젠가 우주로 쏘아 올리고자 합니다. “저처럼 지구 바깥에 있을 또 다른 문명과 생명에 호기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그들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