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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8리뷰] 한국은 왜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2023년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약 2주간 두바이에서 열렸습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여 화석연료의 점진적 폐지를 논하는 회의가 대표적인 산유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는 시작부터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회의에서 나온 의미 있는 결과와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를 살펴봅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8)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8년 만에 나온 ‘전 지구적인 이행 점검(GST・Global Stocktake)’ 성적표입니다. GST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목표(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를 잘 시행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라별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량, 감축 노력,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 이행의 종합적 영향을 고려했습니다.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에 깊은 동감

 

“각국이 제출한 감축 계획으로는 2030년까지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COP28에서 발표한 GST 보고서의 중심 내용입니다. 2022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파리협정의 1.5℃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43% 줄여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UNFCCC는 만약 지금 상태의 감축 계획이 계속된다면 2030년 배출량 감소율은 2019년 대비 2%에 불과해 43%에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국은 2025년까지 더욱 강력한 탄소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합니다.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이번 COP28의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UNFCCC는 GST 보고서를 바탕으로 모든 화석연료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도 제안했습니다. 유럽연합(EU)의 기후 장관들도 COP28 참여 전부터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주장하는 데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COP28에서도 합의서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넣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산유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ing away from fossil fuels in energy systems)’이라는 문구가 최종 채택됐습니다.

한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COP28 최종 선언문에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라는 문구가 빠진 점은 아쉽지만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라는 문장이 채택된 것은 유의미한 성과”라고 설명했습니다. 화석연료 감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화석연료로부터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솔루션은 “앞으로 UNFCCC에서 진행할 국가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갱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선진국의 0.2% 책임,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최초 합의

 

환경 및 기후 변화에서 지구는 특히나 ‘공동체’입니다. 비교적 빠르게 산업혁명을 이룬 영국, 독일, 미국 등의 나라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문명을 발전시켰고 이 영향은 지구 전체에 돌아왔습니다. 개발이 늦은 개발도상국은 기후에 미친 영향이 미미할뿐더러, 기후 위기에 대응할 능력도 부족합니다. 이렇게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친 선진국들이 ‘억울한’ 개도국에게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입니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2013년 열린 COP19에서 처음 제안됐지만 선진국들의 반발에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2022년 COP27에서 열띤 토론 끝에 원론적 합의에 도달했고, COP28에서는 개막 첫날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공식 출범에 성공했습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COP27의 원론적 합의 속에서도 진통이 있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게 합의된 것에 놀랐다”며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피해에 공감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구 온난화가 인간 때문임을 인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지려는 의미 있는 합의”라고 덧붙였습니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엔 현재까지 약 8억 달러(약 1조 500억 원)이 약정됐습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1억 8천만 달러, 아랍에미리트와 독일은 1억 달러씩을 기금에 내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도 영국, 덴마크, 일본 등이 기금에 약정했습니다. 8억 달러는 분명 큰돈이지만 그동안 쌓인 기후변화 피해액인 약 4000억 달러에 비하면 0.2%로 크게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특히 2020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로 꼽힌 중국(전 세계 배출량의 30.6%)은 기금에 대해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두 번째로 많이 배출한 미국(전세계 배출량의 13.5%)은 1750만 달러를 내기로 했습니다. 이 교수는 “기금에 대한 강제성이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각 나라마다 과거 배출에 대한 책임을 할당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세계 10위권 경제국 중 탄소배출량 9위인 한국은 아직 얼마를 낼지 밝히지 않았습니다.

재생에너지 3배 확대, 한국은 지킬 수 있을까?

 

전 세계 198개 국가는 이번 COP28에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에 합의했습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증대하고, 연평균 에너지 효율을 2배 개선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은 유의미하지만, 합의안에 강제성이 없다는 것은 매번 지적되는 COP의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직접적 규제는 없지만,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물건을 더 수입하는 등 간접적으로 제재할 수 있다”며 “만약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한국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무역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키고 싶어도 비용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도 있습니다. 2023년 11월 2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회사 불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가 발표한 ‘2030년까지 전 세계 재생에너지 3배 증가’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확대하기 위한 비용은 총 11조 5000억 달러(1경 5116조 7500억 원)로 예상됩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재생에너지를 줄이려는 기조인데도 재생에너지 3배 협약에 사인을 했다”며 “앞으로 재생에너지를 늘리려는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력한다면 목표 실현이 가능할까하는 기자의 질문엔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규모가 워낙 작아 3배를 확대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기후 악당 한국? ‘오늘의 화석상’ 수상

한국은 COP28 6일 차인 2023년 12월 6일 노르웨이, 캐나다 앨버타주와 함께 ‘오늘의 화석상(Fossil of the Day)’을 28년 만에 처음으로 수상했습니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총회 기간 중 협상의 진전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나라들을 하루에 3개의 국가씩 뽑아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 상을 받은 나라들은 국제적인 기후 악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떠안게 되죠.

 

한국은 호주의 가스전 개발에 자금을 지원하며 가스 추출을 촉진하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데 기여한 노력(?) 등을 인정받아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화석상을 대리 수상한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수상 당시 “화석 가스, 수소,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같은 해결책을 선전하는 (한국의) 가스업계에 감사드린다”는 자조적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오 연구원은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COP28에 참여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을 BTS, 영화 ‘기생충’ 같은 소프트파워를 가진 나라로 알고 있어 한국의 그린워싱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며 “굉장히 부끄러웠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이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화석연료 투자를 멈추고, 청정 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장에 대한 선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한국은 행사 8일 차인 2023년 12월 8일 국제 기후변화 정책 분석 전문기관인 저먼워치와 뉴클라이밋 연구소,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이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평가에서 유럽연합(EU)을 포함한 67개국 중 64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로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가 자리한 것을 보면 꼴찌나 다름없는 셈이죠. 평가 기준은 온실가스 감축량, 재생에너지 비율, 에너지 사용, 기후 정책입니다.

 

한국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고작 29.98점입니다. 최고점을 받은 덴마크가 75.59점을 받은 것과 상당한 점수 차이입니다. 51위를 기록한 중국도 45.56점으로 한국보다 15점이 높습니다(충격입니다). CCPI 보고서는 한국은 2023년 초 발표한 10차 전력 계획에서 재생에너지를 30.2%에서 21.6%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폐석탄 발전은 가스발전소로 대체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은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가 너무 높은 반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OECD나 G20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며 “법 제도와 정책이 뒷받침되면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태양광 이격거리, 해상풍력 특별법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가로막는 인허가 규제들이 완화된다면 더 속도감 있게 재생에너지를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2024년 COP29는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립니다. 이곳에선 기후 손실과 피해기금에 대한 운영방안이 더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각 나라가 새롭게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평가도 이뤄질 텐데요. 올해는 한국이 기후 악당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202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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