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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이그노벨상 I 당신이 생각도 못한 질문 답은 이그노벨상에 있다

매년 10월이 되면 노벨 위원회는 과학계 최고의 영예를 갖는 노벨상을 발표한다. 노벨상의 창립자인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을 준 사람들에게 내 재산으로 기금을 마련해 상금으로 주겠다”는 유언을 남겼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가장 큰 이익’은 무엇일까. 이를 새롭게 해석한 이들이 있다. 사람들에게 웃음과 독특한 상상력을 자극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 과학을 싫어하는 사람마저, 궁금해하지도 않았던 사람마저 제목만 보고 흥미를 느끼게 하는 이그노벨상 이야기다.

 

2022년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발간하는 과학잡지 ‘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생물학상과 의학상, 공학상 등 10개 분야에서 다소 황당해 보이거나, 불필요해 보이는 연구가 선정됐다.


1991년 제정된 이그노벨상의 수상 분야는 매년 달라진다. 이는 수상자를 우선 선정한 이후에 그에 맞는 분야의 이름을 붙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다.

 

항문 없는 전갈은 짝짓기를 할 수 있을까


매년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는 이그노벨상의 표어는 “일단 웃게 하라, 그리고 생각케 하라”다. 이그노벨상을 선정할 때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 갖는 주제인지, 또 얼마나 재미있는 주제인지를 살핀다. 그렇다면 단골 수상 분야로 꼽히는 연구 주제는 무엇일까. 바로 사랑과 성이다.


2021년에는 선정적인 영화를 볼 때 사람이 내뿜는 냄새가 바뀌고, 이를 통해 관람 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는 연구와 성행위가 호흡기 기능 에 미치는 영향을 찾은 연구가 각각 화학상과 의학상을 받았다. 2020년 경제학상에는 국가의 소득 불평등과 국민들의 입맞춤 빈도 사이에서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가 선정됐다.


사랑과 성에 대한 연구가 주목받은 것은 2022년에도 마찬가지다. 응용심장학상은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에게 얼만큼의 매력을 느끼는지’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답을 찾아 준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이 2021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학’에 발표한 연구다.


연구팀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140명의 남녀가 참가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일대일의 만남을 주선한 뒤 표정과 시선, 몸짓을 촬영하고 심장 박동수와 피부의 전도도 등을 센서로 측정했다. 그리고 측정된 데이터와 상대방에 대한 매력도 설문 결과를 분석하니 제법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표정이나 시선처럼 흔히 알려진 감정의 지표에서는 상대방에게 느끼는 매력도와 유의미한 관계를 찾지 못했지만, 심장 박동과 피부 전도도는 상대방에게 매력을 느낄수록 늘어났다. 여러 문화권에서 사랑의 상징으로 쓰이는 심장과 전기가 흐르는 느낌이 실제로 감정과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밝혀진 것이다. 물론 연구팀은 “이번 실험에서 매력을 느끼는 것과 동공의 크기와의 관계는 없었지만, 이는 조명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영향을 제외한다면 심장박동 외에 다른 요소로도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 항문을 포기하고, 변비로 죽어가는 전갈의 안타까운 사연은 생물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마치 도마뱀이 자신의 꼬리를 자르는 것처럼 전갈도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꼬리 일부를 떼어내는 ‘자가 절단’을 한다. 문제는 전갈의 항문이 절단되는 꼬리에 달려 있다는 것.
항문을 잃은 전갈은 평생 대변을 눌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사망에 이른다. 하지만 브라질 상파울루대 연구팀은 전갈이 자가 절단하고 살아남은 동안 짝짓기 상대를 찾는 일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오리 가족이 줄이어 수영하는 이유


귀여운 오리 가족의 수영 장면에 질문을 던진 연구팀은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중국과 영국, 미국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오리나 기러기 가족이 한 줄로 수영하는 유체역학적 이유를 찾아냈다.


수학 모델과 시뮬레이션 연구로 밝혀진 이유는 선두에 선 어미 오리가 일으킨 물결이었다. 어미 오리가 헤엄치며 물결이 이는데, 여기에는 ‘스위트 포인트’라 이름 붙인 지점이 만들어진다. 스위트 포인트에서는 여러 물결이 겹치며 간섭 현상이 일어난다. 그 결과 물결의 저항력이 뒤에서 헤엄치는 새끼 오리를 앞으로 밀어낸다.


그렇다면 가장 힘을 들이지 않고 헤엄치려면 몇 번째 줄에 서야 할까. 연구팀에 따르면 줄의 맨 마지막에서 헤엄칠 때 가장 많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다. 수상자 중 한 명인 프랭크 피쉬 미국 웨스트체스터대 교수는 “내 연구로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그노벨상을 받길 바라왔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구가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법률 문서를 읽기 어려운 이유가 복잡한 법 체계와 전문적인 용어 때문이 아니라 어렵게 쓰여진 문장 때문이라는 것을 밝힌 연구팀은 문학상을 받았다. 프랜시스 몰리카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원은 “법률 문서가 어렵게 쓰이는 이유가 나쁜 의도로 계약서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실험은 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 연구팀은 성공에 필요한 것은 재능보다는 운이라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며 수학상을 받았다. 평화상은 소문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언제 진실 혹은 거짓을 말할지 결정하도록 돕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공로로 수여됐다. 쉽게 문고리를 열 수 있는 손가락 사용법은 공학상을, 북유럽에서 교통사고를 자주 유발하는 거대한 사슴의 모양을 본 딴 안전 충돌 시험 인형은 안전공학상을 받았다.

 

대중과 함께하는 과학상


이그노벨상은 수상한 연구 주제의 면면만큼이나 독특한 시상식으로 유명하다. 노벨상 수상자가 시상자로 나서는가 하면 엄숙한 다른 시상식과는 다르게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 꾸민 것도 이그노벨상 시상식의 볼거리 중 하나다. 수상자에게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와 10조짜리 짐바브웨 지폐를 부상으로 전달하는 모습도 이그노벨상 시상식의 빼놓을 수 없는 행사였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에서 진행하면서 이그노벨상 애호가들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2022년에는 그런 아쉬움을 달래 줄 행사도 기획됐다. 일본 아사히방송국(ABC TV)이 10월 1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 이그노벨상 세계전 2022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이그노벨상 공식 전시회인 이번 행사에서는 그간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결과물을 전시하고 현장에서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단순히 과학적인 의미만을 놓고 보면 이그노벨상의 업적은 노벨상의 업적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그노벨상은 처음 제정된 이후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과학이 가진 즐거움을 나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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