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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 Fun] 셜록홈즈 ‘세 사람의 징후’


 

이번 화는 영국 공영 방송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 ‘셜록홈즈 시즌3’ 제2화에 등장했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궁금한점은 하객들로 북적거리는 결혼식장에서 범인이 어떻게 알리바이를 확보했는지입니다. 핵심은 대령이 입은 군복, 정확하게는 허리를 압박하는 허리띠였습니다. 범인은 얇은 칼로 허리띠를 관통해 대령의 등을 찔렀고, 대령은 허리띠가 주는 압박감으로 칼에 찔린 아픔을 느끼지 못한 겁니다. 만약 홈즈가 추리에 실패해 대령이 허리띠를 풀었다면 과도한 출혈로 사망했을 테고, 대령이 언제 칼에 찔렸는지를 모르니 출혈이 시작된 시점에 알리바이가 있는 범인은 경찰의 포위망을 벗어날 수 있겠죠.

얇은 칼도 위협적일 수 있을까

이제 이 트릭의 현실 가능성을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찔리는 사람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얇은 칼이 위협적일 수 있을까요. ‘얇은 칼’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펜싱칼’입니다. 펜싱에는 플뢰레, 에페, 사브르세 종목이 있고, 각각 다른 칼을 사용하는데요. 끝이 가장 뭉뚝한 사브르 칼 끝의 두께는 최소 4mm 정도입니다. 하지만 위력은 꽤 강합니다. 2004년 우크라이나 카키브에서 벌어진 청소년펜싱대회에서는 한 선수가 상대 선수의 칼에 가슴부위를 관통 당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대한펜싱협회는 펜싱복 제작 시 최소 800뉴턴(N)의 힘에 저항할 수 있는 재료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상의는 안쪽 재킷과 바깥쪽 조끼 두 겹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1600N, 약163kg에 해당하는 무게를 견딜 수 있죠. 이를 뚫었다는 것은 얇은 펜싱 칼이 1600N 이상의 힘을 가졌다는 겁니다.

평균 110cm 정도의 긴 펜싱 칼은 거리감각이나 제어하는 데 훈련이 필요합니다. 범인이 이런 칼을 자유자재로 휘두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칼의 길이가 3분의 1정도로 짧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김태완 한국 스포츠개발원 스포츠과학실 선임연구원은 “칼이 짧아지면 관성모멘트가 줄어들어 제어하기가 쉬워져 몇 번의 연습만으로도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성모멘트는 물체가 자신의 회전운동을 유지하려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물체와 회전 축과의 거리가 짧을수록 작아집니다.

피해자가 공격 상황 모를 수 없어

아직까지는 꽤 현 실 가 능성이 높 아 보입니다. 그럼 대령이 범인의 의도대로 허리띠를 풀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성인을 기준으로 체액을 제외한 순환 혈액량은 대략5~6L 정도입니다. 이 중 20%에 해당하는 1~1.5L정도의 혈액량만 빠져도 저혈량성쇼크(Hypovolemic shock)에 빠질 수 있죠. 하지만 모든 이들이 사망하는 건 아닙니다. 바로 병원의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50% 이상, 2.5L 이상의 혈액이 빠지면 어떤 사람이든 사망하게 됩니다. 즉, 범인의 뜻대로 진행되려면 숄토 대령의 출혈량이 2.5L 이상 돼야 하는 거죠. 속도도 변수입니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과다출혈에 의한 사망에는 출혈 ‘속도’도 매우 중요하다”며 “혈액이 빠르게 빠지면 0.6~0.7L의 출혈만 있어도 쇼크가 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출혈 속도는 칼로 찌른 부위가 동맥이냐 정맥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목처럼 동맥이 바깥쪽에 위치한 부위를 공격하면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범인이 찌른 등은 바깥쪽에 주로 근육이 있기는 하지만 매우 얇은 편입니다. 얇은 등 근육 바로 안에는 흉강이 있죠. 칼로 관통 당하면 폐에 손상을 입어 호흡에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격을 당한 사람이 모를 수 없죠. 아슬아슬하게 폐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허리띠를 풀기 전까지 당사자가 모를 수는 없습니다. 유 교수는 “지혈은 상처에 집중적으로 큰 압박을 가해야 한다”며 “허리띠의 압박만으로 지혈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해 보면 얇은 칼도 충분히 생명에 위협적일 순 있지만, 이번 에피소드처럼 피해자가 모르게 공격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찌르는 즉시 피해자가 알거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죠. 즉, 범인이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알리바이는 물 건너 간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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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일러스트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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