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재배채소를 너무 좋아하지 말자. 영양가는 적은 대신 '약치기'농사로 공해는 심하다.
편리하고 좋은세상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반찬 가운데 채소에 관해서 보면 참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년 열두달을 두고 계절의 영향을 별로 받지않는다. 무우 배추는 두말할 것는 없이 상치, 쑥갓, 양배추 등을 비롯하여 일년생 과일인 토마토, 딸기, 수박등이 겨울에도 팔리고 있으며 호박, 오이도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시장의 채소가게를 둘러 보는한 계절감각을 거의 느낄수 없다. 이런 채소들은 서울의 도심을 벗어나 교외에 나가 온 들판에 널려 있는 비닐하우스에 얼마든지 있다. 거기에는 전혀 난방장치를 하지 않고 순전히 그대로 비닐로 된 덮개에만 의존하고 있는것이 있고 난방으로 연탄난로나 석유 보일러를 때고 있는 곳도 있다. 별도의 난방을 하지 않는 곳은 주로 상치, 쑥갓, 딸기등 저온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는 것을 가꾸고 토마토, 오이, 호박, 수박등 열매채소 같은 것은 비닐을 2중으로 씌우거나 간단한 난방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온실재배는 첫째 덮개로 쓰이는 폴리에틸렌 필름(속칭 비닐이라고 부르는 것)이 값 싸게 대량으로 나돌고 있는 것과 한편에서는 낮은 온도에서도 자라고 열매 맺는 신품종 씨앗이 개발된데서 가능해진 것이다. 겨울에 싱싱한 여름 채소를 먹을 수 있고 시장에 나가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 것은 확실히 농사에 있어 하나의 혁명이고 또 현대인만이 누리는 하나의 혜택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연유로 해서 지금의 어린이들 특히 도시의 어린이들은 토마토나 딸기의 제철이 언제인지 모르고 그것은 일년내내 언제나 있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고 어느 어머니는 술회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세상을 가져다준 그 온실재배의 채소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좋은 것인가 하는 점을 잠시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제철이 아닌 때에 자유로이 먹을 수 있는 것은 좋지만 만일 그것이 제철에 나오는 것보다 크게 질이 떨어진다거나 그 밖에 어떤 결점 같은 것이 없는지에 대하여 몇가지 알고 있어야 할 점에 관해서 이야기 해 보기로 한다.
우문 우답─서양엔 비닐하우스가 없다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각국을 소위 선진국이라고 부른다. 이들 선진국은 문명과 기술에 있어 우리 보다는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부문에 있어 우리를 앞서고 우리보다 우수하다.
그런데 일본의 어떤 농협시찰단이 유럽에 갔을 때 일본인들 생각으로는 프랑스나 서독은 선진국이니까 겨울철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채소 재배에서도 상당히 앞서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유심히 살펴 보아도 도무지 비닐하우스 단지 같은것을 발견할수 없었다고 한다.
의아해 한 일본인이 프랑스 농업협동조합 간부에게 물어보았다.
"프랑스 아니 유럽에는 왜 비닐하우스가 없읍니까?"
"비닐하우스가 무엇입니까?"
"겨울에 오이나 토마토를 가꾸지 않습니까. 그런 재배를 위하여 비닐하우스를 설치 하는데 유럽에서는 겨울에 오이나 토마토를 가꾸지 않습니까?"
"겨울에 가꾸면 더 좋은 일이 있읍니까. 왜 오이나 토마토를 겨울에 가꾸어야 합니까"
이런 문답 끝에 그 일본인은 "적어도 농사에 관해서는 일본이 훨씬 선진국이라"고 자랑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 보자.
겨울에 '파리'를 찾아 간 한 우리나라 사람이 수퍼의 채소 진열대에 가서
"오이나 토마토는 없읍니까?"
"그건 여름에 나오는것 아닙니까?"
"프랑스에서는 겨울에 그런 것을 가꾸지 않습니까?"
"겨울에 먹으면 더 좋은 일이 있읍니까?"
그런데 그 수퍼에는 지중해 남쪽인 시실리 등지에서 가꾼 멜론이 진열되어 있었고 잘 보존된 양상치, 셀러리등이 쌓여 있었다고 한다.
다시 같은 프랑스 파리에서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변두리의 시장에 가면 여러가지 물건을 노점에서 팔고 있었다.
딸기 장사는 굵은것, 잔것을 마구 섞어 흙이나 모래가 묻은 그대로 1㎏씩 담아서 팔고 있다.
"왜 골라서 팔지 않습니까"
"골라서 팔면 더 좋은 일이 있읍니까"
다시 토마토상에 들렸다. 팔고 있는 토마토가 도시 너무 작다. 모두가 계란 만큼씩한 것뿐이며 색깔은 빨갛게 익은 것을 팔고 있다.
"왜 큰 토마토가 없읍니까?"
"크면 뭐 더 좋은 일이 있읍니까?"
"이건 밭에서 익은 것을 따온것입니까?"
"당연하지요. 밭에서 익지 그럼 어디에서 익습니까? 오늘 새벽에 들어온 것입니다"
무대는 바뀌어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본일이다.
시장은 거기도 역시 사람이 많고 북적거리며 노점에서 여러가지를 판다.
당근장사는 굵은것 잔것을 섞어놓고 흙이 묻은 채로 1㎏씩 달아서 팔고 있다.
"왜 흙을 씻지 않습니까?"
"신선한 것을 왜 씻어서 팝니까. 손님이 요리할 때 씻어야지요"
"굵은 것만 따로 골라 팔면 더 받을 수 있을텐데…."
"요리 하는데는 쓸모가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섞여 있는 것이 편리해요"
이상의 몇가지 문답에서 느낀 바가 있을 것이지만 선진국이라고 하는 서양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 면에서 합리적이다.
채소란 각기 제철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철에 따라 먹으면 되는 것이고 굵거나 크다고 더 맛이 있거나 영양이 풍부한 것은 아니다. 그 보다는 밭에서 잘 익을 때까지 두었다가 자연의 맛 그대로를 소비자에게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흙이 묻은 것은 신선한 증거이며 요리 할때 씻을 것을 굳이 씻어 가지고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가정요리에서는 굵은 것과 잔것이 따로 쓸모가 있으므로 굳이 대소를 골라서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고 소비자인 주부들도 그 편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사과 같은 것도 굵고 좋은 것은 날것으로 깎아 먹고 잔것이나 흠집이 있는 것은 잼을 만드는데 쓴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는 매우 묘한 풍습과 습관에 길들여저 귀한때, 남이 안먹을 때 먹는것을 좋아하고 덮어놓고 큰것을 선택하며 깨끗이 씻어져 있어야 좋은 것으로 친다.
이런 습성은 일본도 마찬가지여서 파두뿌리를 반으로 잘라 네줄기를 종이 상자에 넣어 세로판지로 덮어서 판다고, 과잉포장이 값만 비싸게 올린다고, 일본언론들이 비꼰 기사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식품의 선택이나 요리 또는 기호에 좀더 생각해야할 점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의 분석─영양가나 눈요기냐
일본의 농수산부 산하 기관인 식품종합연구소는 1976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여러가지 식품의 영양가를 다시 분석하여 80년부터이 새 영양가표를 널리 보급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채소의 경우는 노지(보통의 밭을 농업에서는 이렇게 부른다)에서 제철에 재배 수확한 것과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제철이 아닌때에 가꾼것하고를 따로 게기하여 영양가를 분석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이에 따르면 종래의 토마토는 물이 90.5%로 되어 있었으나 개정후는 93.5%로 되어있고 밭에서 가꾼 제철의 토마토는 비타민 C가 100g중 22㎎인데 비하여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에 가꾼 것은 15㎎으로 떨어지며 오이의 경우는 기타 성분은 별 차이가 없나 비타민 C만은 제철의 노지재배가 21㎎인데 반하여 비닐 재배의 겨울오이는 불과 9㎎으로 떨어지는 것을 알수 있으며 양배추는 비타민 C의 함량은 별차이가 없으나 그 밖의 무기질에서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뭏든 비닐 하우스에 의한 온실재배의 각종 채소가 풍성하게 나돌게 되는데 따라 그것을 제철의 것과 분리하여 따로 영양가를 분석 비교하여 발표했다는 점에서는 매우 흥미가 있으며 이렇게 되면 영양을 취하기 위해서 먹느냐 아니면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눈요기를 위해서 먹느냐하는 문제가 생긴다.
하기야, 영양이 남아 돌아 비대해진 군살을 빼기 위하여 돈을 주고 땀을 흘리거나 다이어트 식품이 인기를 얻는 현실에서 눈요기로 식탁을 치자한다고 해도 시비할 사람은 없겠지만 역시 몸을 위하여 채소를 먹는다는 면에서는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여러사람들이 요즘의 채소는 싱겁고 특유한 맛이 없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로 덩치만 커지고 보기만 탐스럽지 맛에 있어서는 옛날의 재래종이나 밭에서 제물에 익은 것만 못한것이 당연하다. 이런 현상은 단위 면적당 소출 다시 말하면 일정한 면적의 밭에서 되도록 많은 수확을 얻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연 한개의 크기가 커져야 하고 또 많이 달리고 빨리 익어야한다는 문제 때문에 그런 목적으로 씨앗이 개량되고 재배법이 바꾸어진 결과이다. 그런 나머지 토마토 같은 것은 끝부분이 간신이 분홍색을 띠게되면 따가지고 상자에 담아 도시로 가며 도시에서는 이것을 받아다 가게에 진열해놓고 팔리는 동안에 익도록 기다리니까 더욱 맛이 싱거워질 수 밖에 없다. 상치 같은 것도 제철에 밭에서 가꾼 것보다 비닐 하우스 것은 고소한 맛이 전혀없으며 오이도 싱겁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비닐하우스농사는 약치기 농사
다음은 농약의 문제가 있다. 제철에 밭에서 자연의 바람과 햇볕을 충분히 쪼여도 병이 생기는데 하물며 비닐 하우스라는 무더운 온실 안에서 가꾸다 보니 툭하면 병이 생긴다. 벌레의 경우는 마침 겨울철이고 문이 닫혀 있어 별 걱정이 없지만 병해는 매우 극성스럽게 발생한다.
그래서 비닐 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가에서는 잦으면 사흘에 한번, 적게도 일주일에 한번은 꼭 약을 뿌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농가에서는 비닐 하우스 농사를 약치기 농사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일은 그렇게 자주 약을 치다 보니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농약의 만성중독으로 허리가 아프다, 눈이 아프다, 소화가 안된다, 가슴이 가끔 답답하다, 어지러운 증세가 있다, 손바닥의 피부가 갈라진다, 머리털이 빠진다는 등 이상한 증세가 생기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농약을 자주 덮어 쓰고 사는 토마토나 오이는 무사할까.
이 경우는 아직 이렇다할 공식 분석결과가 발표된 것이 없어 겨울철에 나도는 온실재배의 채소에 얼마나 잔류농약이 섞여 있는가는 분명치 않지만 적어도 아무성분도 함유되지 않았을 턱은 없는 것이다. 되도록 깨끗하고 크고 굵고 흠집 없는 것을 많이 거두기 위해서는 약을 자주 칠 수 밖에 없고 그 때문에 농양 성분의 일부가 채소에 그대로 쌓여서 그것을 사람이 먹게 되는 것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다행히 사람의 몸은 그런 아주 적은 양의 농약성분을 먹어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만큼 튼튼하게 생겨 있으니까 다행이지 곤충처럼 한가지만 먹거나 계속해서 먹는다면 그 피해는 이미 상당히 넓게 나타났을 것이 틀림없다.
건강한 내일을 위하여
우리는 건강을 유지하고 각자의 맡은일을 하기 위하여 하루도 음식물을 취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다시 말해서 '먹는다'는 일은 '생명유지'의 필수 조건이며 밥 뿐 아니고 채소도 필수적으로 먹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영양가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람의 장점은 잡식성에 있다. 즉 동물성, 식물성, 광물성등 광범위한 식품을 골고루 먹는데서 건강한 육체가 지탱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철이 아닌때에 제철과 비슷한 채소를 온실재배에 의하여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고 또 그 때문에 편리하고 풍성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최근의 풍조를 보면 너무도 크고 탐스럽고 깨끗한 것만 취하는 나머지 오히려 비타민, 무기질 같은 필수 영양소를 무시하고 눈요기만을 선택하는 경향은 좋지 않은 현상이다.
게다가 무절제하게 농약을 마구 뿌려서 농약에 담근것 같은 그런 농사를 짓는 농가도 반성해야 할 일이며 동시에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것을 사다가 먹는 소비자나 주부에게도 조금은 생각을 깊이해야 할 문제인것 같다.
온실재배의 여러가지 채소류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므로 생산자나 소비자가 다시 한번 서로를 위하여 맛있고 영양가높고 그리고 농약에 침해되지 않는 그런 것을 공급하고 먹도록 힘쓸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