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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지만, 인간이 가장 출출함을 느낀다는 저녁 10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을 켭니다. 매콤달달한 떡볶이가 한 접시에 1만 원, 그런데 배달비가 5000원입니다. 아참, 실수했습니다. 배달지를 집이 아니라 안드로메다 은하로 설정했나 봅니다.
집에서 겨우 1km 떨어진 음식점에서 배달하는 것치고는 배달비가 꽤나 비쌉니다.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방문 포장을 나섭니다. 5000원을 절약했으니 튀김도 추가했습니다. 튀김은 6000원입니다. 그나저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 택배 비용도 저렴해진다는데, 음식 배달비는 왜 자꾸만 오를까요. 기술이 해결해줄 수는 없을까요.

 

음식 배달 수요 2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전문가들은 배달비가 오르는 가장 큰 이유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꼽습니다. 지난 4월 1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배달원의 숫자는 42만 8000명에 달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없던 2019년 하반기 34만 9000명과 비교해 약 20% 증가한 수치입니다. 수요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9년 12월 1조 557억 원에서 2021년 12월 2조 4505억 원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복잡한 시장 구조도 배달비 인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윤진효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전자정보시스템연구부 책임연구원(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은 한국과 영국, 중국의 배달 플랫폼 시장을 비교한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한국 배달 플랫폼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배달대행업체였습니다. 연구팀은 독점적인 배달앱 구조와 함께 다른 나라와 다른 복잡한 시장 구조가 배달비를 높이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doi: 10.1080/09654313.2022.2069463


배달앱이 등장하기 전에는 소비자가 직접 음식점에 주문하면, 음식점은 직접 고용한 배달원을 통해 음식을 전달했습니다. 배달앱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가 더해집니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배달앱에서는 다시 배달대행업체로, 배달대행업체는 지역별 지사로, 마지막으로 배달원에게 전달됩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만큼 비싼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나선다면 어떨까


기술 혁신으로 배달비를 낮추는 방법은 없을까요. 부족한 배달원의 숫자를 자율주행 배달 로봇으로 채우면 어떨까요. 연구는 여럿 있습니다. 최동일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같은 자율주행으로 묶이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자율주행 배달의 경우 소프트웨어 위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에서 중요한 점은 자동차보다 작은 크기의 로봇이 어떻게 길을 찾아가게 할 것인가 입니다. 상대적으로 큰 자동차에는 여러 장비가 들어갈 수 있지만, 작은 로봇에서 이를 구현하려면 경량화된 소프트웨어가 중요합니다.


물론 하드웨어적 연구도 필요합니다. 로봇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로봇의 움직임과 자세를 제어하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최 교수는 “도로에서 전해지는 떨림이나 도로의 턱을 넘으며 발생하는 충돌을 어떻게 완화할 것인지도 중요하다”며 “가령 국물이 있는 짬뽕이나 모양이 중요한 피자같은 음식은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파손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상용 서비스에서 시험된 사례는 있습니다.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도미노피자는 세종에서 드론을 이용한 상용 배달 서비스에 나섰습니다. 드론은 가게에서 피자를 싣고 약 6km 떨어진 세종호수공원의 지정된 장소까지 배달했습니다. 이외에도 세종, 판교 등 도시와 대학 캠퍼스에서 시험적으로 자율주행 로봇 배송이 시험 운영된 바 있습니다.

 

라스트마일부터 차근차근


여러 노력에도 아직까지 자율주행 배달이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기술적인 한계와 관련 제도의 부재 때문입니다. 최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잘 정비된 평지, 건물 내부에서 활용되는 수준”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배달이 상용화되려면 인도와 골목 등 다양한 환경에서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는 기술 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합니다. 국회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내년까지 자율주행 로봇이 인도로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원출입 허가 및 건물 출입, 엘리베이터에 탈 수 있게 하는 법령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음식 배달의 마지막 단계, 소비자에게 닿기 직전 짧은 거리와 관련 있습니다. 물류학에서는 이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말합니다. 택배나 음식배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지역에서 권역을 나눠 라스트 마일을 자율주행 배달 로봇에게 맡기고, 음식점에서 해당 권역의 한 지점까지는 배달원이 나서면 일부 지역에서는 활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라스트마일과 관련된 이동 기술은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9년 미국의 물류유통기업 아마존은 자사의 라스트마일 배송에 활용될 로봇을 공개했고, 지난 3월 구글은 라스트마일 배송에 쓰일 솔루션을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현대차와 카카오, 네이버 등이 라스트마일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배달비가 오르면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면 천천히 찾아올 것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라지며 음식 배달 수요가 줄 것이라는 예측도, 이미 배달문화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들어 앞으로도 배달비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정호상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교수는 “앞으로 배달비가 어떻게 바뀔지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소비자들이 내는 비용과 서비스의 만족도, 배달비 수익의 분배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회적인 합의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묶었다가 풀었다가 다시 묶는 배달문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문화가 처음 자리 잡던 시기. 한 명의 배달원이 여러 음식점을 들러 여러 집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은 소비자에게 불만이었습니다. 이에 배달앱에서는 한 번에 한 집, 빠르고 따뜻한 음식을 먹게 해주는 단건 배달을 준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낳았습니다. 배달원 부족으로 인한 배달비 폭등이죠.


그렇게 최근에는 인접한 지역에서 음식점 한 곳의 음식을 공동배달하는 개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끼리배달’이 있습니다. 이진우 끼리배달 대표는 “기술적인 효율화만큼이나 산업구조를 효율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일종의 공유경제 개념을 도입해 소비자와 음식점주, 배달원들에게 만족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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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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