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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과학의 정수 축구화

종류만 20여가지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지로 우리나라가 선정됨에 따라 축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축구화를 비롯한 경기 용품이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고, 한 업체는 조만간 축구화 20여 종류를 선보일 계획이다. 운동화 중에서 축구화만큼 다양한 기능을 갖춘 것은 없다. 다른 운동의 경우 신발의 주요 기능은 몸이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러나 축구화는 공을 효과적으로 차는 일까지 계산해야 한다.

많은 아마추어들은 축구화를 살 때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신의 발에 편안하게 맞는지를 생각하기보다 어느 것이 더 '멋'있는지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축구가 최소한 90분 동안 넓은 운동장을 누비며 달리는 격렬한 운동임을 생각할 때, 발에 무리가 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전문적인 선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에게 축구화는 승부와 직결된 존재로 인식된다. 그래서 월드컵 대회가 열릴 때 각국 선수들이 계약을 맺은 특정 회사의 유니폼을 입지만, 축구화만큼은 개인의 선택에 맡긴다.


전문 축구화 등장

1954년 월드컵 대회에서 결승전에 오른 독일 선수들은 바닥에 6개의 나사형 뽕이 달린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전까지 선수들은 이런 장치없이 그냥 달리기에 편안한 신발을 신고 뛰었다. 이 최초의 전문 축구화는 독일인 신발제조업자 아디다슬라가 개발했다. 축구광이었던 그는 4년 전 대회에서 독일이 스위스에 패하자 신발에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고 혼자 전문 축구화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1954년 이 신발을 신은 독일팀은 헝가리를 상대로 선전해 3대2로 승리했다.
 

전문 축구화 등장
 

부분별기능

밴드: 발목 부위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한다.

3선: 달릴 때 끈이 당겨서 주변 부위가 늘어나기 쉽다. 그래서 늘어나는 성질이 적은 인공가죽을 끈 구멍에 있는 부분부터 밑바닥까지 연결해 발에 안정감을 준다.

특수합금: 세라믹 재질. 발에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압박감을 분산시킨다.

뽕(stud): 경기 도중 땅에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특히 갑지기 자세를 바꾸거나 달리기를 시작할 때 발바닥의 움직임이 안정되도록 지지한다. 공격수와 수비수, 땅의 재질 등에 따라 뽕의 수가 달라진다.

덮개: 발등 부분에 재봉선이 박혀 있다. 이는 공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 발등에 공이 잘 '달라붙게' 만든다. 그래서 선수는 마음 먹은대로 정확하게 공을 찰 수 있다. 특히 공과 재봉선 간 마찰력을 최대로 이용해 스핀이 잘 '먹히게' 공을 찰 수 있다. 재봉선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94년 미국 월드컵 대회에서 많이 사용된 신발이다.

: 질긴 폴리에스테르 재질인데, 미끄러워 쉽게 풀린다는 지적 때문에 최근에는 폴리에스테르와 면을 50%씩 섞어 풀림을 방지하고 있다.

가죽: 가장 흔히 사용되는 재질은 소가죽이다. 최고급은 캥거루가죽. 가볍고, 구부러져도 다시 펴지는 힘이 뛰어나다. 또 땀이나 비에 젖어도 물기가 빠리 배출되고, 가죽이 뻣뻣해지거나 뒤틀리지 않는다. 요즘은 오스트레일리아 환경단체들의 반발고 캥거루가죽을 구하기 힘들다고.

중창: 발바닥 지지대. 달릴 때 발바닥이 구부러지는 지점에서 신발이 접히도록 만들었다.

안창: 충격을 줄이는 쿠션 역할을 한다.

발바닥 압력 최소화

뽕의 단점은 발바닥에서 뽕이 닿는 부위에 집중적으로 압력을 받아 아프다는 점. 그래서 발바닥에 받는 힘을 최대로 분산시키기 위한 특수 겉창이 개발됐다. 뽕에서 전달된 힘은 가볍고 탄력적인 세라믹 재질의 물결무늬판을 따라 분산된다.

바나나킥 자유자재로 구사

공이 닿는 발등 부위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 활발하게 이뤄졌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인 신발은 발등 부위가 솔껍질처럼 오돌도돌하게 제작돼 기존의 재봉선보다 뛰어난 효과를 보여줬다. 한 실험에 따르면 이 신발로 공을 찼을 때 공의 속도 10%, 정확도20%, 회전력 10%가 각각 향상된 결과를 나타냈다. 그만큼 공이 발에 잘 달라붙는다는 말이다.
특히 이 신발은 공이 전혀 골키퍼가 예상하지 못한 각도에서 날아오다가 휘어서 들어오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 이제 축구경기에서 모즌 선수들이 환상적인 바나나킥을 차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발등 부위를 오돌도돌하게 만들어 공이 잘 '잘라붙게'만든 최신품.
 

공격수용·수비수용·일반인용

전문 선수들은 공격수냐 수비수냐에 따라 다른 신발을 신는다. 그 차이는 바로 뽕에 있다. 처음 전문 축구화가 만들어졌을 때 뽕의 수는 6개. 그러나 공격수는 수비수보다 빠른 돌진력과 순발력, 회전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신발이 잘 미끄러지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공격수 신발의 뽕은 평균 16개 내외다. 재질은 폴리우레탄.

수비수의 뽕 재질은 이보다 강한 알루미늄이다. 6개만으로 체중을 잘 감당하기 위해서다. 나사형으로 만들어져 교체하기 쉽다. 공격수용에 비해 잘 미끄러지지 않고 더 높기 때문에 수중전에서나 잔디가 길게난 경기장에서는 공격수도 이 신발을 신는다.

일반인의 경우 꼭 이런 신발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땅의 질에 따라 반드시 고려할 점이 있다. 외국 운동장이나 국내의 전문적인 축구장은 대부분 자연잔디나 인공잔디로 돼 있다. 이는 발의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고 넘어졌을 때 부상당할 위험을 줄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운동장의 대부분은 굵은 모래 덩어리로 구성된 마사토여서 미끄러지거나 부상을 입기 쉽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맨땅'에서 잘 안미끄러지도록 뽕이 많이 난 것(20개 이상)을 신어야 한다. '폼잡느라' 전문용 신발을 신고 뛰다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02년 대회에는 어떤 신제품이 개발될까. 형태를 정확하게 짐작할 수 없지만, 기능은 보다 전문화되는 대신 느낌은 보통 신발처럼 편안함을 주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현재 최신품의 무게는 3백50g내외. 조만간 이 수치가 우리가 시는 구두무게(약2백50g)정도로 떨어질지 모른다.


수비용(왼쪽 위)과 공격용(왼쪽 아래),일반용(오른쪽)축구화의 밑창.뽕의 수가 다르다.
 

발 구부러짐 편안하게

축구화의 대명사로 알려진것은 1979년 개발된 코파문디알(아디다스 제품). 현재까지 차범근, 최순호, 허정무를 비롯한 국내외 축구선수의 70%가 사용하고 있다.

캥거루가죽을 최초로 사용한 점과 함께 이 신발의 최대 장점은 발바닥의 구부러짐을 자연스럽게 바꿨다는 점. 부드러운 두가지 깔창 사이에 PVC를 뒤꿈치 부위부터 발바닥 앞 3분의 1지점까지 삽입시켰다(중창). 이 지점은 달릴 때 발바닥이 구부러지는 부분과 일치해서 선수들이 발에 느끼는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이전까지 축구화는 발바닥 중간 부분에서 구부러졌다.
 

199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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