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파괴되나요! 되나요! GG~!”
클라우드템플러의 해설과 함께 리그오브레전드 경기가 끝났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4월 29일 저녁, 이 풍경이 펼쳐진 곳은 전용 e스포츠 경기장이 아닌 한 대학교 캠퍼스. 뜨거웠던 현장에 직접 가봤다.
국내 최초 e스포츠 펍, 이렇게 생겼다
기자가 찾아간 곳의 정식 명칭은 ‘e스포츠 콜로세움’. 4월 6일 포스텍에 문을 연 따끈따끈한 e스포츠 경기장이다. 우리나라 대학에 e스포츠 경기장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텍은 고대 로마 사람들이 함께 경기를 보면서 일체감을 느낀 데서 의미를 따 이곳에 콜로세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콜로세움만큼 크진 않지만 ‘e스포츠’답게 온라인으로 대규모 관중을 받을 수 있다. 메타버스 시스템으로 5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 경기를 관람하도록 설계했다.
시끌벅적한 입구로 들어서니, 콜로세움과 닮은 경기장이 보였다. 반원 모양의 경기장 중심에 대형 스크린과 선수팀이 있고, 이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관중들이 앉아 있었다. 경기장 가운데 고대 로마식 기둥이 세워진 것도 콜로세움의 모양을 본떴다. 다른 점이 있다면 경기장 한쪽에 펍이 있다는 것. 덕분에 경기가 치러지는 동안 학생들은 저마다 맥주와 함께 가벼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롤의 전설이죠? 클라우드템플러, 클템님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이날 경기해설자는 전 프로게이머이자 현재 게임 해설자로 활약하는 이현우(클라우드템플러) 씨. 사회자가 유명 해설자를 소개하자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장내가 뜨거워졌다.
결승전은 블루팀 ‘이대로포카전나감’과 레드팀 ‘원생입니다만문제라도’ 두 팀의 대결. 경기를 시작하고 33분 뒤, 이대로포카전나감 팀의 승리로 첫 번째 경기가 끝났다. 이대로포카전나감 팀이 31킬을, 원생입니다만문제라도 팀이 15킬을 기록하며 선취점을 땄다. 이어진 두 번째 경기에서도 이대로포카전나감 팀이 40킬 대 8킬로 기세를 몰아붙였다. 두 경기 모두 1만 골드 이상 차이가 났다.
포스텍은 왜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들었을까
해외 대학 몇 곳에서도 e스포츠 경기장을 열었다. 미국 애리조나대, 서던뉴햄프셔대, 리빙스턴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대학 자체의 e스포츠 팀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텍과 다르다. 학교 선수들의 훈련을 위해 경기장을 갖는 셈이다.
그럼 포스텍은 왜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들었을까. 총장 배 결승전이 끝나고, 김무환 포스텍 총장을 만나 물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는 동안 금요일 오후마다 스포츠펍에 가서 맥주를 마시며 스포츠를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어요.”
김 총장은 본인의 경험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다고 믿기에 학생들에게도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 총장이 강조하는 포스텍의 캐치 프레이즈는 ‘어뮤즈먼트 포스텍’. 일단 즐거워야 한다. e스포츠 콜로세움도 같은 맥락에서 만들어졌다. 포스텍 학생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취미를 물어본 끝에 e스포츠를 골랐고, 우리은행의 도움으로 경기장을 지었다. 경기장 디자인과 운영 방식은 교내 e스포츠 동아리 ‘포텐셜’과 학과별 자치회가 정했다.
실제로 총장 배 리그오브레전드 결승전을 보니 어뮤즈먼트 포스텍이 통한 듯했다. 선수들의 궁극기가 통할 때, 챔프들이 정글에서 습격당하는 순간마다 학생들은 자기 일처럼 여기며 소리 질렀고, 친구들과 그 시간을 공유하며 즐거워했다. 왜 포스텍이 e스포츠 경기장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