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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k 고속모뎀

PC통신 장시간 사용자에겐 돈·시간 절약

컴퓨터란 기계의 최대 효용은 무엇인가.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 질문의 답은 사무용 처리를 위한 계산기, 혹은 문서작성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질문의 답은 바뀌었다. 컴퓨터는 현존하는 최상의 통신기기인 것이다. 당신의 컴퓨터를 한층 강화된 커뮤니케이션머신으로 바꾸어 놓을 고속모뎀을 골라보자.

흙먼지를 가르며 질주하는 카 레이서의 기분을 컴퓨터에서도 맛본다. 바로 컴퓨터 통신의 필수장비, 고속 모뎀에 관한 이야기다. 통신인들은 자료를 전송하거나 다운받을 때, 혹은 채팅을 할 때 빠른 속도에서 희열을 느끼곤 한다. 특히나 고속 모뎀을 통해 '월드와이드웹'이라는 환상적인 도구로 인터네트를 접해 보았다면 아마도 그 쾌감과 놀라움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웹처럼 그림과 문자, 사진은 물론 음향까지도 지원되는 멀티미디어 통신! 그러나 당신이 2.4k bps짜리 모뎀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서비스는 그림의 떡일 뿐. 당연히 멀티미디어 시대엔 고속 모뎀이 필수다.

올 연말 각 업체들 고속서비스 본격 개시

올해 들어와 더욱 본격화되고 있는 모뎀의 고속화 바람은 이미 9.6k bps짜리 모뎀 마저도 '구닥다리'로 만들고 있다. 작년 가을까지만해도 14.4k bps, 혹은 9천6백 bps 모뎀이 시장의 80%를 차지했으나 올해의 모뎀 시장의 주인은 단연 28.8k bps 모뎀이다.

통신속도가 28.5k bps면 산술적으로 봐도 2.4k bps 회선보다 12배, 14.4k bps보다는 2배 가량 빨라진 것으로, 동화상이나 음성 등이 지원되는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데이터 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한가지 유의할 점은 모뎀이 고속화된다고 해서 통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통신망 업체들도 회선속도를 고속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까지는 28.8k bps를 국내 처음으로 서비스했던 나우콤을 비롯해 하이텔, 천리안 등이 통신회선을 대폭 늘릴 계획에 있다.

데이콤은 사진, 음악,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새로운 PC통신 서비스인 '차세대 천리안'(가칭)을 7월부터 선보인다는 목표 아래 28.8k bps 고속회선을 대폭 증설키로 했다. 데이콤은 현재 서울에 한해 50회선 규모로 제공하던 28.8kbps 고속서비스를 이달부터 총 7백70회선으로 늘려 경인지역으로 확대하고 8월말까지는 총 3천30회선을 확보해 전국 14개 주요도시 및 인근지역에도 고속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연말까지 이를 총 5천회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현재의 '01420'과 같은 '0142X' 계열의 전국 단일 접속번호화를 추진해 지방 가입자들도 시외전화 요금에서 30% 할인된 저렴한 통신비용으로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동안 서울 부산 광주 대전 청주 등 5대 도시를 중심으로 총 4백 10회선의 28.8k bps 서비스를 제공, 상대적으로 고속회선 경쟁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나우콤도 유공의 Y-NET 등을 활용해 6월 안으로 1백28회선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PC통신도 현재 5천4백32개인 회선수를 총 8천회선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오는 7월15일까지 서울지역에 한해 28.8k bps의 고속회선 1천5백회선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모뎀 제공 업체들인 '자네트시스템', '한화통신', '스마트정보통신' 등도 고속모뎀을 출시하거나 이미 출시한 제품의 가격을 대중화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자사와 타사의 구형 제품을 보상해서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형식의 보상교환 판매와 고속 모뎀 출시 기념이나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 형식의 이벤트행사 등 다채로운 판촉전으로 신규 수요층과 저속 제품 대체 수요층을 겨냥하기도 했다.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들
 

노트북 사용자라면 통신용 PCMCIA 카드를 구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고속 모뎀을 사면 무엇이 좋을까. 당연히 향상된 속도만큼 빠른 통신을 즐길 수 있다. 이에 따라 돈과 시간이 절약된다. 통신을 할 때 우리는 항상 절약 정신을 생각해야 한다. 얼마나 짧은 시간에 내가 원하는 최상의 자료를 검색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주고 싶은 정보를 빨리 업로드시킬 수 있는지 등을 생각한 후 자료를 송수신해야 한다. 이것은 자료를 송수신할 때 이용되는 전송로가 전화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장거리 전화를 많이 사용하거나 통화를 오래하면 전화비가 올라가듯이 통신을 오래 사용하면 그만큼 전화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거기에 더불어 유료 정보를 이용하면 정보 사용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고속 모뎀을 사용하면 기존의 전송 속도에 비해 월등하니 그만큼 시간과 돈이 절약된다.

또한 아직까지 28.8k bps 모뎀을 소유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달리 말해 통신 회선 부족에 시달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그동안 힘겨운 접속이 가장 큰 불만이었다면 두눈 질끔 감고 지갑을 열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자,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시장에 나가야 할 것인가. 자동차를 구입하는 요령을 아는 사람은 컴퓨터나 주변기기,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요령도 터득하고 있을 것이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는 내가 쓸 수 있는 비용 내에서 어떤 용도로 어느 회사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새로 나온 기종을 구입하려 한다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고속 모뎀을 구입하는 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먼저 모뎀의 필요성을 알아본다. 28.8k bps 모뎀이 유행이라고 무작정 구입하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선 얼마나 자주 무슨 일을 하기 위해 모뎀을 사용하는지를 알아본 후, 모뎀을 사용하는 빈도도 많고 장시간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아무래도 멀티미디어 자료 서비스를 자주 받는 사용자라면 모뎀의 사용 빈도가 많고 자료를 송수신할 때 걸리는 시간이 월등하게 뛰어나므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내게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 섰다면 시장에 나와 있는 여러 회사제품의 안정성을 따져본다. 가장 효과적으로 모뎀의 안정성을 테스트하는 방법은 통신망에 접속해 전송 기능이나 지원하는 규약 등에 대한 사항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면 주변의 다양한 모뎀 사용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건 가격이 싸다고 구입해서는 후회할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컴퓨터 분야에도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지만, 적정선에 모자란 가격의 제품은 무엇인가 기능이 결여돼 있기 십상이다.

애프터서비스나 번들 소프트웨어 등의 지원 상태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모뎀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통신기기 모두에 적용되는 철칙이다. 특히 새로 출하된 제품은 접속상에서 미숙함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제대로 보상받기 위해서라도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여기에 팩스 기능의 유무도 필요하다면 점검하도록 한다.

28.8k bps급 모뎀은 현재 18만-30만원선에서 판매되고 있어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그러나 14.4k bps급 모뎀의 가격이 작년 말부터 급격히 떨어진 것처럼 올 연말쯤이면 28.8k bps급 모뎀 가격도 크게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인터네트를 비롯한 멀티미디어 그림 정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28.8k bps 고속 모뎀을 구입하면 좋겠지만, 단순히 다운로드 속도나 화면의 스크롤 속도 향상만을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기에는 가격대 성능비가 너무 크다. 이 사양의 모뎀이 활성화되지 않는 상태에서 제품을 구입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런 면을 감안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부분의 대형 PC통신 업체들이 올 연말까지는 고속 회선을 증설할 계획에 있으니 고속 회선이 어느 정도 증설되고 모뎀이 활성화된 후 구입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정없이 미루는 것은 현대를 사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끝으로 사족 한마디. 올해로 우리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우리가 선진국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나 우리의 컴퓨터 산업은 아직까지 중진국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컴퓨터의 보급 대수나 기종의 고급화, 주변기기의 고급화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컴퓨터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통신에 있어서는 미국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비싼 돈 주고 고속 모뎀을 사기로 결정했다면, 이를 본격적으로 사용해 본전 뽑을 방도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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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한순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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