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잔소리를 막기 어렵다. 매해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조사에서 TOP10에 들만큼 흔한 방법이라는 게 첫 번째 이유. 프로게이머가 꿈이라 말하려면 두 가지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단 게 두 번째 이유다. 게임을 매우(!) 잘할 것, 나이가 어릴 것. 두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프로게이머가 될 확률 0.003%
하루에 2시간 이상 게임을 한다는 중학교 3학년 신지호 군. 학원 수업을 마친 뒤 밤 10시부터 자기 전까지 2~3시간 정 도 게임을 한다. 주로 즐기는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다. 게 임 잔소리를 듣는 독자를 찾던 중 화상 인터뷰로 만난 신지 호 군에게 프로게이머가 꿈이냐고 물었다.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건 아니에요. 이미 늦기도 했고, 그 정도 실력이 아니란 건 저도 알아요.”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신지호 군처럼 알고 있을 것이다. 프로게이머의 길이 매우 좁다고.
반전은 없다. 실제로 그렇다. 2021년 9월을 기준으로 국 내 프로게이머는 모두 414명. 여기서 프로게이머는 프로 구 단에 소속돼 있고, e스포츠협회에 등록된 선수들을 말한다. 414명도 많아 보이지만, 일반 게이머의 수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적은 비율이다. 리그오브레전드를 예로 들면, 전체 한 국 계정만 328만 9994개(아이언 이상), 프로 게이머는 91 명이다. 계산해보면 프로게이머는 상위 0.003%쯤이란 걸 알 수 있다. 중복 계정이 있다고 쳐도, 국내 하루 접속자가 100만 명 이상이기 때문에 여전히 프로게이머가 될 확률은 0.009%보다 낮다. 서울대에 갈 확률보다도 낮은 셈이다.
일단 이 비율 안에 들었다면, 나이가 두 번째 조건이다. 보통 e스포츠 선수들은 1~2년 정도 연습생 기간을 거치는 데, 연습생들의 나이를 살펴보면 평균 18.1세다. 2021년 기 준 18~19세 연습생이 43.6%로 가장 많았고, 16~17세가 33.2%로 그 뒤를 이었다. 14~15세 연습생도 7.3%를 차지 한다. 선수를 꿈꾼다면 이 나이 전에 이미 실력을 갖추어야 한다.
●인터뷰_김민성 오버워치 뉴욕팀 매니저
“프로게이머가 아닌 프로의 세계도 있어요”
프로구단엔 소싯적에 ‘게임 좀 했던’ 사람들이 모여있다. 하지만 모두가 선수는 아니다. 코치, 감독을 포함해 매니저, 데이터 분석가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있다. 과학동아는 선수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김민성 오버워치 뉴욕팀 매니저를 화상으로 만났다. 선수들의 실제 생활은 어떤지, 어떻게 매니저의 길로 들어섰는지 물었다.
뉴욕에 계신다고 들었어요.
네. 시즌이 아닐 땐 한국에 있는데요, 요즘은 시즌을 준비하면서 선수들과 뉴욕에서 합숙하고 있습니다. 지금 막 선수들 일과가 끝나서 방으로 들어왔어요. 뉴욕 시간으로는 새벽 1시 정도 됐네요.
일과가 새벽 1시에 끝나는 건가요?
늘 똑같은 건 아니지만 요즘 일과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보통 선수들이 12시쯤 일어나서, 점심을 먹는 걸로 하루를 시작해요. 그리고 다른 프로팀과 ‘스크림’이라는 연습 경기를 합니다. 다른 스포츠로 따지면 훈련 같은 거죠. 한번 시작하면 2시간 정도 걸리고 1~3시, 4~6시, 7~9시 정도로 2~3번 합니다. 훈련이 끝나면 길게는 2~3시간 리뷰 시간을 갖고요. 그게 끝나면 공식 일정은 끝이에요.
오버워치를 좋아하지 않으면 일하기 힘들 것 같아요.
게임을 대체로 다 좋아하지만, 사실 전 리그오브레전드를 많이 좋아했어요. 그래서 T1이라는 리그오브레전드 구단에서 통역사 일을 시작했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리그오브레전드 경기에 진행 요원으로 자원해서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구단 분들이랑 자주 만나면서 통역사로 일을 시작했죠.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덕업일치 한 셈이에요(웃음).
어릴때도 게임 많이 하셨겠어요. 잔소리는 안 들으셨나요?
많이 들었죠. 게다가 부모님께서 공부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제가 게임을 하면 엇나간다고 생각하셨거든요. 그리고 제가 중학교 2학년 때 토플 만점을 받고, 영어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대원외고에 진학했어요. 그러면서 부모님이 기대를 많이 하셨죠.
과학동아 독자들도 잔소리를 많이 들을을데….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싶다면, 게임을 하는 건 중요해요. 이쪽 업계의 언어가 게임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게임을 모르면 일하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공부랑 담 쌓고 게임만 할 거야”라고 하면 안 되겠죠? 선수나 코치, 감독 말고는 다 다른 분야에서 공부를 하다 오신 분들이 많아요.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등 프로게이머는 아니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프로예요. 게임을 꼭 많이 해야만 이쪽 업계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과학동아 독자에게 게임 업계 직무를 추천해주신다면?
‘데이터 분석가’라는 직무가 있어요. 요즘 e스포츠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아요. 규모가 큰 e스포츠 팀들은 데이터 전 담팀을 꾸리는 추세예요. 통계나 수학, 컴퓨터과학 분야에 관심 이 있다면 데이터 분석가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