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기반으로 커진 디지털 중고시장의 성장세
중고를 왜? 저렴하고 환경에도 좋으니까!
구매도 하고 투자도 하는 일석이조의 리셀 시장
‘라떼는 말이야~. 아나바다 운동이라고,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썼어. 요즘 애들은 아주 새것만 좋아해. 투자? 현금 싸 들고 증권거래소에 죽치고 있어 봤나?’
지난 2020년 무렵부터 일명 MZ세대(1980년대 초~2010년대 초반생을 지칭,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의미함)를 주축으로 한 중고시장의 열풍이 엄청납니다. 번개장터,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의 성장세만 봐도 알 수 있죠.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에서 2020년 20조 원으로 5배가량 커졌습니다. 그러니 선생님, 부디 라떼를 거두소서. 최근 중고시장을 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라고요!
중고가 왜? 저렴하고 환경에도 좋다!
다만 과거의 중고시장과 현재의 중고시장은 사뭇 다릅니다. 약 20년 전 중고시장은 주로 중고 제품을 취급하는 가게가 주축을 이뤘습니다. 물건은 오래 되거나 낡았고, 새 상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능이 온전치 못해도 새 상품을 사기 힘들어 구매하기도 했죠. 그야말로 절약을 위한 중고거래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중고시장은 다릅니다. 거래는 주로 개인과 개인끼리 이뤄지며, 거래가 이뤄지는 장은 주로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사이트, 플랫폼 등입니다. 물건도 낡은 것이 아닌 희귀한 물건이 많이 거래되며, 희소성에 따라 오히려 새 상품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합니다. 새 상품처럼 깨끗하고 품질 좋은 물건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입니다.
1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가 지난해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중고거래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취미와 ‘덕질’ 관련 카테고리 거래량이 1년 새 9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죠.
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중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체면 중시에서 가성비 중시로 중고물품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으며, MZ 시대 중심으로 착한 소비 등 신념에 부합하는 가치 소비가 확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20대들은 환경에 도움이 돼서 중고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금융 플랫폼 기업 굿리치 조사에 따르면 ‘중고거래에 대한 생각’으로 20대와 30대는 ‘알뜰하다(50%)’에 이어 ‘환경보호(25.6%)’를 꼽았죠. 지난해 노르웨이 광고회사 애드빈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거래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70만 t(톤)가량 절약됩니다. 애드빈타는 10개의 온라인 마켓을 분석했는데, 이들 사이트에서 중고 품목을 매매한 소비자로 인해 잠재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가 화두가 되며 기업 차원에서도 친환경적 소비를 위해 중고거래를 권장하기도 하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도 중고시장의 성장 가속화에 한몫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미국 ‘오퍼업’, 일본 ‘메루카리’ 등은 모두 중고거래가 활발히 이뤄지는 플랫폼 스타트업입니다. 해외판 ‘당근마켓’인 셈이죠.
요즘 세대의 재테크, 리셀
최근 중고시장에서는 단순 거래뿐만 아니라 리셀(re-sell·재판매)을 통한 일종의 투자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주로 한정판 제품처럼 희소성 있는 제품을 구매한 뒤, 중고 플랫폼 또는 리셀 플랫폼을 통해 되팔아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스니커테크’ ‘레고테크’ 등이 모두 이를 지칭하는 용어죠. 지난해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연구팀은 단종된 레고의 중고거래 가격이 매년 11% 이상 상승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재테크가 부동산, 주식 등 비교적 큰돈이 들어 진입장벽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수만~수십 만 원 단위의 소액으로 투자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미국 스타트업 ‘스톡엑스(StockX)’, 국내에서는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만든 ‘크림(KREAM)’이 대표적인 리셀 플랫폼입니다. 자체적으로 정품 검수를 해 주고, 시세를 확인해 주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믿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크림 이용자의 경우 50% 이상이 20대입니다.
크림에서 운동화를 리셀을 경험해 본 김 씨(20대 남·직장인)는 “20만 원대 나이키 운동화를 크림에서 약 3배나 비싼 가격으로 판매했다”며 “투자금도 적고 위험도 적어 부담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야흐로 중고시장의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