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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 11호를 타고 간 미국 우주비행사 두 명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발을 내디딘 이후 전 세계가 우주 탐사의 성공에 취해 있던 1970년 초,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발신자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수녀 메리 주쿤다(Mary Jucunda)였다. 수많은 아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아폴로 프로그램에 막대한 돈을 투입하는 게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지구 한쪽에서는 굶주림으로 사람들이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다. 푸에르토리코는 허리케인과 지진으로 전기 공급이 끊겼는데, 막대한 에너지로 입자를 충돌시켜 초기 우주를 재현하려는 대형 가속기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우주 탐사와 같은 과학기술 연구에 투입할 예산이 있다면 기아,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세계를 먼저 구하는 게 맞지 않을까. 메리 수녀의 편지는 이런 질책에 가까운 질문이었다. 


당시 이 편지는 NASA 마셜우주비행센터 부국장이었던 에른스트 스툴링거(Ernst Stuhlinger) 박사에게 전달됐다.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구하자는 수녀의 진심에 감동한 스툴링거 박사는 바로 답장을 썼다. 그의 답장은 1970년 5월 6일 ‘왜 우주를 탐사하는가?(Why Explore Space?)’라는 제목으로 이후 NASA가 공개한 문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스툴링거 박사의 편지는 50년이 지난 지금도 인류가 왜 우주 탐사에 나서는지, 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을 멈추면 안 되는지에 대한 답변의 정석으로 여겨진다. 그는 “달로, 또 화성으로의 탐사는 지금 해야만 하는 모험”이라며 “비록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매우 천천히 나오겠지만, 결국에는 지금 세계가 당면한 큰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썼다. 


스툴링거 박사는 현미경 개발을 예로 들었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던 400여 년 전, 독일의 한 마을을 다스리던 백작은 작은 생물(미생물)을 볼 수 있는 렌즈를 연구하던 인물을 성으로 데려와 연구를 지원했다. 성주가 흑사병으로 고통받는 마을 주민은 돌보지도 않고 쓸데없는 일에 돈을 낭비한다며 비난이 거셌다. 그런데 이 렌즈 연구는 결국 현미경 개발로 이어졌고, 흑사병을 일으키는 페스트균(예르시니아 페스티스)을 밝혀내 전염병 종식을 이끌었다. 


7월 말 미국, 중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일제히 화성 탐사에 나선다. 한국은 아직 화성 탐사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했다. 우주 탐사를 포함한 과학기술 발전은 기초기술부터 첨단기술까지 모든 기술이 총동원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실패의 경험조차 자산이 된다. 예산과 성과를 둘러싼 핑계, ‘우주쇼’라는 정치적 수사에 휘둘리면 미래도 없다. 

2020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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