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는 특별한 임무를 부여받은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선이 발사된다. 임무 제목은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다트)’. 우주선을 소행성에 충돌시켜 소행성의 공전 궤도와 속도를 바꾸는 게 목표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달성한다면 언젠가 발생할지 모를 소행성의 지구 충돌에 맞설 방어책을 마련하게 된다. 과연 다트는 우주의 위협을 막을 희망이 될 수 있을까.
(※편집자 주. DART 임무의 일정은 기상 및 준비상태에 따라서 변경될 수 있습니다. 최종 발사 일정은 NASA 홈페이지를 참조 바랍니다.)
지난 4월 말,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국제우주비행학회(IAA) 2021 행성방어학회(PDC)에 참석한 전 세계 과학자들은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를 받았다. 6개월 후 지구와 충돌할 것으로 설정된 가상의 소행성 ‘2021 PDC’에 대비하라는 것. 하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에도 인류는 시뮬레이션 속 2021 PDC의 유럽 충돌을 막지 못했다. 그저 충돌 이전에 인근 주민들을 대피시킨 게 대책의 전부였다.
가상훈련이 종료된 4월 30일, 유럽우주국(ESA)은 홈페이지에 게시한 논평을 통해 “소행성 탐사가 보다 빨리 시작돼 사전에 2021 PDC를 발견했다면 물리적 특징을 미리 조사하고, 물리적 충돌을 가해 재난을 막아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뮬레이션 속 가상 훈련이었지만, 소행성과의 충돌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아직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소행성이 언제 지구를 위협할지도 알 수 없다. 11월 발사를 앞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시험(DART·다트)’ 임무가 주목받는 이유다.
달걀로 바위 치기, 관건은 속도
소행성의 충돌 위협을 관측, 분석하고 막아내기 위한 기술은 꾸준히 발전했다. 지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근지구소행성(NEA)의 대부분은 전 세계 관측장비를 통해 이미 발견했고, 궤도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지구와 충돌이 예상되는 소행성을 발견할 경우 이를 막아낼 적극적인 방어수단이 필요하다.
NASA와 ESA는 공동으로 ‘소행성 충돌 및 편향 평가(AIDA·아이다)’ 임무를 시작했다. 아이다 임무의 첫 출발이 바로 NASA의 다트 임무다. 11월 24일 미국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쏘아 올린 다트 우주선은 약 1년간 비행한 뒤 2022년 10월경 지구에서 약 1120만 km 거리에 위치할 목표물과 충돌할 예정이다. 목표는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의 위성인 디모포스(Dimorphos). 질량은 480만 kg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질량 560kg의 우주선을 충돌시켜 소행성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지, 궤도를 바꿀 수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질량과 크기만 비교했을 때는 거대한 바위에 달걀을 던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막대한 질량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속도다. 충격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이므로, 이론적으로는 속도를 크게 높이면 작은 질량으로도 충격량을 늘릴 수 있다. 연구자들은 디모포스에 충돌하기 직전 다트 우주선의 속도를 초속 약 6.58km(시속 약 2만 3688km)까지 가속한다면 공전궤도를 바꿔놓을 만한 충분한 충격량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시나리오 대로 가속과 충돌에 성공한다면 디모포스의 공전궤도가 감소하며 공전 주기가 10분가량(1% 수준)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다트 임무에 참여하는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우주탐사그룹장은 “천체의 움직임을 다루는 천체역학은 오차범위 안에서 현상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만큼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디모포스의 질량, 밀도 등은 추정치인 만큼 밀도분포나 내부구조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행성 막으려면 내부 구조 알아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다트 우주선에는 탐색용 카메라인 드라코(DRACO)를 비롯해 자동항법장치, 태양광 패널, 하이드라진(N2H4) 추진기 등 다양한 장비들이 탑재된다. 그중에는 특별한 임무를 등에 업은 큐브샛, 리시아큐브(LICIACube)도 있다.
리시아큐브는 우주선과 디모포스가 충돌하기 이틀 전 분리돼 충돌 순간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예정이다. 충돌 때문에 발생하는 충격과 이후 만들어지는 분화구에 대한 자료도 확보한다. 이후에는 디모포스를 공전하며 지속적으로 충돌 효과를 관측해 지구로 보낼 예정이다.
동시에 지상에서도 망원경을 통해 관측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로웰 천문대의 로웰 디스커버리 망원경을 비롯해 전 세계의 주요 천문대에서 수집한 자료를 종합해 다트 임무의 효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천문연도 지상 관측에 참여한다. 김명진 천문연 우주위험감시센터 선임연구원은 “천문연은 지상망원경을 이용해 다트 임무 전후의 디디모스 쌍 소행성계의 광도변화를 관측하고 다트 우주선 충돌 순간 발생하는 먼지와 파편을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다”며 “광도는 디모포스의 공전궤도의 변화를, 먼지와 파편은 디모포스의 물리적 특징에 대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트 이후, 2024년 10월에는 아이다의 후속 임무인 ESA 헤라(HERA) 임무가 시작된다. 레이저와 전파 등을 이용해 더욱 정확하게 디모포스의 질량과 밀도, 성분 등 내부 특성을 밝힐 예정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계획을 세우려면 그 소행성의 특성이 충돌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궤도 변경률과 디모포스의 내부 특성 등을 수집, 분석해 향후 실제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막는 데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행성 위협 막을 유일한 방패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방법에 충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 그룹장은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는 이론적으로 물리적 충격으로 밀어내기, 중력으로 당기기, 폭탄으로 폭파하기 등 세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밀기는 다트 임무에서 시도하는 방식으로 우주선 등 인공물체를 충돌시켜 그 힘으로 밀어낸다. 당기기 역시 우주선이 활용된다. 목표 소행성의 질량만큼 무거운 우주선이 소행성 인근에서 비행하며 중력으로 소행성을 당겨 궤도를 변경한다. 다만 질량이 수백만 kg에 달하는 소행성급의 우주선을 발사하기 어려워 실제 실험계획이 세워진 적은 없다. 핵폭탄 등을 이용해 소행성을 아예 파괴하는 방법도 있다. 2018년 NASA에서는 ‘해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 ‘베누’를 폭파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문 그룹장은 “폭파 방식은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파괴되지 않은 소행성의 궤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고 잘게 부서진 파편이 오히려 지구로 추락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며 “또한 우주에서 핵폭탄을 쓰는 것은 유엔(UN)이 정한 우주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 실제 적용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소행성에 의한 충돌 위험을 지금 당장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이미 전 세계의 대학과 천문대에서 근지구소행성(NEA)을 감시하고 있으며, 지름 1km급의 근지구소행성 대부분은 이미 발견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보다 작지만 한 국가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지름 140m급의 지구위협소행성(PHA)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소행성의 분포를 계산하는 종족 모델에 따르면 지구 근처의 PHA는 약 2만 5000개로 예상되지만, 현재까지 발견된 PHA는 9800개 수준”이라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소행성의 위협에는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SF 작품에서나 볼법했던 이들의 계획이 성공한다면 인류는 소행성의 충돌 위협에 대항할 첫 대항책을 마련할 기회를 얻게 된다. 문 그룹장은 “지난 몇 년간 UN의 국제소행성경보네트워크(IAWN)나 우주임무기획자문그룹(SNPAG) 등 관련 연구자들을 만나면 가장 큰 이슈 중 하나가 다트 임무였다”며 “이번 임무를 위해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가 협력하고 있는 만큼 성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