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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만든 푸아그라, 정말 먹어도 괜찮을까

푸드테크

 

“베이컨이랑 똑같은 맛이에요. 소를 착취할 필요가 없어 윤리적이고,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 때문에 환경이 오염될 걱정도 없죠. 지방 함량을 줄여 건강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게 왜 이제야 나왔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매력적인 배양육 베이컨의 광고 문구다. 고기를 먹으면서 죄책감을 한 번이라도 가져본 사람들에게 배양육은 신선한 대안이다. 하지만 동시에 실험실에서 키운 고기를 먹어도 괜찮을지 불안한 마음도 든다. 정말 배양육이 육류의 완벽한 대체품이 될 수 있을까. 놓치고 있는 사실은 없는지 쟁점을 짚어봤다.

 

윤리 │ 소고기 대신 소 태아 혈청으로 만드는 배양육

 

배양육의 가장 큰 매력은 동물을 착취하지 않고도 고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사육되는 소는 15억 마리에 육박하고, 매일 80만 마리의 소가 도축된다. 푸아그라나 사향고양이 똥 커피처럼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동물에게 억지로 음식을 먹이는 학대가 가해지기도 한다. 올해 7월 프랑스 스타트업 ‘구르메이(Gourmey)’가 개발한 배양육 푸아그라는 음식에서 자행되는 동물 착취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배양육 또한 윤리적 문제에서 아직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단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배양육을 만드는 데 동물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배양육을 만들 때엔 소 또는 돼지 등 동물의 근육 세포를 배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때 세포를 키우는 데 필요한 영양분은 소 태아 혈청(FBS)으로 제공한다. 세포 성장에 필요한 호르몬과 성장인자를 갖추고 있는 영양분 덩어리다. 실제 어떤 FBS 제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질 정도로 세포 배양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문제는 FBS를 얻는 과정이 비윤리적이라는 사실이다. 세포를 배양하기 위해서는 면역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항체가 거의 형성되지 않은 상태의 혈청을 사용해야 한다. 즉 태아의 혈청이 필요하다. 태아에서 얻은 혈액을 저온에서 응고시킨 뒤 원심분리로 혈청을 분리한다. 남은 태아 사체는 동물 사료로 쓰거나 지방, 단백질 등을 추출하는 데 사용된다. 3개월령 태아에서는 약 150mL, 6개월령 태아에서는 350mL 가량의 FBS를 얻을 수 있다. 약 140g의 배양육 패티를 만드는데 50L의 FBS가 필요하다. 배양육 패티 한 장에 333마리의 3개월령 소 태아가 희생되는 셈이다.


채취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소 태아의 심장 근육에서 마취되지 않은 상태로 혈액을 채취한다. 혈액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소 태아는 산소가 결핍된 상태가 되고, 이후 자극 전달과 같은 신경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며 죽음에 이른다. 


베라 바우만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수의학과 교수는 FBS의 윤리적 및 과학적 문제를 분석한 논문에서 “FBS를 생산하기 위해 태아의 혈액을 채취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이다”라며 “FBS 사용을 줄이거나 대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oi: 10.1177/026119290203000208 
이에 FBS를 대체하기 위한 연구가 있다. 혈청을 사용하지 않고 세포 성장과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호르몬과 성장인자를 따로 첨가한 배지다. 해양미세조류로 혈청을 대체하는 연구도 있다. 아직까지 효율성 면에서 FBS를 대체할 소재는 전무한 실정이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 씨위드의 이희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FBS 사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고 해양미세조류로 대체했다”며 “FBS를 대체하는 일은 배양육이 경제성을 갖추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사 FBS를 사용하더라도 배양육이 현재의 축산업보다는 낫다는 주장도 있다. 오웬 스캐퍼 싱가포르국립대 생물의학윤리센터 교수는 과학동아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공장식 사육은 수많은 동물을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복종시키고 도살하는 행위를 포함한다”며 “배양육은 윤리적으로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현재 축산업보다 낫다”고 말했다.

 

안전│ 세포 배양의 모든 것을 알지 못해

 

배양육은 외부 노출 없이 연구자에 의해 완전히 통제된 환경에서 생산되기 떄문에 사람들은 더 깨끗한 음식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가축의 경우 사육하면서 구제역 등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고 도축 시에도 대장균 및 살모넬라균에 오염될 위험이 있다. 반면 배양육은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니 오염 위험이 적고, 인플루엔자 백신과 같은 값비싼 예방접종도 필요 없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키운다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배양육 산업에서 키우는 것은 고기가 아닌 근육 줄기세포라는 새로운 물질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육식을 하며 육류를 이해해 왔지만 근육 세포 배양 과정에 대해서는 모르는 부분이 많다. 전문가들은 세포 배양 과정이 완벽하게 제어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생물학적 기작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많은 수의 세포 증식이 일어날 때, 마치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것처럼 세포주기 조절 장애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양육을 섭취했을 때 인간의 신진대사와 건강에 잠재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doi: 10.1016/j.meatsci.2016.04.036


영양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문제다. 배양육은 영양 함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지난해 미국 스타트업 미션 반즈는 돼지 지방 세포를 키워 만든 인공 베이컨을 출시하며 지질 함량은 베이컨과 비슷하면서도 트랜스지방은 없다고 광고했다. 배양육 생산에 사용되는 배지의 지방 복합 재료를 조절하면 포화지방산과 다가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육류에 포함된 미량영양소(철, 아연, 셀레늄 등)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배양육은 근육세포가 만들어지고 조직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미량영양소를 배지에 첨가하는 방식으로 영양분을 조절한다. 배양육에 함유된 미량영양소가 인체 내에서 고기와 똑같이 흡수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또 배양육이 가진 영양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가 더 필요하다.

 

환경 │ 배양육 산업의 다각적인 환경 평가가 필요

 

배양육 산업은 이제 상용화를 시작한 단계로 산업 전반에 걸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정확히 평가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가축이 만드는 메테인(CH4) 가스와 배양육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흔히 배양육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배양육이 기존의 축산업보다 훨씬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9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배양육이 기존 축산업보다 기후변화 측면에서 나을 게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doi: 10.3389/fsufs.2019.00005 연구팀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생산 초기에는 배양육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가축이 배출하는 것보다 적지만, 장기적으로는 격차가 좁혀졌다. 일부 시나리오에서는 배양육 산업이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배양육 산업에서는 주로 이산화탄소가, 축산업에서는 주로 메탄과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연구팀은 메탄은 즉각적인 온난화를 유발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향이 줄어드는 반면, 배양육이 만드는 이산화탄소는 몇백 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온난화를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반박도 있다. 2011년 한나 투미스토 당시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연구원팀은 배양육의 환경적 이익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온실가스 배출 외에 토지와 물 사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배양육 산업이 양계를 제외한 축산업보다 토지와 물 사용량이 적고, 에너지 사용량을 7~45% 절약할 수 있어 축산업보다 우수하다고 결론 지었다. doi: 10.1021/es200130u
무엇보다, 배양육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가 부족하다. 오웬 교수는 “상업용 배양육 생산 기업의 환경 영향 평가가 불충분하다”며 “대부분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불과 십여 년의 분석을 인용할 뿐,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정확한 데이터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2050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지금보다 70%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축산업은 전 세계 식량과 영양분 공급 부족을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동시에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문제도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는 배양육이 육류의 새로운 대체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평가와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 육류와 육류 대체품을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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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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