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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무인기 드론이 뜬다

창문 열고 피자 배달 받는 세

도심형 무인기 드론이 뜬다


4월 11일 오후 대전 KAIST 본관 앞 잔디밭.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학생 중 한 명이 ‘과일을 먹고 싶다’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바로 스마트폰을 켜고 주문을 한다. 잠시 기다리자 하늘에서 ‘왱~’하는 전기모터 소리가 들리더니, 소형 헬리콥터 한 대가 나타나 작은 플라스틱 통 하나를 풀밭 위에 살짝 내려놓는다. 통 속에는 얼마 전 수확한 싱싱한 딸기 1kg이 들어 있었다.


최근 ‘드론(Drone)’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드론의 원래 뜻은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 여기서 다양한 뜻이 파생돼 ‘수벌’, ‘악기가 내는 저음’ 등의 뜻으로도 쓴다. 최근에는 ‘소형 무인 항공기’를 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북한 것으로 발표된 정찰용 무인기가 발견되면서 드론이란 단어를 ‘공격용 무인 로봇 비행기’로만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드론은 꼭 군사용이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쓰일 수 있는 넓은 의미의 무인항공기를 말한다.


하늘에서 날아오는 ‘배달’의 기수


KAIST 학생이 잔디밭에 앉아 딸기를 주문한 원리는 이렇다. 앱을 켜 주문을 하면 스마트폰에 내장된 인공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정확한 장소를 전송한다. 주문을 받은 컴퓨터 시스템은 GPS 신호를 교내 지도와 비교한다. 배달할 위치가 도로 주변에 있다면 무인자동차만 보내고, 차량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지역은 드론을 무인자동차 지붕에 실어 함께 보낸다. 드론은 와이파이(Wi-Fi)를 통해 주문자의 위치를 받아 배송 위치까지 자동으로 날아간다. 정밀한 위치는 무인기에 실린 카메라를 통해 주변 풍경을 보며 보정한다.


이번에 등장한 드론의 이름은 ‘옥토USRG’다. 8개의 초소형 프로펠러(로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USRG는 연구팀의 영문 이니셜(Unmaned System Research Group)이다. 국내에서 배달용 드론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며, 특히 무인 자동차와 드론의 2중 배달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옥토USRG를 개발한 심현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1.5kg 이하의 무게라면 어떤 물건이든 배달할 수 있지만 학교 인근 딸기농가를 돕는 차원에서 딸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학내 서류 및 소형 물품 전달용으로 발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 학생이 교내 딸기 배달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위치를 드론에 전송할 수 있다
[연구팀 학생이 교내 딸기 배달 앱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 위치를 드론에 전송할 수 있다.]






드론 기술은 이미 군사적으로는 실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허니웰이 개발한 ‘대단위 전투지원 비행로봇’이 대표적이다. 하늘 위에 떠서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 다니고, 사방을 카메라로 살펴보며, 필요하면 작은 물건을 실어 나른다. 국내에서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통돌이(TDL)’라는 이름의 비슷한 드론을 개발했다.


요즘 상업적으로 주목받는 기능은 ‘배달’이다. 드론을 이용한 배달은 여러 장점이 있는데 먼저 교통체증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바로 옆 지역으로 차를 몰고 가려면 1시간이 우습게 날아간다. 하지만 드론은 불과 몇 분만에 날아갈 수 있다. 가정에서도 창문만 열면 음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대형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은 2013년 1월 배달용 드론 ‘옥토콥터’를 공개했다.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약 2.7kg이하의 물건을 30분 이내에 배달해 줄 계획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4∼5년 안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도미노 피자 역시 최근 드론으로 라지 사이즈 피자 두 판을 배달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대 물류 회사인 ‘DHL’도 드론을 활용한 시범 배송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바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통돌이(TDL)-40의 모습. 덕트형 구조를 채택해민첩하고 빠르게 날아다닌다. 군용 소형 정찰기로 쓸 수 있으며 해안가 감시, 인명구조 등에도 쓸 수 있다.

심현철 교수팀이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 ‘유레카 터보(EureCar Turbo)’와 옥토USRG의 모습
[심현철 교수팀이 개발 중인 무인자동차 ‘유레카 터보(EureCar Turbo)’와 옥토USRG의 모습. 레이저스캐너와 전방 카메라, 자율주행 컴퓨터를 이용해 운전자가 없어도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기 스스로 운전한다. 무인자동차와 드론을 이용한 2중 배달 시스템은 세계적으로도 처음 개발됐다.]



드론은 왜 날개가 많을까


안전성 더 높이면 10년 이내 상용화 가능


미국에선 실제로 드론을 이용해 꽃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밸런타인데이를 앞둔 지난 2월 8일 미국 꽃배달서비스회인 플라워딜리버리익스프레스는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처음으로 드론을 이용해 무인 꽃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미국항공안정청(FAA)의 제재로 곧 중단해야 했다. 국가항공시스템을 방해하고 시민의 주거지를 무단 침범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3월 7일 국가운수안전위원회(NTSB)가 ‘FAA가 드론 사용을 금지할 권한이 없다’고 판정하면서 드론 꽃배달 서비스가 다시 시작됐다. FAA는 현재 연방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물론 국내외 사정이 같지는 않다. 미국은 땅이 넓어 아주 복잡한 도심만 아니라면 집집마다 상당한 거리가 있다. GPS신호를 이용해 ‘대강’ 배달해도 집 근처에 확실히 물건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닥다닥 붙은 아파트나 연립주택이 많다. 하늘을 날아간 드론이 배달을 해야 할 창문 위치까지 정확히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곳곳에 뻗은 전선, 신호등, 간판 등도 피해야 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장애물도 회피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이런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먼저 도시 전체를 샅샅이 훑은 3차원 입체지도가 필요하다. 이 지도와 비교해 드론이 주변을 입체적으로 판단하면서 날아가야 한다.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이지만 비디오 영상해석 기술, 레이저 스캐너 기술 등으로 해결이 가능할 걸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언제쯤 우리는 드론으로 피자를 받아 먹을 수 있을까. 심현철 KAIST 교수는 “지금의 기술 발전 속도를 본다면 길어도 10여 년 이내에 현실에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2014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대전=전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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