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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업용 로봇

단순 조립공에서 공장장으로

정해진 환경에서 주어진 작업을 묵묵히 수행해온 로봇은 오늘날 인간이 누리는 물질의 풍요를 가능케한 주인공이다. 초기 단순 작업에 투입돼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로봇은 이후 각종 센서를 통해 감각을 얻게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인간의 판단력까지 갖출 채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소설과 영화, 만화 등 허구를 통해서 아무 불평없이 인간을 위해 일하는 ‘인간 아닌 존재’ 로봇을 자주 만나고 있다. 이같은 상상력이 처음으로 구체적 특성을 가지고 나타난 것은 1922년 체코의 희곡작가 카렐 차펙이 쓴 ‘롯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란 작품을 통해서였다. 로봇이란 강제 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robota)가 영어로 변한 말로, 이 작품에서는 로봇을 ‘인간의 형상을 갖고 사람보다 두배 이상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계’로 묘사했다.

한편 1942년 미국의 공상과학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공학을 뜻하는 ‘로보틱스’(robotics)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다음과 같은 로봇의 3가지 규범을 제시했다.

첫째 로봇은 인간을 다치거나 위험에 빠지도록 해서는 안된다.
둘째 로봇은 첫째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한 인간이 내린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째와 둘째 규범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자신의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형상과 특성이 조금씩 구체화되던 로봇은 1954년 미국인 조지 데볼이 ‘프로그램이 가능한 장치’를 특허출원하고, 1961년 드디어 세계 최초로 제너럴 모터스사에 공작물을 옮겨주는 작업에 산업용 로봇이 사용되면서 현실로 등장했다. 이후 로봇은 1970년대 후반의 급속한 팽창기를 거쳐 1980년대 말 경부터 기술적인 안정화를 이루었다.

초기에는 ‘자동으로 움직이는 장치’를 모두 로봇이라고 했지만, 현대의 산업용 로봇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재프로그램이 가능하며, 독립적으로 3개 이상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두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이는 인간의 신체가 가진 특성을 최소한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연성보다는 생산성

산업용 로봇의 생김새는 일반적으로 인간의 팔 형상과 비슷하다. 여기에 해당작업에 맞는 공구가 로봇 손으로 부착돼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사람의 손은 매우 유연하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수 있고, 또 글을 쓰거나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 반면 산업용 로봇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정한 작업을 고속으로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연성을 높이려면 지능이 우수해야 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면 작업이 단순해야 하는데, 산업용 로봇은 유연성보다 생산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해 사람의 손 형태를 로봇이 그대로 흉내내기는 어렵기도 하거니와, 오히려 불필요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로봇은 사람과 비교해 유연성은 떨어져도 정해진 정밀작업에는 훨씬 유리하다.

전통적으로 산업용 로봇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 생산공정과 전자제품 조립공정이다. 특히 1백kg에 육박하는 공구로 작업하는 자동차 공장의 점용접 공정은 로봇이 가장 먼저 활용됐으며, 지금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전자제품 공장에서는 작은 부품을 정해진 위치에 꼽는 정밀작업 등을 사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오차없이 수행한다.

규모로 볼 때 자동차 생산라인에 동원되는 로봇은 무거운 부품을 잡아 3차원 공간에서 운동해야 하기 때문에 크고 복잡한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전자제품 조립 로봇은 특성에 맞게 작고 간단하게 생겼다.
 

세 손가락 형태의 로봇이 깡통을 들어올리고 있다. 유연성은 떨어져도 생산성을 올리는데는 로봇이 사람보다 낫다.


로봇의 궁극적인 모델은 사람

산업용 로봇은 요즘 물건 옮기기, 아크용접, 도장, 조립, 가공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작업에 동원되는 고기능의 로봇은 센서를 가지고 대상물을 인식해 스스로 움직인다. 사람이 눈의 시각과 손의 촉각을 이용해 주변 사물을 인식하듯이 로봇도 시각에 해당하는 비전센서와 촉각에 해당하는 힘센서를 사용해 부분적인 지능을 갖추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자동차 공장의 생산라인에 투입된 로봇 중에는 출고 단계에서 차체의 품질을 검사하는 불량품 감지 로봇이 사용되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듯이 전세계 제조산업의 확대는 이를 위한 산업용 로봇의 발전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향후 산업용 로봇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관점에 따라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로봇의 궁극적인 모델이 사람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사람 신체 각 기능과 전체적인 특성을 관찰해보면 로봇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독자들도 유추할 수 있다.

이를 테면 기존 산업용 로봇은 사람의 팔 하나에 해당될 뿐이다. 하지만 두팔로 동시에 작업하는 로봇이나, 전기구동방식 대신 인간의 근육과 유사한 형태의 구동방식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훨씬 다양하고 어려운 일을 해낼 것이다.

아직까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것도 있다. 그 한 예는 인간처럼 시각과 촉감을 동시에 이용해 정밀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기능의 계산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복잡한 제어 알고리즘을 인간처럼 고속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은, 상업화는 고사하고 실험실에서 조차 구현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만약 이같은 시스템이 개발되고, 여기에 다양한 외부정보를 받아들이고 학습을 통해 축적된 지능으로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간형 판단특성’이 개발돼 결합한다면, 로봇은 더이상 단순 조립공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공장 전체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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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종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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