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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온난화 20년 이내 도달...피할 길 더 좁아졌다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지난 8월 그리스 아테네는 최고 기온이 48.8℃까지 올랐고 국가 전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수천 채의 집과 땅을 집어삼켰다. 같은 달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가뭄으로 호수가 말라 54년 된 수력발전소가 처음으로 멈췄고, 앞서 7월 중국 정저우에는 연평균 강수량과 맞먹는 비가 사흘간 한꺼번에 쏟아졌다. 전 지구가 극한기후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8월 9일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담은 한 편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8월 9일 공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WG1) 요약본이 전 세계에 경종을 울렸다.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상관없이 2040년이 되기 전에 지구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 이상 상승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2018년 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제시했던 기간을 10여 년 앞당긴 수치다.
온도 상승 곡선은 점차 가팔라지는 추세다. 2011~2020년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 대비 1.09℃ 상승했다. 2014년 제5차 평가보고서 때 2003~2012년은 산업화 이전 대비 0.78℃ 상승했다고 평가했는데, 7년 만에 벌써 0.3℃ 높아졌다. 제6차 평가보고서에 총괄주저자로 참여한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는 “과학적인 근거들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며 “이미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그에 따른 기후변화가 광범위하고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는 인간 탓이라는 명백한 증거


지구 온도가 오르면서 지구의 평균 해수면도 상승하고 있다. 1901년 대비 2018년 해수면은 약 0.2m 높아졌다. 해수면 상승 속도도 1901~1971년 한해 평균 1.3mm에서 2006~2018년 한해 평균 3.7mm로 약 2.85배 더 증가했다.


이는 주요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2011년 391ppm이었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9년 410ppm으로 늘었다. 이는 최소 200만 년간 전례 없는 수치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인간 활동에 의해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지구온난화 사이에 선형적인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이 인류에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 IPCC는 대기 중 메탄 함유량이 80만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지구온난화를 위해 메탄 배출 감축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머무는 시간이 짧지만 온난화 효과는 80배 이상 크다. 메탄을 줄이면 온난화 저감 효과와 더불어 대기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온실가스는 지구 온도를 1~2℃ 높였을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혔다. 가령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중 56%가량은 해양과 지구 표면에 흡수된 것으로 평가됐는데, 이는 해양 산성화로 이어졌다.

 

해수면 상승 억제 “이미 돌이킬 수 없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며 홍수,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50년 만에 한 번씩 일어나는 극한 고온 현상은 산업화 이전 대비 4.8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하면 최대 8.6배까지 증가하고, 폭염 시 최고 기온도 2℃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가뭄은 2.4배, 홍수는 1.5배 증가하고 태풍 빈도도 1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 확률은 온도가 높아질수록 증가해, 4℃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39배까지 늘었다.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발생하는 등 복합현상이 광범위한 지역에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제6차 평가보고서에는 평균 지표 온도, 평균 강수량, 극한 고온 등 인간 사회 및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기후영향인자(CID) 35가지를 토대로 현재 상태를 평가했다. 또 앞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도에 따라 인류가 맞이하게 될 다섯 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2081~2100년 지표 온도 상승 폭은 최저 배출 시나리오에서 1.0~1.8℃, 최고 배출 시나리오에서 3.3~5.7℃로 나타났다. 최소 배출 시나리오를 제외하고는 1.5℃ 지구온난화를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여러 가지 현상 중 일부에 대해서는 ‘되돌리기 이미 늦었다’는 회의적인 평가도 담겼다. 비가역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해수면 상승이 대표적이다. 탄소배출을 극단적으로 감축해 지표 온도를 1.5℃ 이하로 억제하는 시나리오를 달성해도 앞으로 수백 년 동안 해수면 변화는 막지 못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열팽창, 극지방 대륙빙하 붕괴 등은 해수면 상승의 원인이 된다. 기후시스템마다 반응 시간이 서로 다른데 기온은 수십 년 내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반면 해수면 변화는 수백 년이 걸린다.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미래기반연구부 팀장은 “온돌이 한 번 뜨거워지면 불을 빼도 일정 기간 유지되는 것처럼 해수면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7년 만에 발표된 기후변화 성적표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협의체다.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어 연구결과가 전 세계 기후변화 정책으로 이어진다. 1995년 제2차 평가보고서는 2년 뒤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는 데 공헌했고, 제5차 평가보고서는 2015년 파리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8월 공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는 올해 11월 영국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6)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7년 만에 발표되는 제6차 평가보고서는 약 1만 4000편의 연구 논문을 종합해 기후변화의 현실과 미래를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교수는 “제5차 평가보고서 발간 이후 관측 자료의 품질이 향상됐고, 기후과학에 큰 진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기후민감도에 대한 정확도를 높인 것은 가장 큰 성과다.


기후민감도(기후평형민감도)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280ppm)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을 때 온도의 반응을 예측하는 개념이다. 동일한 탄소배출 시나리오라도 기후민감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어 기후변화과학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기존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되면 1.5~4.5℃ 사이로 전 지구 지표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2.5~4℃로 오차범위를 좁혔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구름 변화, 알베도 효과에 대한 이해 등이 높아지며 30여 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미래 지구 온도 변화와 해수면 상승을 전망하는 방법론이 크게 개선됐다. 단기 기후변화에서 자연의 변동성이 미치는 영향도 더욱 강조됐다. 이 교수는 “다양한 주기의 자연변동성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많은 평가가 이뤄졌다”며 “20년 내 단기 기후변화에서는 자연변동성이 인위적으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거나 일부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적도 태평양 수온이 오르는 엘니뇨 해가 되면 전 지구적으로 기온이 오르는데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온도 상승폭이 지구온난화 수준을 크게 넘어설 수 있다.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꼽히는 2016년이 여기 해당된다.


2014년 발표된 제5차 평가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면 이번 제6차 평가보고서에서는 그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이 명료해졌다. 이회성 IPCC 의장은 “인간의 행위가 기후변화를 일으켜 극단적 기상현상을 더욱 빈번하고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데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파리협정 체결 이후 130여 개국이 앞다퉈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몰두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12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이루기 전에 1.5℃ 지구온난화가 먼저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 발표될 제3실무그룹(WG3) 결과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하거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상향 조정하는 등 대폭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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