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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7월 27일

운명하셨습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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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 기사를 쓰고 있는 노트북에도, 여러분이 들고 있는 과학동아 표지에도 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생각 없이 플라스틱을 쓰던 생활을 멈추고 죽음을 맞이한 플라스틱의 면면을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간 기자가 버린 플라스틱을 모두 모으고, 그중 13개를 꼽아 재활용 통에 버리기 전에 ‘영정사진’을 찍었다. 재활용으로 열 제2의 삶을 축복하며. “플라스틱 여러분, 한평생 고생 많으셨습니다.”

 

❶ 샴푸 용기 (복합소재)
펌프와 통 등 여러 부분으로 구성돼있다. 플라스틱류 재활용 마크와 ‘페트’란 글씨가 적혀있고, 그 아래에 ‘펌프: OTHER, 캡: PP, 재활용 어려움’이라고 쓰여 있다.  
❷ 보냉제 (고흡수성 수지)
비닐 포장재 안에 고흡수성 수지가 들어있다. 고흡수성 수지는 자기 무게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많은 물을 흡수할 수 있다. 물을 흡수한 상태에서 얼려 보냉제로 활용한다. 포장재에 비닐류 재활용 마크와 ‘OTHER’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❸ 텀블러 (트라이탄 등 복합소재)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했지만, 오래 사용하다 보니 냄새가 배 버렸다. 트라이탄은 투명하면서도 내열성과 내구성이 좋아 텀블러나 젖병 등을 만드는 데 쓴다. 
❹ 컵라면 용기 (폴리스타이렌·PS)
용기 바닥에 플라스틱류 재활용 마크가 그려져 있고 ‘PS’라 쓰여 있다. 뚜껑을 깔끔히 떼고 물로 여러 번 헹궜다. 
❺ 삼각 티백 (나일론 등 복합소재)
즐겨 마시던 홍차 티백도 플라스틱이다. 고급 차를 우릴 때 쓰는 삼각 티백의 거름망은 대부분 나일론이나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섬유다.
❻ 과자봉지 (복합소재)
과자를 다 먹고 남은 봉지를 물에 헹궈 말렸다. 비닐류 재활용 마크와 ‘OTHER’란 글씨가 적혀있다.  
❼ 아이스티 스틱 (복합소재)
비닐류 재활용 마크와 ‘OTHER’라는 글씨가 쓰여있다. 비닐 폐기물을 쪽지처럼 접어 버리면 부피가 작아져 선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펼쳐 버려야 한다.  
❽ 생분해성 빨대 (폴리락틱애시드·PLA)
‘썩는 플라스틱’으로 널리 알려졌다. 편의점에 비치된 빨대 중에서 가장 환경에 영향을 덜 줄 것 같아 골랐다. 
❾ 칫솔 (복합소재)
칫솔모는 폴리부틸렌 테레프탈레이트(PBT), 손잡이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로 만들었다.  
❿ 볼펜 (복합소재)
펜대는 플라스틱, 펜촉과 스프링은 금속으로 만들었다. 
⓫ 보건용 마스크 (폴리프로필렌 등 복합소재)
일회용 마스크에 사용되는 필터 소재는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일회용 마스크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버려진 마스크에서 배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또 다른 환경문제가 됐다.
⓬ 일회용 컵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커피를 마시고 남은 컵을 깨끗이 씻어 말렸다. 뚜껑과 바닥에 플라스틱류 재활용 마크와 ‘PET’란 글씨가 적혀있다.
⓭ 마트 포장재 (폴리염화비닐·PVC)
마트에서 사 온 샐러리를 감싸던 랩이다. 업소용 랩은 폴리염화비닐(PVC)로, 가정용 랩은 폴리에틸렌(PE)으로 만든다. PVC로 만든 랩이 더 끈적거리는 질감이라 물건을 감싸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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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7월 27일
이들 모두 재활용 불가.
영영 안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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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은 대표적인 재활용 가능 소재다. 자취 경력 7년 차인 기자가 매의 눈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을 분류했다. 기왕 플라스틱 폐기물을 모아보기로 했으니 평소보다 더 열심히 씻고 재활용 마크를 확인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여기 플라스틱 폐기물 13개 모두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거나 소각될 운명이다. 잘못 버렸거나, 재활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거나, 재활용 체계가 미비해 현재로선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활용 불가 사유

"내가 잘못 버렸다"

환경부는 분리배출 핵심 4가지로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를 꼽는다. 아무리 헹궈도 붉은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는 플라스틱 용기는 쪼개어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해야 한다. 폐마스크는 일반쓰레기다. 분리수거 과정에서 마스크에 남아있던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재활용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현재 플라스틱 폐기물은 대부분 폐기물을 잘게 분쇄해 녹여서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재활용한다. 중요한 건 폐기물의 순도다. 폴리에틸렌이면 폴리에틸렌, 폴리스타이렌이면 폴리스타이렌끼리만 모여 있어야 재활용했을 때 품질이 좋다. 과자봉지, 샴푸 용기 등 한 제품 안에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제품은 순도가 낮아 재활용할 수 없다.


"현재 재활용 체계에서 재활용품으로 선별되지 않는다"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라는 재활용 마크가 있는 일회용 컵이 재활용품 선별시설에서 재활용품으로 선별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투명한 일회용 컵은 PET 외에도 폴리프로필렌(PP) 등 여러 재질로도 만드는데, 사람이 일일이 플라스틱 재질을 구분하는 선별장에서 이 둘을 구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볼펜, 칫솔, 병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 폐기물도 선별하기 어려워 버려진다. 폴리염화비닐(PVC)도 가정에서 소규모로 배출할 경우 재활용하기 어렵다.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버려야 한다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도 있다"

플라스틱은 열을 가했을 때 녹는지, 타는지를 기준으로 열가소성 플라스틱과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나뉜다. 멜라민, 에폭시 등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녹지 않기 때문에 재활용할수 없다. 트라이탄, 실리콘 등은 재활용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일반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막 버려도 분해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58℃ 안팎의 온도 조건을 조성해 줘야 6개월간 90% 이상 분해돼 퇴비가 된다. 현재 국내에는 이런 조건을 조성해 줄 전용 처리장이 없

 

202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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