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폭 주름살 모양의 유수구가 발달한 치마바위, 풍화작용의 영향을 받은 벌집바위, 절리가 발달한 호박바위는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을까.
서울지역은 노년기 및 만장년기 상태의 지형이다. 장구한 세월 동안 진행된 침식과 풍화작용의 영향을 받아 침식분지를 이루고 있다.
분지 주변에는 북악산 인왕산 북한산 남산 낙산 등 한양 5악이 자리잡고 있다. 높이 8백36m의 북한산에서 2백60m의 남산에 이르는 71개의 산들은 서울 면적의 22%를 점유한다. 이들 산악은 중심부를 관류하는 한강과 더불어 자연의 오묘함을 뽐내고 있다.
황주산맥의 지맥
25년만에 개방된 높이 3백38m의 인왕산은 황주산맥의 지맥. 도봉산과 북한산에서 시작된 서울화강암의 연봉들이 구릉성 산지를 형성하고 있는 끝 부분에서, 북한산 안산 백운산의 중앙부에 길이 2㎞, 폭 1㎞ 규모로 남북방향으로 뻗쳐 있는 돔형의 암봉이 바로 인왕산이다.
인왕산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 북부지역은 약 2억년 전인 중생대 쥐라기 중기에 형성됐다. 한반도 지사(地史)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습곡작용의 하나인 대보운동의 영향을 받아 대보화강암류가 주류를 이루면서, 서울 북부지역에 분포하는 서울화강암이 관입되어 대규모적인 저반을 형성하게 된 곳이다.
저반이란 화성(火成)활동의 일종인 대보습곡운동과 같은 지각운동의 결과, 지하 깊은 곳에 있던 많은 양의 마그마가 관입돼 지표 근처에 대규모적인 하나의 암석덩어리(巖體)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화강암으로 구성된 산지들인 도봉산 수락산 북한산 불암산 북악산 인왕산 등은 20㎞에 이르는 하나의 암체, 즉 저반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암체는 암석을 구성하고 있는 조암광물들의 특성에 따라 부분별로 강도의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서울 북부지역은 약 2억년의 기간 동안 지표에서 차별풍화와 침식이 진행돼 약한 부분은 낮아지고 강한 부분은 남아 오늘날과 같은 분지와 구릉성 산지들로 분리돼 발달하였다.
서울 북부지역의 화강암 저반 중에서 가장 남쪽에 소규모적인 잔구로 남아있는 인왕산 지역의 기반암은, 장기간 동안 진행된 화학적인 풍화작용의 영향으로 화강암의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쉽게 부스러지는 푸석바위로 변화됐다. 따라서 산지파괴의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남북방향 2㎞의 능선을 중심으로 동서사면에 분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미(微)지형인 자연경관들은 북에서부터 기차바위 능선, 치마바위, 인왕산 정상부, 매바위, 범바위, 이슬바위, 모자바위, 무명바위, 선바위 등의 순으로 자리잡고 있다.
파쇄절리와 판상절리
주로 화강암지역에 소규모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암석의 미지형 중에서 인왕산에서 볼 수 있는 특성들을 그와 관계된 암괴를 중심으로 알아보자.
지하 깊은 곳의 암석들이 지표면으로 노출되면 위에 덮여 있는 물질들이 제거됨에 따라 압력이 낮아져 팽창한다. 암석의 팽창과 수축이 반복됨에 따라 금이 더욱 발달하게 되는데 이것을 절리라고 한다. 광물들의 입자가 미립질의 고운 상태로, 팽창 및 수축량이 일정하지 않고 광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때는, 암편들은 작은 규모로 깨어지게 되고 절리는 일정한 방향성을 잃게 된다. 그러나 반대일 때는 절리 사이의 거리가 커져 암괴는 대규모가 되고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게 된다.
전자의 경우를 파쇄절리, 후자를 판상절리(판자모양처럼 직선상으로 깨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라고 한다. 수직일 때 판상의 수직절리, 수평일 때 판상의 수평절리, 기울기를 가질 때 판상의 사절리라고 한다.
인왕산지역의 화강암은 가리장석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담홍색 화강암과 흑운모의 암색(暗色)대와 석영 장석의 명색(明色)대가 혼합된 흑운모 화강암이다. 광물의 조직은 중립질 및 조립질의 특성이 나타나는데 판상의 수평 수직 및 사절리들이 넓다란 간격으로 분포하고 있다. 서울 북부지역에 있는 다른 화강암산지들과 비슷한 특색을 보인다.
날렵한 치마폭
기차바위능선은 길이 2백m, 높이 1백m로 이루어진 거대한 암괴. 판상 3개의 수평절리들이 동일한 간격으로 평행하게 발달하고 있지만, 동서 양측의 암괴 하단부에서는 2m 두께의 판상 사절리가 파괴돼 부분적인 단애를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기차바위와 연결되었던 중앙의 약한 부분이 차별풍화와 침식으로 분리된 치마바위는 정상부에서 동서의 양측으로 40°~50° 경사로 판상의 사절리가 매끈하게 나타난다. 마치 날렵한 한폭의 치마폭을 연상케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암괴에서도 기차바위와 동일한 부분에서 2m 두께의 암편이 사절리를 따라 암석낙하 현상이 일어나 파괴가 진행됐다. 그결과 동서 간의 암괴의 폭은 계속해서 좁아져 가고 있다.
치마바위의 중간 높이에 있는 수평의 판상절리 이외에는 수평절리가 거의 나타나지 않은 채 50㎝ 폭의 암벽에 2m 간격의 유수구가 수직으로 발달됐다. 치마폭의 주름살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유수구란 암석표면으로 흐르는 물이 수분에 약한 장석을 주변보다 빨리 용해시켜 홈통처럼 움푹 판 부분을 말한다.
치마바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판상의 사절리로 인한 매끈한 40°경사의 암벽과 치마폭 주름살 모양의 유수구의 발달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강암 지형에는 돌기둥인 암주와 다양한 형태의 타원형 암괴인 호박바위들이 발달하고 있다. 3백38m의 인왕산 정상에는 높이 3m와 폭5m의 암주와 호박바위들이 주변의 푸석바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다.
수평절리가 발달되지 않은 곳에서는 절리를 따라 풍화작용이 진행됨으로써 암주가 형성되고, 판상의 수평절리와 수직절리들이 직교상으로 교차할 때는 타원형의 암괴인 호박바위가 형성되게 된다. 이는 인왕산 능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미지형이다.
수분의 증발량이 강수량보다 많아 지하의 염분이 모세관 현상으로 지표로 올라오면 암석에 영향을 준다. 또 염분을 포함한 바닷바람이 암석에 영향을 주면, 장석이나 운모와 같이 염분 저항력이 약한 광물들이 많이 포함된 암석에서는 용식작용이 진행된다. 그렇게되면 석영의 입자들은 떨어져 나가 여러가지 형태와 크기로 암괴의 면들이 파이게 되어 벌집바위를 발달시키게 된다.
인왕산 능선의 남측 사면에 있는 10m 높이 8m 폭의 암주인 매바위, 그리고 범바위 모자바위 이슬바위 선바위 등의 암봉이나 암괴에는 북서풍에 포함된 염분에 의한 용해작용이 일어났다. 따라서 형성된 벌집바위들이 확장되고 있거나 새로운 벌집바위들이 발달하고 있다.
특히 높이와 폭이 10m 내외로서 암괴에 수직 및 수평의 판상절리가 하나씩 발달돼 있는 선(禪)바위는 가장 대표적인 벌집바위의 형태를 갖춘 암주로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인왕산에는 판상절리의 발달에 따른 암석 형태와 염분에 의한 풍화작용의 영향을 받은 벌집바위, 그리고 절리의 영향을 받은 기둥바위와 호박바위 등이 가장 아름다운 자연경관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