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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도로 위를 누빈 전기차의 수는 1100만 대다. 지금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10년 뒤에는 전기차가 1억 4500만 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은 급속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하고 운행거리와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의 본격적인 대중화를 위해서는 이런 단점을 극복할 기술이 중요하다.
 

 

1│무선 충전 기술로 달리면서 충전한다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 “한 번 충전하는데 오래 걸린다.”


전기차 구매를 고려 중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문제다. 급속 충전기가 없다면 완전히 충전하는 데 6시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은 전기차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이 문제를 달리면서 충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2021년 1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일렉트레온은 스웨덴 남동부 발트해에 위치한 섬인 고틀란드에 전기차를 위한 무선 충전 도로를 건설했다. 길이 1.65km의 도로 아래에는 구리로 된 송전 코일이 들어있다. 전기차가 이 코일 위 도로를 달리면 자동차 바닥 부분에 장착된 전자기 유도 충전 시스템이 전력을 공급 받는다. 무선 충전 도로 200m 구간을 40t(톤) 전기트럭이 시속 60km로 주행할 경우 평균 전송 속도 70kW로 충전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급속 충전기의 속도와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2010년 KAIST 무선전력전송연구단이 개발한 무선 충전 전기버스인 ‘올레브(OLEV)’가 2021년 7월 현재 대전에서 시범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올레브는 전기선이 매설된 도로 위에서 1분 충전하면 약 3km를 이동할 수 있다.


전기차에 탑재된 거대한 리튬이온배터리는 생산비를 높이고 자동차의 하중을 늘리며 자동차 내부 공간까지 잡아먹는 주범이었다. 무선 충전이 활성화돼 상시 충전이 가능해지면 배터리의 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2│다 쓴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vs. 재활용

 

현재 전기차의 수명은 7~10년이다. 이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성능과 관련이 깊다. 약 500회 충전한 리튬이온배터리는 점차 성능이 떨어져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충전 속도가 감소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이 초기 대비 80% 이하가 되면 교체 대상인 폐배터리가 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배터리는 2020년까지 전국 493개였지만, 2023년에는 1만 3826개가 더 쏟아질 예정이다. 2026년이 되면 10만 개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배터리는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하고 있다. 유독물질이라 일반적인 쓰레기로 소각하거나 매장할 수 없다. 이에 앞으로 쏟아져 나올 폐배터리 문제를 해결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 

 


첫 번째 방법은 재사용이다.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를 수리해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재사용한다. ESS에는 배터리 잔존성능이 초기 대비 70~80%만 돼도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재활용이다. 코발트, 니켈 등 금속을 추출해 다시 전기차 배터리의 재료로 재활용한다. 리튬이온배터리 셀 내부에는 리튬 원자가 있어 전해질을 통해 금속 산화물 양극과 흑연으로 구성된 음극을 오간다. 이 가운데 금속 산화물에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포함돼 있는데 상당수는 희토류 등 희귀한 금속이다. 셀을 기계적으로 분해하면 이들 희토류를 회수할 수 있다. 광석에서 금속을 채취하듯 셀 덩어리를 용광로에 넣어 제련하는 ‘건식제련’과 셀을 산성 용액에 넣어 필요한 재료를 뽑아내는 ‘습식제련’이 있다.

 


3│모터 달린 신발을 신다, 인 휠 모터 시스템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에너지 효율이 19% 수준인 데 반해 전기차는 37%로 두 배 이상 높다. 이런 전기차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 바로 ‘인 휠 모터’ 시스템이다.


인 휠 모터는 자동차의 서스펜션, 조향, 제동부품과 구동 모터를 모두 바퀴 안에 넣은 시스템이다. 전동킥보드와 일부 전기자전거에 적용된 구동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1898년 인 휠 모터의 개념이 등장했을 당시에는 이를 자동차라는 커다란 운송수단에 구현할 기술력이 부족했지만, 120여 년이 흐른 지금 여러 자동차 제조사들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내연기관차는 연료를 실린더 내부에 분사하고, 점화 플러그로 폭발시켜 힘을 얻고, 피스톨을 밀어내 회전에너지를 만들며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기계적인 마찰과 열 손실 등 버려지는 에너지가 많다. 반면 인 휠 모터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바로 바퀴를 굴리는 데 사용하면 돼 구동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자동차 내부에 동력 전달장치 부분이 따로 필요 없어 공간 활용성이 높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코너링 시 바깥쪽과 안쪽의 회전수를 바꿔주는 차동기어장치도 필요 없다. 자동차 디자인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기계 장치가 줄어들며 새로운 디자인도 가능해진다. 다만 인 휠 모터가 적용되려면 좌우 바퀴의 움직임을 정확히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먼저 갖춰야 한다. 도로의 충격과 진동이 그대로 모터에 전달될 수 있어 내구성도 필수다. 


4│오직 당신만을 위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전기차의 친환경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타이어, 브레이크패드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를 문제 삼는다. 심지어 전기차는 차체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평균 200kg 무겁고, 순간적으로 가속력이 발생하며 바퀴에 전달되는 토크가 강해 타이어의 마모가 심하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가 필요한 이유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폭이 좁고 지름은 상대적으로 크다. 폭이 좁으면 공기와 닿는 부분이 적어 공기역학적으로 유리하고, 타이어의 지름을 늘리면 회전 저항을 낮춰 운동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다만 타이어 폭이 좁아지면 타이어에 가해지는 저항이 줄어들어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문제는 타이어 패턴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타이어 홈 모양에 따라 자동차의 제동성, 가속성 등 차량의 주행 성능이 달라진다. 홈의 깊이가 깊을수록 제동거리가 짧아진다.

 


 

5│촘촘히 박힌 태양광 패널로 충전 없이 달린다

 

태양광 에너지를 자동차가 달리게 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자동차 지붕에 설치하는 태양광 패널이다. 2019년 네덜란드 스타트업 라이트이어는 장거리 태양광 전기차 ‘라이트이어 원’의 시제품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라이트이어 원은 후드와 지붕에 덮인 5m2의 태양전지에서 동력을 얻는다. 한 번 충전으로 725km를 달릴 수 있다.


상용화를 앞둔 모델도 있다. 2020년 12월 미국 자동차 업체 압테라는 충전이 필요없는 태양광 전기차를 공개했다. 비행기를 닮은 유선형 3륜차로 지붕에 달린 3.1m2 넓이의 태양광 패널로 하루 약 72km를 달릴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21년 7월 태양광 충전 기능을 탑재할 수 있는 모델이 출시됐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G80 전동화 모델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솔라루프 옵션이 있다. 솔라루프는 약 3km를 주행할 수 있는 730Wh(와트시·1W의 전력을 1시간 생산한 전력량)의 전력을 하루 동안 충전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지만,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배터리가 충전돼 방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아직 태양광 전기차의 주행거리는 길지 않지만, 짧은 거리라도 연료 없이 다닐 수 있다는 장점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1년 말 출시될 압테라의 자동차는 미국에서 사전예약 4000대를 돌파했다. 다만 땅이 좁고 인구밀도가 높아 지하주차장이 많은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지는 미지수다.

 

2021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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