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닉 퓨리도 보는 눈이 없다니깐~, 어떻게 스파이더맨을 빼고 어벤져스를 만들어?
그러니까 사람들이 헐크가 최고라고 하지. 정말 최곤 난데 말이야.
이번 기회에 나만의 어벤져스를 만들어 닉 퓨리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어. 아이언맨, 호크아이, 헐크, 캡틴 아메리카, 토르, 블랙위도우? 이들을 뛰어넘는 최고의 능력자들만 모으면 되지! 하지만 어벤져스 녀석들이 꽤 쎄단 말이야. 보통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기기 어려워…. 그렇다면 내가 거미의 능력으로 최고의 영웅이 된 것처럼 초감각, 초능력을 가진 특별한 동물들을 불러 모아야겠어.

일단 대장인 나부터 능력을 좀 공개해볼까. 초인적인 힘과 반사신경 말고도 영화에서도 공개하지 않은 초감각이 있지. 사실 내 털은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어. 거미의 다리에 있는 감각모의 능력을 받았거든.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물체의 방향과 크기는 물론이고 곤충의 날개짓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예민하지. 주변에 적이 다가온다?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어벤져스의 어떤 멤버보다도 빨리 알아차리고 공격태세를 갖출 수 있다~, 이거지. 어벤져스 녀석들, 요건 몰랐겠지?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 어벤져스의 전력을 한명씩 분석해 볼까. 일단 초능력이 없는 멤버가…? 그래, 호크아이와 아이언맨. 호크아이는 명사수지. 활을 쏘기만 하면 백발백중이거든. 듣자니, 공기의 흐름과 습도까지도 고려해서 활을 쏠 방향과 힘을 조절한다더군. 화살종류는 또 좀 많아? 산성 화살, 올가미 화살, 부메랑 화살, 전기화살, 불꽃화살…. 그 종류만 수십 가지니 초능력은 없어도 어벤져스에 들어갈 만한 실력이긴 하지. 게다가 어릴 때 서커스단에서 묘기를 배우면서 민첩성과 체력을 키웠고 말이야. 듣자 하니 검술실력도 뛰어나다더군.
그래도 활이 없다면? 활이 다 떨어지면? 그저 체력 좋은 보통 사람 아닌가.
그렇다면 활이나 부메랑이 없이도 호크아이의 활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멤버를 물색하면 되겠군.
흠…, 매는 어떨까. 300m 상공에서도 정확하게 먹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뛰어난 시력은 기본, 시속 130km로 낙하해 사냥을 하는 민첩함도 가졌지. 호크아이 같은 보통 인간보다 20배는 멀리 볼 수 있으니 호크아이가 매의 존재를 눈치채기도 전에 바로 탁! 잡는거지.
수중전이라면 피라니아가 좋겠어. 호크아이의 화살은 물속을 뚫고 적군을 무찌르겠지. 하지만 흙탕물이면 호크아이도 별 수 없지. 상대가 보여야 활을 쏠 테니까. 피라니아는 달라. 원적색광 을 볼 수 있는 초감각적인 눈이 있어서 흙탕물이 검은색이 아니라 암적색으로 보이거든. 흙탕물에 숨어 있는 적군도 마치 투명한 냇가에 숨어있는 적군을 보듯 찾아낼 수 있단 뜻이지. 게다가 피라니아는 사실…, 식인물고기야. 백상아리 만만찮은 사냥실력을 가지고 있지.
후후, 셋 모두 호크아이보다 나은 거 같은데? 다음은 잘난척 대장 아이언맨이다!

어벤져스에서 아이언맨이 영웅이 될 수 있었던 건 솔직히 딱 한가지지. 하늘을 점령했거든. 아무도 날 수 있는 애들이 없어. 그래서 핵폭탄을 홀로 짊어지고 우주로 날아갔다가 살아 돌아오면서 일대의 영웅으로 떠오르지. 로키가 외계 용병 부대인 치타우리 종족을 지구로 소환하기 위해 스타크 타워 꼭대기로 에너지원 ‘큐브’를 가져갔지. 이 때도 로키를 쫓는 유일한 멤버가 아이언맨이었거든. 고로, 아이언맨보다 하늘에 대해서 더 잘 아는 멤버! 공중전에서 자신의 초감각을 최고치로 발휘할 수 있는 멤버로 골라야 해.
머릿속에 탁 떠오르는 멤버가 있군. 극제비갈매기. 지구상에서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하는 종이면서 매년 북극과 남극을 왕복하지. 한 번에 4만km가 넘게 이동할 정도로 에너지도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에 뒤지지 않는다고. 무엇보다 하늘에서 타고난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어. 태양과 달의 위치, 별자리를 보고 방향을 잡거든.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태어난 능력이지. 폭풍이 오거나 구름이 껴서 태양과 달이 가려져도 빛이 산란하면서 만들어내는 편광패턴을 읽고 방향을 잡는단다.
또 빛이 전혀 없는 캄캄한 곳에서도 남쪽과 북쪽을 알 수 있어. 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이들의 시야에는 두 개의 색깔이 있는 점이 있는데 이 점들이 각각 남극과 북극의 위치와 일치한다고 해. 지구 자기장을 본다는 거지. 게다가 뛰어난 후각으로 공중에서도 자신이 지나가는 곳의 바다나 풀냄새를 기억하고 폭포나 산이 내는 초저주파음향을 기억해서 위치를 알 수도 있다고 해.
반면에 아이언맨을 봐. 전투 중 물리적인 공격이나 전자파 공격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생긴 상태에서 처음 보는 곳에 떨어진다면? 핵폭탄이 설치된 국방부의 위치는 커녕, 자신이 세운 스타크타워의 위치도 못 찾을 걸.
또 공중에서 태양 방향으로 유인하면 아이언맨은 눈이 부셔서 공격도 못하겠지? 하지만 극제비갈매기는 태양빛을 정면으로 볼 수 있지. 아까 편광패턴을 읽는다고 했지? 각막에 편광필터가 있기 때문인데, 이 말은 곧 선글라스를 썼다는 뜻이거든. 이만하면 우리 편의 승리 아니겠어?

처음에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동물로 아이언맨 수트를 감전시키는 게 더 좋을까도 생각했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금속이니까. 그런데 저번에 토르가 슈퍼망치 묠니르로 전기를 만들어서 아이언맨을 공격하니까 오히려 수트 배터리가 충전되더라? 그래서 생각했지. 전기능력을 가진 멤버는 아이언맨이 아니라 토르와 붙여야겠다고 말이야.
토르는 천둥의 신이야. 신체 내구력이 워낙 좋은데다가 전투광이라 싸울 때는 피곤함도 느끼지 않는다고 해. 힘으로는 이기기 어렵지. 즉, 한방에 외상이 아닌 내상을 입히는 게 전투 승리의 관건! 그렇다면 전기만한 게 또 없거든.
그리고 무식하게 힘만 세서 묠니르만 휘두르잖아? 싸울 때 이 두가지 점을 이용하는 거야. 일단 약간의 물이 있는 곳에서 전투를 시작해야 해. 웅덩이도 괜찮아. 토르가 묠니르로 엄청난 전기파를 만들 때 물에 전기를 흘리는 거야. 아마존에 사는 전기뱀장어지. 꼬리에서 최대 550V의 전기를 만들어내거든. 이 정도면 민물고기, 개구리는 물론 말이나 사람도 죽어. 얼룩통구멍은 모래와 비슷한 색을 띠고 모래 속에 얼굴만 내밀고 숨어 있다가 눈 사이에 있는 발전기관으로 먹이를 기절시켜. 토르망치에 머리만 콕 대도 토르는 바로 감전으로 기절하는 거지.
생각해보니 죽음의 벌레도 좋을 것 같은데? 활까지도 필요없어. 그냥 적군의 발 밑을 슥~,하고 지나가기만 하면 되니까. 아직 학계에선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초감각동물 사이에서는 유명하지. 몽골 고비사막 남쪽에서 발견됐는데 유목민들의 말에 따르면 낙타 떼가 사막을 횡단하던 중 갑자기 한 마리씩 차례대로 쓰러져 죽었다고 해. 이 벌레가 숨어 있는 모래 위를 걸어가면서 발굽이 벌레에 닿기만 했는데도 말이야. 몇 년 전에는 이 지역을 방문했던 미국 연구팀 중 한명이 쇠막대기로 모래를 푹푹 쑤시며 장난을 치다 그만 쿵하고 바닥에 쓰러지더니 죽어버린 일도 있었지. 벌레가 사막 모래를 몸으로 쓸고 다니면서 몸 표면과 마찰을 일으켜 전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었거든.

캡틴 아메리카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활동한 영웅이야. ‘슈퍼 솔저’ 프로그램을 통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근력을 얻었지. 하지만 체력은 모든 영웅들이 다 좋잖아? 캡틴 아메리카의 진짜 능력은 유일한 군인 출신으로 훌륭한 지휘능력을 가졌다는 거야. 지난번에 영화 ‘어벤져스’에서 봤지? 다른 영웅들에게 각자 맡을 장소와 전략을 지시하는 거.
그래서 맞대응할 멤버로 힘도 세면서 전투전략을 잘 짜는 녀석들로 생각해 봤어. 바로 기린과 코끼리 부대야. 기린은 7km까지도 내다볼 수 있을 만큼 시력이 좋아. 하지만 무엇보다 초저주파수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래서 기린들끼리는 공개적으로 전투전략을 짜도 어벤져스 팀은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지. 코끼리도 마찬가지야. 14~24Hz의 초저주파수 범위에서 10분 정도의 간격으로 5~10초간 지속적으로 짧은 소리를 내며 대화를 하지. 낮에는 4km, 밤에는 10km 먼 곳에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단다. 광활한 벌판에서 일사불란하게 이동할 수 있는 비결이지. 게다가 기린이나 코끼리나 덩치로 따지면 캡틴 아메리카의 배는 되지. 힘도 밀리지 않는다고.
바다에서 싸움을 벌이면? 우리에겐 수염고래가 있지. 역시 저주파를 사용하는 데 무려 수 백km 밖에 있는 다른 고래와도 대화할 수 있단다. 음파는 물 속에서 공기보다 5배 빠르게 통과하기 때문에 저주파가 육지에서보다 더 멀리 전달되거든.

으…, 드디어 헐크 차례군. 대량의 감마선에 노출돼 헐크가 됐기 때문에 감마선을 인지하는 능력이 탁월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힘이 엄청 세다는 거야. 화가 많이 날수록 더 세져서 그 힘이 무한대라는 소리까지 있을 정도지. 산을 통째로 날려버린다던가, 건물을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건 약과지. 항공모함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니 말이야. 게다가 몸은 총알도 못 뚫을 정도로 단단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힘으로는 이길 방법이 없어.
그래서 연가시를 멤버로 선택했어. 헐크의 뇌를 조종해서 스스로 항복하게 하는 거지. 연가시는 굵은 철사줄 모양의 선형동물로 길어도 70cm 정도야. 몸집은 헐크에 비할 바가 아니지. 하지만 강력해. 사마귀나 메뚜기, 꼽등이에게 기생하는데 자신이 알을 낳을 때가 되면 물가로 유인하는 신경조절물질을 분비해서 숙주가 스스로 물가에 뛰어들어 죽게 만들지. 그리곤 물 속에 자신의 알을 낳는 거야. 눈에 잘 띠지 않는데다가 뇌를 조종하는 특이한 능력 때문에 ‘작은 에일리언’이라는 무시무시한 별칭이 있을 정도지.
최면도 방법일 수 있어. 검독수리, 코브라는 눈빛으로, 족제비과와 여우는 춤으로 최면을 걸지. 실제 검독수리가 있는 우리에 토끼를 집어넣었더니 검독수리가 토끼를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더래. 그런데 토끼도 도망갈 생각은 않고 멍하니 독수리만 쳐다보는 거야. 검독수리가 토끼를 덮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듯 도망가려고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 여러 실험에서 나타났어. 이집트의 줄무늬 코브라도 눈으로 최면을 걸어 먹이를 꼼짝 못하게 한 다음 독니로 물어버리는 걸로 유명하고.
붉은 여우는 꼬리를 입에 물고 뱅글뱅글 돌면서 먹이를 홀린다고 해. 이렇게 여우와 족제비과 동물들은 열광적인 춤으로 먹이의 정신을 빼앗아 순식간에 덮친다는군.

근데 최면은 헐크한테나 통해. 힘은 세도 본래 순하거든. 하지만 블랙 위도우에게는 절대 안 통하지. 어렸을 때부터 러시아에서 스파이 훈련을 받아왔거든. 쿵푸, 유도, 복싱 등 세계적인 격투기 선수기도 하지. 특히나 민첩함으로는 어벤져스 안에서도 따라올 사람이 없어.
그래도 작은갈색박쥐한테는 못당할 걸? 0.5초 만에 날아다니는 모기 두 마리를 잡는다니까! 상상이나 해 봤어? 청력이 예민해서 주변 환경이 변하면 바로 알아차리고 빠르게 행동을 취하거든. 보통 박쥐는 초음파를 발산해서 이 초음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감지해서 소리를 들어. 이런 음파탐지능력을 이용하면 주변 환경과 먹이의 크기, 움직임, 심지어 질감까지도 느낄 수 있지. 보통 박쥐가 이 정도인데 다른 박쥐보다 청력이 더 예민한 작은갈색박쥐는 얼마나 세밀하게 주변 환경을 파악하겠어. 모기 잡는 건 약과야.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물체도 슥슥~, 민첩하게 피한다니깐. 물고기가 만들어내는 물결파장을 탐지해서 수면 아래 물고기까지 잡는 사냥꾼 기질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 블랙위도우가 아무리 조용히 다가와도 감지할 수 있고 아무리 빠르게 공격해도 피하는 건 기본이요, 더 빠르게 공격도 가능하단 거지.
어때? 이 정도면 우리가 어벤져스보다 세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