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이 약물을 주입할 수 있는 미세침은 주사를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통각 신경에 채 닿지 않는 피부 아래 1mm 이내의 깊이로 미세한 침을 찔러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금까지 개발된 미세침은 피부에 붙인 뒤 약물 주입이 끝나면 다시 떼어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홍콩시립대 바이오의공학부 연구팀은 얼음으로 만들어 사용 후 떼지 않아도 되는 미세침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의공학’ 5월 3일자에 발표했다. 약물이 피부에 주입되면서 미세침은 체온에 녹아 피부에 흡수된다.
연구팀은 물과 세포 등 생체물질을 미세침을 만드는 주형에 넣고 영하 196℃까지 온도를 내렸다. 이때 생체물질이 극저온에서 사멸하지 않도록 다이메틸 설폭사이드와 수크로스를 결합한 동결보호제를 첨가했다. 얼린 미세침을 꺼내 상온(24℃)에서 손가락 끝에 놓자 60초 안에 뾰족한 끝 부분이 녹았다.
연구팀은 성능 시험을 위해 골수에서 추출한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로 만든 흑색종 예방 백신을 미세침으로 만들어 쥐에게 접종했다. 그 뒤 쥐에게 흑색종 종양을 이식해 본 결과, 피하주사나 정맥주사로 백신을 투여했을 때보다 종양의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쉬 첸지 홍콩시립대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는 “이 미세침은 단백질, 펩티드, DNA, 백신과 같은 다른 종류의 생물 활성 약물을 전달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doi: 10.1038/s41551-021-007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