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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내 옷이 만든 재앙 해양 미세섬유의 습격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 7월부터 치약이나 세정제에 미세플라스틱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부터 전국 바다의 양식장에 스티로폼 알갱이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부표 보급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07년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스티로폼으로 만든 일회용기 사용을 금지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7월부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했고, 2020년부터는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나 컵, 포크 등의 사용도 전면 금지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면서 법이 바뀌고, 서서히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그런데 아직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것이 있다. 바로 미세섬유다.


플로리다 바다, 미세플라스틱의 82%가 미세섬유
미세섬유는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한 종류로, 길이가 5mm 이하인 섬유 형태의 플라스틱을 말한다. 최근 바닷물 속 미세플라스틱 중 미세섬유가 대부분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대 식품및농업과학연구소의 마이아 맥과이어 박사는 2015년 9월 1일부터 지난해 8월 31일까지 ‘플로리다 미세플라스틱 인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61명의 시민과학자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 주변 해안의 바닷물을 채취해 안에 포함된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256개 지점에서 712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바닷물 1L당 평균 7.6개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들어 있었다. 이중 미세섬유가 무려 8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미세플라스틱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미세구체(마이크로비즈)는 7%에 불과했다(아래 그래프).

맥과이어 박사는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해양 미세플라스틱 문제를 먼 바다의 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과학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연구 전에는 바닷물 속에 미세구체가 가득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미세섬유가 월등히 많아 무척 놀랐다”고 말했다.
 
미세섬유, 한국도 심각해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2014년과 2015년에 울릉도와 독도 사이 중간 지점에서 해수면과 수심 10m 사이에서 채취한 표층혼합층과 수심 약 2300m 아래 퇴적물 속 미세플라스틱을 조사했다. 그 결과 표층혼합층 1m3당 평균 0.9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있었으며, 이 중 81%가 미세섬유인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결과에 비해 적어 보이지만 독도 근처임을 생각해보라). 퇴적물의 경우 1g당 평균 0.06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으며, 이 중 84%는 미세섬유였다(아래 그래프).
 
2012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중 KIOST의 자체 연구과제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연안환경 오염연구’에서도 바닷물 속에 미세섬유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5월(건기)과 7월(우기)에 각각 이틀간 거제 동부 내·외해역 21개 지점 바다에서 샘플을 수집했다. 구멍의 크기가 50μm인 수집망을 이용해 채집한 샘플을 분석한 결과, 미세섬유가 전체 미세플라스틱 입자 개수 중 34~35%를 차지해 첫 번째 또는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심원준 KIOST 남해연구소 남해특성연구센터 책임 연구원은 “조사 장소와 시기에 따라 미세플라스틱의 조성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세섬유에 대한 과학자들의 관심과 연구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심 책임연구원은 또 “합성섬유로 이뤄진 미세섬유는 대부분이 바닷물보다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거나 중·하층에서 재부유된다”며 “해양 생물은 표층보다는 그 아래에 많기 때문에 미세섬유가 생물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 생물 뱃속에 미세섬유 가득
2016년 9월 30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심해에 사는 생물도 미세섬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과 미셸 테일러 박사와 영국 스태포드셔대 및 영국 브리스톨대 공동 연구팀은 대서양 중부 및 인도양 남서부 지역 수심 300~1800m 깊이에 있는 해양 생물들과 미세플라스틱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9종의 생물 중 6종의 몸에서 미세섬유를 발견했다. 심해 생물이 미세섬유를 섭취한다는 사실은 이 연구를 통해 처음 밝혀졌다.

놀라운 점은 다른 미세플라스틱은 발견되지 않고, 미세섬유만 발견됐다는 것이다. 대서양 중부 수심 1783m에 사는 산호에서는 비스코스 미세섬유가 발견됐다. 인도양 남서부의 수심 1062m에 사는 소라게의 몸속에서는 아크릴, 폴리에스테르, 폴리프로필렌 등으로 이뤄진 미세섬유가 5개나 나왔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비록 샘플의 수가 적지만 서로 다른 먹이 기작을 가진 최소 3종 이상의 생물이 미세섬유를 섭취하고 있다”며 “심해의 생물들까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할 정도로 오염이 심각하다”고 밝혔다(doi:10.1038/srep33997).

우리가 먹는 해산물 역시 미세섬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15년 9월 24일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시장에서 구입한 어패류 속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연구 결과가 게재됐다. 미국 UC데이비스 수의학과 첼시 로크만 박사와 인도네시아 하사누딘대 해양과학과 아크바르 타히르 박사 공동 연구팀은 각 지역의 시장에서 어패류를 구입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는 11종 76마리를, 미국에서는 13종 76마리를 마련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구입한 어패류 중 6종, 21마리의 내장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미국에서 구입한 어패류는 9종, 19마리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발견했다. 특히 미국에서 구입한 어패류의 몸속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중 80%는 미세섬유였다.
 
해양 생물의 미세플라스틱 섭취는 소화기관에 변형을 일으킨다. 먹이 활동을 방해해 성장을 더디게 하거나 죽게 만들기도 한다. 미세섬유의 경우 소화기관 내에서 서로 엉켜 체외로 배출되기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심 책임연구원은 “미세섬유는 물론 미세플라스틱이 해양 생물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반드시 우리 입 속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72만 개 미세섬유 만드는 합성 섬유
바다 속 미세섬유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눈치 챘겠지만 바로 우리들의 옷이다. 폴리에스테르, 나일론, 아크릴, 비스코스 등 다양한 합성 섬유로 만든 옷을 세척할 때 어마어마한 양의 미세섬유가 배출된다. 지난 해 9월 30일 ‘환경과학기술’에 발표된 미국 UC산타바바라 니코 하트라인 연구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세탁기로 폴리에스테르 계열의 플리스(인조양털) 재킷 하나를 세탁할 때 평균 1.7g의 미세섬유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드럼세탁기보다 일반세탁기가 평균 5.3배 더 많은 미세섬유를 만들었으며, 세탁을 많이 해서 옷이 낡아질수록 더 많은 미세섬유가 방출됐다 (doi:10.1021/acs.est.6b03045).

영국 플리머스대 국제해양쓰레기연구팀 리처드 톰프슨 교수팀은 세탁기로 여러 가지 합성 섬유 6kg을 다양한 세제를 사용해 30℃와 40℃의 물로 세척했다. 세탁기에서 배출되는 물을 전자현미경으로 조사한 결과, 아크릴 섬유는 무려 72만8789개의 미세섬유를 배출했다. 폴리에스테르에서는 49만 6030개, 폴리에스테르와 면 혼방직물에서는 13만 7951개의 미세섬유가 나왔다. 이 연구는 지난해 11월 15일 ‘해양오염학회지’에 게재됐다(doi:10.1016/j.marpolbul.2016.09.025).

더 큰 문제는 합성 섬유의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등장한 2000년 이후 폴리에스테르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2030년에는 현재보다 폴리에스테르의 사용량이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위 그래프).

맥과이어 박사는 “해양 미세섬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합성 섬유로 된 옷의 구입을 자제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미세섬유를 방출하지 않는 섬유나 세탁기를 개발하고, 하수 처리장에서 미세섬유를 걸러내는 등 기업과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 책임연구원은 “1986년부터 2010년까지 미세플라스틱 관련 논문이 14편뿐이었으나, 2011년 이후로 465편의 논문이 나올 정도로 미세플라스틱 자체가 과학자들이 최근에 관심을 갖게 된 주제”라면서 “미세섬유는 물론 미세플라스틱의 오염물질 흡착이나 독성에 대한 연구, 나노 크기의 플라스틱에 대한 연구 등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킥스타터에 소개된, 미세섬유를 줄일 수 있는 제품 두 가지를 소개한다. 독일 발명가 알렉산더놀트와 올리버 스파이가 개발한 세탁망 ‘구피프렌드’는 옷을 넣고 빨면 미세섬유를 안에 가둬 배출을 막는다. 해양환경보호단체 로질리아 프로젝트는 작은 돌기들이 미세섬유를 잡는 ‘코라볼(위 사진)’을 개발했다.

그간 미세구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이유는 다른 미세플라스틱과 달리 소비자의 노력으로 충분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세섬유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도 줄일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in 과학동아 31년 기사 디라이브러리(정기독자 무료)

‘내가 쓴 화장품이… 해안을 더럽힌다고?’(2016.1)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601N036
‘플라스틱, 제대로 알고 버리기’(2012.8)
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1208N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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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현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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