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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의 영어이름 Asteroid에는 '별과같은'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다른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돌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 망원경으로 보아도 크게 보이지 않고 희미한 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근래 나온 몇 편의 SF영화에서 묘사된 소행성은 지구를 파괴하는 무서운 괴물로 그려진다. 물론 지름 수㎞의 작은 소행성이라도 지구와 충돌할 떄의 충격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이다. 하지만 소행성은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의 초기 모습이나 행성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정보를 쥐고 있는 태양계의 화석이기도 하다. 태양계의 다른 천체들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변했지만 소행성은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때문에 소행성에 대한 연구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도, 혹은 인류의 시작을 이해하는데도 모두 중요하다.

첫번째 소행성 세레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들의 궤도에 어떤 규칙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1766년 독일의 티티우스는 앞 수의 2배가 되는 수열 0,3,6,12…에 각각 4를 더하고 10으로 나누면, 행성에서 태양까지의 거리가 AU(천문단위: 태양에서 지구까지의 거리, 약 1억5천만㎞)단위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규칙성을 천문학자인 보데가 정리해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이 만들어졌다(표 참조).

이 법칙을 살펴보면 화성과 목성사이 2.8AU에 해당하는 행성이 빠진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천문학자들은 이곳에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행성이 있을 것으로 믿고 새로운 행성을 찾는데 힘을 쏟았다. 독일의 천문학자 폰 자흐는 체계적인 관찰을 하기 위해 '천체 경찰'이란 조직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새로운 천체를 찾아내 이름을 날리려던 여러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견의 영예는 이탈리아의 한 신부에게 돌아갔다. 1801년이 시작되는 첫날 팔레르모 천문대장 피아치 신부는 황소자리의 별을 별지도에 그리다가 이상하게 움직이는 천체를 보았다. 처음에는 혜성으로 생각했으나 그 궤도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고 행성처럼 태양 주위를 돌았다. 행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아 소행성으로 분류됐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따라 새로운 행성이 예견된 곳에서 첫번째 소행성이 발견된 것이다. 피아치는 이 소행성을 농업을 관장하는 여신 이름을 따 '세레스'라 이름붙였다.

그 후 1807년까지 소행성 팔라스, 주노, 베스타가 더 발견된다. 처음에는 소행성에 여신의 이름을 따서 불였지만 계속해서 많은 소행성이 발견되자 유명한 천문학자, 도시, 대학교 이름까지 다양한 이름이 붙게 됐다. 1923년 1천번째로 발견된 것에는 소행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피아치의 이름이 붙었다. 지금까지 5천개가 넘는 소행성에 이름이 붙었고, 궤도가 알려진 소행성만도 1만개 이상이다.


(표)티티우스-보데의 법칙^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따른 수열과 태양-행성간 거리를 비교해 보았다. 수성에서 천왕성까지는 근사치로 맞지만, 해왕성과 명왕성에서는 차이가 크다. 이 법칙이 소행성의 발견에 도움을 준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천문학자들은 흥미 있는 숫자놀음일 뿐, 행성들의 배치를 정확히 설명하는 법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주선의 곡예비행은 과장

대부분의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의 궤도 중간에 있는 소행성대에 몰려있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는 2.3-3.3AU 사이이며 크고 작은 소행성이 커다란 띠를 이루며 행성처럼 일정한 궤도를 따라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

소행성대에는 많은 소행성이 흩어져 있지만 생각보다 빽빽하게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지름이 1㎞ 정도 되는 소행성까지 떨어진 거리는 무려 수백만㎞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커다란 소행성 사이를 비집고 곡예 비행을 하는 우주선의 모습은 과장된 것이다. 화성 바깥으로 탐사를 떠난 보이저나 갈릴레오 우주선은 모두 별 탈 없이 소행성대를 지날 수 있었다.

소행성대를 벗어나 아주 먼 궤도를 돌거나 지구의 공전궤도와 가까운 곳을 지나는 소행성도 있다. 1977년에 발견된 키론은 토성과 천왕성 사이를 돌고있는데 공전주기가 50-68년 정도다. 지름이 약6백50㎞로 토성을 탈출한 위성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1988년 태양에 가장 가까워졌을 때는 두배쯤 밝아졌는데, 혜성과 같이 휘발성 물질이 증발해 밝기가 증가한 것으로 생각된다. 키론의 궤도는 불안정하므로 어느 때인가 좀 더 안쪽 궤도로 들어와 태양에 가까워지면 커다란 혜성의 모습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목성 궤도 위에는 두 개의 소행성군이 있는데 하나는 목성을 앞서 가고 다른 것은 뒤따라간다. 목성과 태양 그리고 각 소행성군을 이으면 두 개의 정삼각형이 그려진다. 이 소행성군에 속한 소행성은 그리스 신화 트로이 전쟁에 나오는 영웅의 이름을 따서 트로이 소행성군이라 한다.


목성궤도에 있는 트로이 소행성군과 소행성분포도^트로이군은 목성과 태양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삼각형의 꼭지점에 있다. 이 지점을 라그랑주점이라고 한다. 프랑스 수학자 라그랑주는 세 물체가 공간상에서 서로 중력을 미치면서 운동할 때 그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은 힘들다는 삼체문제를 다루었는데, 세 물체 중 하나의 질량이 아주 작을 경우에 한해서 그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목성이나 태양에 비해 트로이군의 질량은 상대적으로 작다.


지구 근접 소행성과 공룡의 멸망

대부분의 소행성은 화성 궤도 밖을 돌고 있으나 이심률이 큰 소행성은 지구 궤도 안쪽을 지나가므로 지구에 가깝게 접근할 확률이 높다. 실제로 지름 1㎞의 소행성이 수십만년에 한번씩 지구와 부딪칠 수 있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1908년 6월 30일 지름 1백m가량의 소행성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시베리아의 한복판인 퉁구스카 강 근처에서 폭발했다. 주위의 나무는 모두 쓰러지고 동물은 떼죽음을 당했으며 9백60㎞떨어진 건물의 유리창이 부서졌다고 한다. 1991BA라는 소행성은 1991년 1월 18일 달까지 거리의 절반도 되지 않는 17만㎞ 위를 스쳐지나갔다.

만약 수㎞크기의 혜성이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그 충격파는 지구 전체에 영향을 주어 인류가 멸망할 수 있다. 1억5천만년 동안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해 왔던 공룡이 6천5백만년 전 갑자기 멸종한 사건은 오랜 수수께끼였다. 1980년 알바레스 부자는 소행성 충돌에 의한 멸종설을 제시하면서 그동안의 여러 가설을 뒤엎었다. 소행성이 충돌하면서 생긴 먼지는 하늘을 덮어 햇빛을 가렸으며 땅은 불길에 쌓이고 해안에서는 해일이 덮쳤다. 햇볕이 사라지자 지구의 생태계는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공룡도 더 이상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룡 멸종 시기와 일치하는 화석층에서 지구에서는 희귀한 원소인 이리듐층이 발견되면서 이러한 사실이 신빙성을 얻게 됐다. 문제는 운석의 충돌 자국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운석의 충돌자국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사라지지만 워낙 큰 충돌이었다면 어딘가에 그 흔적이 분명 남아있을 거라고 많은 사람이 믿었다. 마침내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북쪽, 카리브 해저에서 지름 3백㎞에 이르는 거대한 동심원 모양의 운석구덩이가 발견됐다. 이 정도의 운석구덩이를 만든 물체는 지름이 10-15㎞로 계산됐다.

특이한 소행성들

소행성 중 지름이 3백㎞ 이상 되는 것은 10개 미만이고 1백-2백㎞가 2백여개, 나머지 대부분은 수㎞-수십㎞정도이다. 지금까지 많은 소행성이 발견됐지만 이들을 전부 합쳐도 지구 질량의 2천분의 1밖에 안된다.

1. 세레스는 지름9백60㎞로 지금까지 발견된 소행성 중 가장 크며 소행성 전체 질량의 30%를 차지한다.

2. 베스타는 길이 4백80㎞로 세번째로 큰 소행성이지만 표면 반사율이 높아 소행성 중 가장 밝게 보인다. 이 소행성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있다면 망원경 없이 맨눈으로도 찾을 수 있다.

3. 1993년 갈릴레오 탐사선에 의해 소행성 아이다 주위를 돌고있는 지름 1.5㎞의 위성 댁틸이 발견됐다.

4. 화성의 위성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화성에 붙잡힌 소행성으로 추측된다. 두 위성은 불규칙한 모양이며 운석구덩이(크레이터)가 많다. 이들은 소행성과 비슷한 원시물질로 구성돼 있어서 소행성이라는 짐작을 뒷받침한다. 해왕성의 위성 네레이드도 소행성일지 모르며, 명왕성과 명왕성의 위성 샤론도 크기가 매우 작아 소행성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실험 소행성 팔라스 촬영하기

■준비물
카메라 : B셔터가 있어 노출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것
망원경 : 별의 일주운동을 추적할 수 있는 적도의 방식의 장치대가 있는 것
릴리스 : 카메라에 흔들림 없이 셔터를 눌러준다
필름 : ASA4000 이상의 고감도 필름
카메라 조정대 : 사진 촬영 영역을 다양한 각도로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방법
1. 별지도에서 찍고자 하는 소행성의 위치를 확인한다.
2. 별자리를 보면서 소행성이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카메라의 구도를 잡는다.
3. 조리개는 가능한 최대로 연다
4. 망원경으로 별의 움직임을 좇아가면서 10분정도 노출을 주어 찍는다.
5. 사진을 인화해 별지도와 비교해 보면서 소행성을 찾아 표시해 둔다.
6. 3-5일이 지난 후 같은 위치로 구도를 잡고 찍는다.
7. 두 번째 사진에서도 ⑤번 과정과 마찬가지로 소행성을 찾아보고 얼마나 이동했는지 살펴본다.

■확인하기
소형성 팔라스는 9월 경 새벽에 큰개자리의 시리우스 별 위의 외뿔소자리를 가로지른다. 밝기는 약 9등급으로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망원경이나 사진활영으로 관찰할 수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주로 있는 소행성은 행성처럼 별에 비해 상대적인 움직임이 빨라 일정시간을 두고 찍어보면 위치가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팔라스는 9월 한달 동안 천구상에서 15도 가량 옮겨간다. 며칠 간격으로 같은 곳을 찍어보면 위치가 바뀐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초기에 소행성을 발견했던 사람들은 이런 방법으로 하늘의 같은 곳을 시간 차이를 두고 찍은 다음 두 사진을 비교하는 방법을 썼다. 최근에는 아주 어두운 소행성을 발견하기 위해 CCD카메라를 이용한 방법을 쓴다. 황도 근처를 찍어보면 16등급에서 20등급까지의 어두운 별도 찍어낼 수 있다. CCD카메라를 이용한 방법의 단점으로는 촬영범위가 좁다는 것이다. 사진 촬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밝은 소행성은 거의 모두 발견돼 새로운 소행성을 찾아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지만 이미 발견된 소행성의 궤적을 간단히 살펴보기에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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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훈 아마추어 천문가
  • 김지현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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