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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시간 만에 완성하는 극지 얼음

아라온호 테스트한 빙해수조에 가다




국내 최초 쇄빙선 ‘아라온호’는 거대한 얼음이 뒤덮인 극지 바다를 누빈다. 남극 탐사에 이어 내년에는 북극항로 개척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때 ‘꿈’으로만 여겼던 쇄빙선이 이렇게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그 중 하나가 극지 얼음을 재현해 쇄빙선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 지난 7월 8일, 대전 해양과학기술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빙해수조를 찾았다.


꽁꽁 언 얼음 살짝 녹여야 진짜 극지 얼음

이곳은 거대한 극지 얼음을 재현해 쇄빙선 모형을 실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빙해수조다. 폭 32m, 길이 32m의 큰 얼음을 얼린다. 기자가 갔을 때 얼음은 없었지만 냉동 창고에 들어선 것처럼 시원했다. 10분쯤 지나자 팔다리에 ‘닭살’이 돋았다. 지난 겨울에 만들었던 거대한 얼음의 냉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듯 했다. 고요한 초록빛 물 표면에는 거품이 떠 있어 신비로운 느낌마저 들었다.

얼음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극지 얼음을 정확한 비율로 줄이는 것이다. 쇄빙선을 1/20로 축소해 모형선을 만들었다면, 얼음의 두께와 강도도 같은 비율로 줄여야 한다.

실제 두께가 1m인 얼음을 같은 비율로 줄여 5cm로 만들려면 20시간 동안 얼려야 한다. 얼음의 강도도 1/20로 줄인다. 그러나 이 때 다른 특성들은 같은 비율로 줄지 않기 때문에 두 변수 사이의 비율을 일정하게 맞춘다. 예를 들어, 아래로 구부리는 힘에 견디는 ‘굽힘강도’를 1/20로 줄이면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는 성질인 ‘탄성계수’는 더 많이 줄어든다. 그래서 굽힘강도 대비 탄성계수 값을 실제 극지 얼음의 굽힘강도 대비 탄성계수 값인 2000~5000에 가깝게 만든다.

얼음을 모두 얼리면 영상 2℃로 올린다. 물속과 얼음의 온도는 여전히 0℃다. 얼음의 표면은 녹지만 동시에 다른 부분은 얼면서 얼음 전체 강도가 서서히 낮아진다. 처음 얼린 얼음의 강도는 일반적으로 목표 강도보다 크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쳐 적절한 강도를 맞춘다. 보통 8~10시간 정도 녹인다. 또한, 강도를 낮추기 위해 부동액에 들어가는 에틸렌글리콜이 수조수에 일부 섞여 있다.

한편 실험에서 정확한 값을 얻으려면 수조 전체에 균일하게 얼음을 얼려야 한다. 본격적으로 얼음을 얼리기 전에 노즐이 달린 전차가 염분이 없는 물을 지름 20~50m의 입자로만들어 수조 위에 뿌린다. 입자가 작아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뿌려진 물은 영하 20℃의 공기와 만나 고운 얼음 입자로 표면에 골고루 떨어진다. 바람이 불면 얼음 입자가 골고루 분산되지 않을 수 있어 이 때는 냉동기를 끈다.









북극 얼음 만드는데 세제를 넣는다고?

빙해수조에는 에틸렌글리콜(0.39%)과 함께, 세제 성분의 일종인 지방성 화합물(0.036%)을 섞는다. 이 때문에 빙해수조에는 세제 거품처럼 무지개빛을 내는 거품이 ‘둥둥’ 떠 있다.

그 혼합물로 얼린 얼음의 단면을 보면 얼음핵을 떨어뜨린 표면은 둥근 ‘입자형’, 그 밑으로 자라난 얼음은 길다란 ‘기둥형’이다. 실제 극지 얼음의 결정구조와 비슷하다. 극지 얼음은 표면에서 약 2cm까지는 작고 약한 얼음이 파도에 밀리며 성장했기 때문에 결정 구조가 불규칙하다. 그 뒤에 아래로 자라면서 서로 이웃한 얼음 결정 사이에 바닷물이 농축돼 갇히기 때문에 가늘고 긴 기둥 모양이 만들어진다.

얼음이 물에 잠기는 깊이를 결정하는 밀도도 똑같이 만든다. 극지 얼음은 염분이 섞여있어 밀도가 0.8~0.93g/cm3로 일반 얼음보다 작다. 빙해수조에서는 얼음을 얼릴 때 수조 바닥에 설치된 ‘마이크로 버블 시스템’으로 40분~1시간 정도 공기방울을 주입해 밀도를 낮춘다. 시간이 길수록 얼음의 밀도가 낮아진다.

마찰력은 쇄빙선과 얼음의 표면 성질에 따라 결정된다. 얼음이 완성되면 모형선 표면에 얼음 조각을 올려놓고 사방으로 움직여 마찰력을 측정한다. 마찰력이 너무 크면 얼음 표면을 갈아 매끈하게 만들고 마찰력이 너무 작으면 미세 가루 입자(마그네슘 실리케이트)를 뿌
려서 거칠게 만든다.

아쉽게도 기자는 실험 현장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정성엽 연구원은 “여름에는 바깥 온도가 너무 높아 얼음을 얼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실험을 쉰다”고 말했다. ‘겨울보다는 한가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다가오는 겨울에 실험을 정확히 하려면 여름에 보수 관리를 해야해서 오히려 더 바쁘다”고 말하며 웃었다.


201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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