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년 뒤인 2023년부터 30년에 걸쳐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발표 직후부터 다양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수산물과 사람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과학계는 오염수는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상이며 오염수가 미칠 영향 역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일본이 오염수의 정제부터 처리, 방류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국 역시 해수 데이터 분석과 오염수 처리 전후 시료 검증을 적극 요구하고 주변국과의 공조에도 발빠르게 나서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난 지 만 10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여전히 원전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오염수는 지하수와 빗물이 원자로 건물 균열 틈새로 유입된 뒤 손상된 원자로나 용융된 핵연료와 접촉해 발생한다. 일본 정부는 지하수를 우회시키거나 차수벽을 설치하는 방법으로 오염수 발생을 최대한 막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에 약 140t(톤)의 오염수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발생한 오염수는 현재 약 125만t으로, 원전 부지에 건설된 저장 탱크 1000여 개에 나뉘어 보관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보유하고 있는 오염수 저장 탱크의 용량은 총 137만t으로, 현재 속도로 오염수가 매일 쌓인다면 2022년 여름 즈음에는 남은 탱크마저 가득찰 것으로 예상된다. 탱크 증설 등으로 시간을 연장할 순 있겠지만 계속 오염수를 모아두는 것 자체가 또다른 위험 요인이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이에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2022~2024년 안에 오염수의 양을 2020년 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 방안이 해양 방류다.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방류하는 동시에 2031년까지 원전 건물 안의 연료봉을 제거하고, 30~40년 안에 폐로 작업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확하고 자세한 데이터로 신뢰도 높여야 해”
4월 26일 한국원자력학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오염수를 재정화하지 않고, 저장상태 그대로 1년 동안 방출했을 때를 가정했다. 그 결과 한국에 사는 사람이 받는 피폭선량은 1년에 3.5×10-9mSv(밀리시버트·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낸 단위)로, 일반인의 1년 선량 한도인 1mSv와 비교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의 내용은 실제 일본의 방류계획보다 훨씬 나쁜 상황을 가정해 계산했음에도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주목 받았다. 일본은 해양 방류 계획을 공개하며 오염수를 재정화해 방사능 농도를 환경방출기준 이하로 낮출 예정이며 기간도 최소 30년에 걸쳐 서서히 나눠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원자력학회의 분석에 참여한 이희석 포스텍 포항가속기연구소 책임연구원(한국원자력학회 방사성방호연구부회장)은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8월 작성한 것으로 당시에는 아직 방류에 관한 방식이나 기준 등이 공개되지 않았을 때였다”라며 “방류에 관한 극단적인 공포를 막기 위해 매우 보수적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도쿄전력이 발표한 절차와 기준을 바탕으로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에는 바다나 인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방사성 물질이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조르디 바트예 벨기에원자력연구센터 연구원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냉정한 관점에서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지난해 2월 기자회견에서 “기술적 관점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는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일본이 공개한 자료를 그대로 믿어도 될지 등 투명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보고서에서 오염수에 관한 분석은 도쿄전력이 홈페이지에 게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공개된 데이터의 범위가 넓지 않다. 이 책임연구원은 “핵종별 방사능 농도의 경우 여러 탱크를 한데 묶어 평균을 낸 값을 제공하고 있으며, 오차나 측정 불확도가 정확히 공개돼 있지 않다”며 “분석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쿄전력이 자세한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재정화 과정의 신뢰성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쿄전력은 세슘(Cs)/스트론튬(Sr) 제거 장치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오염수를 처리해 방사능 농도를 환경방출기준 이하로 떨어뜨릴 계획이다. Cs/Sr 제거 장치는 제올라이트 흡착제를 이용해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 ALPS는 활성탄소, 타이타늄산염 등으로 이뤄진 흡착제와 수산화철, 탄산염 현탁액으로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 제거된 62종의 방사성 핵종은 고체화해 따로 폐기한다.
도쿄전력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오염수를 방사성 물질 제거 장치로 처리한 후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오염수 가운데 71%는 환경방출기준 이상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4%의 오염수는 장치 사용 초기에 처리된 물로 기준치의 10~100배 이상에 해당하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했다. 기준치를 100배 이상 초과하는 오염수도 있는데, 도쿄전력은 이들이 제거설비의 필터 장치에 문제가 있던 시기에 처리된 오염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해양 방류를 할 때에는 방사능 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갈 때까지 오염수를 ALPS로 재정화한다는 계획이다. 송진호 한국원자력연구원 환경·재해평가연구부 책임연구원은 “이론적으로 ALPS는 원전에서 발생한 고농도의 오염수나 부지에 저장된 오염수로부터 62개 핵종을 적절히 제거할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난 작동 이력을 보면 제 성능을 내지 못하는 시기도 있어서 이 부분을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책임연구원이 지목한 사례 중 하나는 아이오딘(I)-129다. 도쿄전력이 발표한 I-129의 2015~2019년 처리 자료를 보면 환경방출기준치인 리터 당 10Bq(베크렐) 이하로 떨어진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환경방출기준치 이상에 머물러 있는 결과도 보인다. 2020년부터는 기준치 이상의 결괏값은 없다.
송 연구원은 “제 성능을 내지 못한 기간 동안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이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오염수 처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통상법 전문가 정기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일본이 공개한 자료가 오염수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아닌 평균치이거나 샘플의 수가 적다면 정보를 합리적으로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며 “최근 국제협정에서는 투명성 의무가 강화되는 추세로, 만약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투명성 위반일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국가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사회의 협력 구해야”
일본은 지난해 2월 IAEA 사무총장을 초청해 후쿠시마 제1원전을 둘러보게 했다. 4월 2일, IAEA는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전문가 소위원회가 제출한 최종보고서 내용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최종보고서에는 오염수 처리 방법으로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 방안이 언급됐고, 이 가운데 해양 방류가 더 확실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대기 방출은 오염수를 끓여 수증기 형태로 방출하는 방법으로, 해양 방류보다 훨씬 비싸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일본은 해양 방류를 결정할 때까지 IAEA의 지지를 얻는 활동에만 몰두했을 뿐,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의에는 소홀했다. 4월 13일 방류 결정이 발표된 직후 한국 정부는 “최인접국인 한국과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 없이 이뤄진 일방적 조치”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고 중국 외교부도 담화문을 통해 “일본 정부가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원전 오염수의 방류에 관해 정해진 국제협정은 없다. IAEA의 ‘사용후연료관리 및 방사성폐기물관리의 안전에 관한 공동협약’의 한 챕터로 원전 오염수의 관리에 관한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방류 시 행해야 할 구체적인 규율이 명시돼 있진 않다. 현재 IAEA는 중국과 한국 등 주변국의 국제조사단 참여를 논의하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은 “국제조사단은 도쿄전력의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지, 현재는 방사능 농도를 낮추겠다는 계획만 있는데 오염수 방류 시 어떻게, 어느 정도의 점검을 하고 배출할지 등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 보다 다양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오염수에 포함된 물질이 해수에서 어떻게 이동하는지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기 위해서는 원전 오염수의 농도와 양뿐만 아니라 정확한 배출 시기와 깊이를 알아야 한다. 일본 근해의 해류 데이터 정보도 필요하다. 2011년의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에 대비하고 있는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IAEA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오염수 해양 방류의 계획, 실행 등 전 과정에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의 삼중수소…지속 모니터링해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 핵종 중 탄소(C)-14와 삼중수소는 ALPS로 제거할 수 없다. 전하를 띠지 않는 물질은 흡착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C-14의 평균 농도는 환경방출기준인 리터 당 2000Bq보다 훨씬 낮은 54Bq로 그대로 방류할 수 있다. 문제는 삼중수소다. 오염수의 삼중수소는 리터 당 73만Bq 수준이다. 일본의 삼중수소 환경방출기준은 리터 당 6만Bq으로 오염수는 이를 10배 이상 초과한 상태다. 국제보건기구(WHO)의 음용수 기준은 일본보다 낮은 리터 당 1만Bq이다. 일본은 삼중수소를 물에 희석해 농도를 WHO 기준보다 낮은 리터 당 1500Bq으로 낮춘 뒤 방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우려가 나왔으나, 현재로서는 과학적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삼중수소는 인체의 유기물질과 결합해 유기결합삼중수소(OBT)를 형성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환경방출기준은 OBT에 의한 피폭량까지 이미 고려한 결과다. 예컨대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OBT 1Bq이 성인에 미치는 피폭 정도를 삼중수소보다 2배 이상 큰 4.2×10-11Sv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른 방사성 핵종의 환경방출기준도 성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각각 다르게 정해져 있다.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은 무거워 바다 아래로 가라앉을 거라는 주장 역시 터무니없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해양환경방사능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중수소 농도는 수심과 별 관련이 없다. 가장 얕은 곳과 깊은 곳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 당 최대 0.1Bq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데, 조사지역에 따라 변화 패턴이 다르다.
하나 앞으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은 30년 이상의 지속적인 방출이 미칠 영향이다. 송 책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보면 과학적으로 큰 위험이 없어 보이지만 수십 년 이상의 방출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먹이 사슬에 미치는 영향은 불확실성이 있으므로 해양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원전 건물 내 연료봉에 남아 있는 고농도의 방사성 물질로부터 나오는 오염수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책임연구원도 “학계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일본이 계획대로 정화하고, 점검하고, 방출하는지 지속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동적으로 일본 측의 자료에 의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시료 검증과 국제 공조에 참여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