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난이도 | 한 페이지 뉴스
자연계에 존재하는 동물 대부분은 암컷과 수컷이 공동생활을 하지 않는다. 번식 후 독립생활을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유류 중에 암수가 같은 영역에서 한 번이라도 번식기를 함께 지내는 종은 전체의 9% 정도다.
하지만 영장류는 이보다 많은 약 29%가 짝을 이뤄 함께 지낸다. 최근 그 이유를 연구한 논문이 나왔다.
에카드 헤이만 독일 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페루 아마존 지역에 서식하는 붉은 수염 원숭이(Plecturocebus cupreus)에 대해 지역별로 7개 그룹의 암수 공동생활을 14개월간 관찰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 왕립 오픈 사이언스’ 1월 1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공동생활을 하는 암컷과 수컷의 만남 횟수, 개체 간의 거리, 자손 번식 여부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조사한 데이터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암수 공동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는 변수는 새끼였다. 새끼가 있는 붉은 수염 원숭이 커플은 그렇지 않은 붉은 수염 원숭이 커플에 비해 만남 횟수가 20% 적었다. 연구팀은 암컷과 수컷 모두 새끼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공동생활 중 암수가 맡는 역할도 새끼 유무에 따라 달랐다. 새끼가 없는 커플은 암수가 거의 같은 횟수로 서로의 털을 손질한다면, 새끼가 있는 커플은 암컷이 수컷의 털을 손질해주는 비율이 반대 경우보다 많았다. 털 손질은 영장류가 다른 개체와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하는 행위다.
또 새끼가 없는 커플은 암수가 거의 같은 횟수로 다른 그룹 원숭이들과의 싸움에 참여한다면, 새끼가 있는 커플은 수컷이 싸움에 참여하는 횟수가 암컷보다 더 많았다.
이 같은 결과는 암컷과 수컷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 중 ‘수컷-서비스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 가설은 수컷이 영역을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암컷은 자원을 보호하거나 유대감을 제공해 공동생활이 유지된다는 이론이다.
헤이만 연구원은 “붉은 수염 원숭이의 공동생활은 암컷과 수컷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doi: 10.1098/rsos.1914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