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읽는 인공위성 원격탐사 이야기
요즘은 여행도 문화생활도 ‘랜선’이 대세다.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페루 마추픽추를 여행할 수도 있고, 예약이 가득 차 가지 못하는 전시회도 온라인으로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연구에서도 랜선 열풍이 불었다. 이제 과학자들이 무거운 장비를 이끌고 남극이나 사막 한복판에 가지 않아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지구를 내려다보는 인공위성 원격탐사 덕분이다. 지금도 우리 머리 위에는 3400여 대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 이들은 총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구 둘레를 돌며 실시간으로 지구 사진을 찍어 전송한다. 이를 분석하면 남극의 빙하가 얼마나 빨리 녹는지, 유례없는 한파가 어디서 비롯된 건지 직접 가지 않아도 알아낼 수 있다.
인공위성이라니,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위성의 활용 범위는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연구 대상지 뿐만 아니라 집 근처 마트 주차장도 찍는다. 마트 주차장의 차량 대수를 파악하면 시장경제의 흐름을 분석할 수 있다. 여기에 머신러닝 같은 최신기술을 적용하면 마케팅에도 응용할 수 있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범죄를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강제노역이나 해적의 약탈 등 불법적인 일을 모니터링한다. 바다에 떠 있는 배의 창문이 열렸는지, 배가 서로 묶여 있는지 여부까지 알 수 있다. 실제로 2015년 7월 미국 월드뷰 3호 위성이 강제 노역으로 잡은 해산물을 밀거래하는 모습을 촬영해 범죄자들을 잡은 사례가 있다.
저자는 2019년 과학동아가 주최한 ‘사이언스 바캉스’에서 인공위성 원격탐사를 주제로 강연한 뒤 쏟아진 수많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인공위성 원격탐사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소개해줄 대중서가 아직 없다는 생각에서다.
1992년 과학실험 목적의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이래 꾸준히 지구관측위성, 기상위성 등 인공위성을 개발 중인 한국은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우주 강국이지만, 아직 위성의 능력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이 책은 빅데이터 분석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되며 더욱 활용 범위가 늘어나고 있는 인공위성 원격탐사를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