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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과 자원의 태양계 야누스 소행성

에로스의 자산 가치 20조달러

태양계의 천체 중에서 최근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소행성이다. 소행성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 근처를 지나갔으며 이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방위계획이 수립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악의 축이면서도 자원의 보고라는 두 얼굴을 가진 소행성의 탐사과정을 따라가보자.

소행성은 태양계 내에 있는 것을 모두 합쳐도 질량이 달보다도 못한 그야말로 볼품 없는 자그마한 천체다. 하지만 최근 이 천체가 태양계에서 화성보다도 더 많은 뉴스거리를 제공하는 ‘스타’가 됐다. 언제 지구에 얼마나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라는 식의 보도가 심심치 않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들 소행성을 좇는 기관만 해도 미국 공군의 ‘지구근접 소행성 추적 관측소’, 미국 애리조나대의 ‘우주감시 프로젝트’, 영국의 ‘우주감시 프로젝트’, 한국천문연구원의 ‘지구접근천체연구실’ 등 전세계적으로 분포돼 있을 정도다. 이렇게 소행성에 스포트라이트를 보내고 있는 이유는 수년 전 끔직한 우주충돌의 모습(1994년 목성과 혜성이 충돌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런 ‘딥 임팩트’의 확률이 매우 낮다 하더라도 소행성은 과거 공룡의 운명이 그러했듯이 우리의 행복과 생존을 빼앗아갈 수 있는 잠재적인 ‘악의 축’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1801년 이탈리아의 수도사 주세페 피아치가 소행성 중에서 가장 큰 지름 9백33km의 세레스를 발견한 이래 수많은 소행성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10만개 이상의 소행성이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 4만개의 궤도가 계산됐다. 발견되지 않은 것까지 계산해본다면 수백만개의 소행성이 태양계 내에 있으며, 이 가운데 75%가 태양에서 2.1-3.3AU(천문단위, 1AU=1억5천만km)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에는 소행성에 그리스·로마신화의 여신이름을 붙였지만, 수가 많아 여신의 이름은 얼마가지 않아 바닥이 났다. 그래서 지금은 발견자의 의견에 따라 다양한 이름이 부여되고 있는데, 이들 중에는 세종, 관륵, 통일, 보현산 등 우리 이름을 가진 것도 있다.
 

갈릴레오 탐사선이 최초로 근접 촬영한 소행성 가스프라. 화성의 위성 포보스나 데이모 스와 모습이 매우 흡사하다.


1.5km짜리 위성도 갖고 있어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한 소행성의 경우 외행성 탐사선이 지나가는 과정에 덤으로 가장 먼저 근접탐사가 이뤄졌다. 최초의 탐사선은 1989년에 발사된 목성탐사선 갈릴레오로 1991년과 1993년에 3개의 소행성에 근접했다. 처음 갈릴레오가 1천6백km까지 근접해 촬영한 소행성은 가스프라. 크기가 16km이며 자전주기가 7시간인 가스프라는 외형상 화성의 위성과 매우 닮아 있으며, 작은 소행성과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충돌구덩이)와 수m의 먼지층으로 덮여 있었다. 지형을 살펴볼 때 나이는 2억년 정도로 추정돼 비교적 최근에 다른 소행성과 충돌로 태어난 것으로 보였다.

가스프라를 만난지 2년 후, 갈릴레오는 소행성 아이다에 2천4백km까지 접근했다. 길이가 56km로 가스프라의 3배 정도인 아이다는 가스프라보다 많은 크레이터로 덮여 있었다. 이로 미뤄볼 때 아이다는 가스프라보다 나이가 많은 약 10억살 정도로 예측됐다. 재미난 점은 4시간 38분마다 한번씩 자전하는 아이다 주위에서 크기가 1.5km 밖에 안되는 미니 소행성 댁틸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중력이 너무나 약한 소행성에서 발견된 최초의 위성 댁틸은 아이다로부터 1백km 거리에서 24시간마다 한번씩 돌고 있었다.

소행성 탐사는 1996년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소행성 전문탐사선인 니어(NEAR)를 발사함으로써 본격화됐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진행된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에서 최초의 탐사선이자 가장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니어는 불과 2년만에 뚝딱 제작된 우주선이다. 니어가 목표로 한 소행성도 단시간 내에 탐사가 가능한 지구근접소행성 중 하나인 에로스였다.

에로스는 궤도가 소행성대를 벗어나 지구 궤도에 겹치는 소행성이자 바로 악의 축으로 지목되는 2백50여 천체 중 하나다. 니어는 에로스에 앞서 우선 마틸드라는 소행성에 약 1천2백12km 지점까지 다가가 5백장의 사진을 찍었다. 이어 1999년 에로스에 접근,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25km 거리에서 1년여 간 소행성 주위의 궤도를 도는 사상 최초의 탐사선이 됐다.

에로스는 약 33㎞의 길이에 텀블링하듯 돌기 때문에 궤도운동이 불안정한 소행성이다. 니어에 탑재된 6개의 주요 장비가 보내온 자료에 의하면 에로스의 표면에는 많은 크레이터와 자갈, 바위, 티끌이 흩어져 있으며 중력으로 느슨하게 형성된 표토층도 있었다.

예상보다 10배나 많은 16만장의 사진을 전송하며 1년여 간의 임무를 마친 탐사선 니어가 최후에 선택한 미션은 당초 계획에는 없던 소행성 표면 착륙이었다. 착륙에 필요한 장비가 없었던 니어에게는 착륙이라기보다 ‘통제된 충돌’이라는 표현이 좀더 적합했다. 2001년 2월 12일 우주탐사역사상 금성, 달, 화성, 목성 다음으로 다른 천체에 착륙하는 위업이 성공적으로 달성됐다. 착륙 과정에서는 10c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높은 해상도의 사진이 전송돼 향후 소행성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니어의 탐사과정에서 에로스에는 금, 은을 비롯한 희귀 광물이 최소 2백억t이나 매장돼 있어 에로스의 자산 가치가 무려 20조달러 이상에 이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이것이 추정치이긴 하지만 소행성이 엄청난 자원의 보고임을 새삼 인식시켜줬다. 지구의 운명을 위협하는 악의 축으로만 알았던 소행성이 또다른 면에서는 인류의 자원문제를 해결해줄‘구원투수’가 된 셈이다. 따라서 지구에서 4백40만km 떨어져 있으며 최근 지구의 두번째 달로 공식 인정된, 크기 5km의 소행성 쿠르이스네(Cruithne)를 ‘우주특구’로 지정해 자원으로 개발해봄직도 하다.


갈릴레오 탐사선이 촬영한 소 행성 아이다와 최초로 발견 된 소행성의 위성 댁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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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정홍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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