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초, 초, 초, 초, 초’
6세대(6G) 이동통신 시대 핵심 기술의 특징은 초성능, 초대역, 초정밀, 초공간, 초지능, 초신뢰로 집약된다. 끊기지 않는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3차원(3D) 홀로그램 서비스 등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분명한 것은 6G 시대를 열 방대한 기술을 특정 기업이나 국가가 홀로 완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각국 정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로 국민에게 더 질 좋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 기업은 새로운 이익을 창출할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여기, 새롭게 움트고 있는 6G 동맹의 이야기를 모아봤다.
6세대(6G) 글로벌 이동통신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각국은 2019년부터 본격적인 6G 표준 경쟁에 돌입했다. 6G 통신 표준 기술의 특허권을 획득하면 천문학적인 기술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미국 통신업체 퀄컴은 2세대(2G)라 불리는 CDMA (코드 분할 다중 접속) 원천기술의 약 90%, 3세대(3G)인 WCDMA는 약 27%, 4세대(4G)인 LTE-Advanced는 약 16%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벌어들이는 특허 사용료는 연간 최대 1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래이동통신연구본부장은 “2022~2023년경 국제통신연합(ITU)에서 6G를 위한 성능 규격을 정하기로 예정됐다”며 “여기서 기술을 채택시키기 위해 최근 각국에서 선제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ETRI도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전 세계 전자·통신기업도 저마다 6G 기준과 가능성을 담은 비전을 내놓고 있다. 김 본부장은 “통신기술의 발달사를 볼 때, 현재 제시되고 있는 비전의 성능을 갖춘 6G 통신은 8~10년 뒤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5G에서 앞섰던 중국, 한 발 앞서 6G 위성 발사
현재 6G 통신의 표준 기술 선전 경쟁에서 가장 열의를 보이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관영매체 CGTN은 지난해 11월 6일 산시성 타이위안인공위성발사센터(TSLC)에서 창정 6호 로켓을 이용해 최초로 6G 통신주파수인 테라헤르츠(THz) 대역의 칩을 탑재한 위성 ‘텐옌 5호’를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톈옌 5호가 중점적으로 시험할 기술인 테라헤르츠 대역의 고주파를 활용하는 통신은 6G의 초고속 성능을 달성할 핵심 기술 후보로 꼽힌다.
3차원(3D) 홀로그램 서비스나 최적화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서비스를 지연없이 구현하기 위해서는 1Tbps(테라비피에스·1초에 1조 비트를 전송하는 속도) 이상의 전송 속도가 필요하다. 중국 정부는 농업과 임업, 재난 모니터링 분야에서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6G 통신 기술을 시험할 계획이다.
중국이 이렇게 6G 기술 구현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5세대(5G) 이동통신 때부터 관련 기술을 앞서서 확보하며 표준 기술 특허권을 선점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ZTE, 샤오미, 오포 등 거대 통신업체를 보유한 중국은 현재 5G 표준 기술 특허권의 약 34% 이상을 갖고 있다. 유럽통신표준화기구(ETSI)에서 특허권을 받은 5G 핵심 기술은 총 1658개로 이 가운데 화웨이가 302개(19%)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일 기업 중 가장 많은 수로, 삼성전자가 지닌 256개(15%), LG가가진 228개(14%), 핀란드 노키아가지닌 202개(12%), 미국 퀄컴이 가진 191개(11%)보다 많다.
물론 톈옌 5호의 테라헤르츠파 위성 실험이 곧바로 6G 표준으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 본부장은 “중국도 한발 앞서 실험하는 단계일 뿐”이라며 “이 기술이 6G 표준 기술로 선정될지 여부는 물론, 근본적으로 6G의 실체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와 공동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 나갈 뜻을 밝히고 있다. 2020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계 각국의 정부와 통신업계 관계자를 대상으로 주최한 온라인행사 ‘6G 글로벌’에 참가한 웬 쿠 중국 정보기술산업부(MIIT) 통신부 국장은 “중국 6G의 철학은 협력과 개방성이다”며 “인류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전 세계와 협력해 발전을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유럽, 일본 차세대 기술 위해 ‘합종연횡’
5G 표준 기술 개발에서 중국과 한국 등에 밀렸던 미국 역시 6G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잰걸음을 내고 있다. 2019년 3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6G 연구개발을 위해 95GHz(기가헤르츠)~3THz 범위의 주파수 대역을 개방하고, 무선 장비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테라헤르츠 대역을 연구할 수 있도록 5년간 약 33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6G를 위한 연구 협력 그룹 ‘넥스트G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5G를 발전시키고 이후 도래할 6G를 위한 기술과 정책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기업들과 협력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넥스트 G 얼라이언스에는 미국의 3대 통신회사인 AT&T와 버라이즌, T모바일, 스웨덴의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텔과 페이스북, 삼성전자 등이 포함됐다. 2021년 초에 실무를 담당할 워킹그룹을 조직할 계획이며, 정부 예산 배정 때 넥스트 G 얼라이언스를 우선해 지원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대학과 통신업체를 연계해 6G 이동통신 연구개발 프로젝트 그룹 ‘헥사(Hexa)-X’를 출범했다. 여기에는 노키아와 에릭슨, 텔레포니카, 지멘스 등 통신업체와 함께 핀란드 오룰루대와 이탈리아 피사대 등이 포함됐다.
헥사-X는 6G를 위한 6대 개발 과제로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디지털 생태계를 통합하는 네트워크 구축’ ‘지속 가능성’ ‘글로벌 서비스’ ‘초저지연’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 신뢰도’ 등을 제시했으며, 2030년까지 6G 표준기술부터 핵심 서비스 모델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일본 역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이미 2020년 1월, 5G보다 10배 이상 빠른 6G 기술을 2030년까지 개발하기 위한 ‘관민(官民)연구회’를 발족했다. 일본 총무성 직속 기관으로 6G 기술의 성능과 상용화 시점, 정책적 지원을 포함한 종합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미히다 코지마 일본 국립정보통신기술연구소(NICT) 무선통신실험실 디렉터는 6G 글로벌 행사에서 “더 많은 기계와 사람이 상호작용하는 6G는 다양한 기술의 조화가 강조될 것”이라며 “그 접점을 찾는 데 한국 등의 국가와 협력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6G 기술 가능성부터 확실히 따지고 시작해야”
한국 정부도 6G 통신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8월 ‘6G 이동통신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미래 이동통신 연구개발(R&D) 추진 전략’을 수립하며, 초성능, 초대역, 초정밀, 초공간, 초지능, 초신뢰 등 6가지 중점 연구 분야 연구에 2021년부터 5년간 총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과의 6G 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통신 강국으로 통하는 한국도 더 적극적으로 6G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해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TRI도 국내 기업 등과 협력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6G를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