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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물질의 근본 입자를 찾아라

원자핵이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물리학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가속기의 효율이 높아짐에 따라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욱 작은 알갱이로…

커피는 물과 크림과 설탕을 넣어 만들고 콘크리트는 모래 자갈 시멘트에 물을 부어 만든다. 우리가 대하는 모든 물질은 보통 이렇게 두가지 이상의 물질이 섞여서 만들어진다. 약수터에서 방금 떠온 맑은 물이라도 그 속에는 수없이 많은 물질이 섞여 있다. 여기에서 순수한 물을 분리하려면 그 물을 끓여 나오는 수증기를 응결시키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순수한 물인 증류수는 더 이상 다른 물질로 분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물질을 순물질이라고 하는데 순물질은 물리적인 방법으로 분리할 수 없고 화학적인 방법을 써야 분해할 수 있다. 물에다 전기를 통하면 양극에서는 산소가, 음극에서는 수소가 발생하여 물이 산소와 수소로 분해된다. 그러나 산소나 수소는 물과는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물질이다.

소금은 물에 들어 있으나 모래에 들어 있으나 순수한 소금이나 짠맛을 낸다. 이 소금을 나트륨과 염소로 분해하면 짠맛은 전혀 없어진 다른 물질이 생긴다. 이렇게 더 이상 분해하면 그 물질의 성질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 그 물질의 마지막 단위가 되고 그것을 우리는 분자라 한다.

순수한 물을 가르고 가르고 계속해서 작게 쪼개면 물의 성질을 잃지 않는 마지막 한개의 단위가 되고 그것이 바로 물분자이다. 그 물분자는 산소원자 한개와 수소원자 두 개로 만들어진 화합물이다. 산소원자 두개에 수소원자 두 개로 만들어진 화합물은 과산화수소라는 분자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물과 비슷하지만 성질은 전혀 다르다. 물은 갈증날 때 마시는 것이지만 과산화수소는 상처의 소독에 쓰이는 것으로 마시면 몸에 몹시 해로운 물질이다.

그 물질이 어떠한 원자로 이루어졌는지를 나타내 주는 것이 분자식인데, 물의 분자식은 ${H}_{2}$O이고 과산화수소의 분자식은 ${H}_{2}$${O}_{2}$이며 소금의 분자식은 NaCl이다. HCl은 염화수소이고 NaOH는 보통 양잿물이라고 하는 수산화나트륨이다. 이렇게 하여 수십억 가지에 달하는 이 세상의 모든 분자들이 약 1백여가지 원자들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 종이 나무 콘크리트 등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물체들은 이러한 화합물들이 섞여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구보다 온도가 높은 수성이나 금성, 지구보다 온도가 낮은 화성은 분자의 종류가 지구보다 훨씬 작다. 지구의 온도는 분자의 종류를 증가시키기에 적당한 온도이며 생명은 그 분자의 복잡성에 근거한다.

구슬 알갱이의 내부

이 세상을 만드는 원료가 원자인 셈인데 그 원자는 또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고대의 과학자 데모크리토스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구슬과 같은 작은 알갱이를 원자라고 했고, 전자를 발견한 톰슨은 수박같이 생긴 양전하덩어리에 음전하를 띤 전자가 수박씨처럼 박혀 있는 소위 수박모형을 만들었다. 그 후 러더포드는 헬륨의 원자핵인 알파입자를 얇은 금박에 입사시켜 그 양전하를 띤 알파입자의 산란되는 모양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양전하가 원자 전체에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 집중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원자핵이라고 이름지었다.

따라서 원자의 구조는 자연스럽게 태양계와 비슷한 모형이 되었다. 즉 원자의 가운데에 태양에 해당하는 양전하를 띤 원자핵이 있고 주위에 전자가 행성들처럼 돌고 있는 것이다. 행성들이 원운동하기 위한 구심력은 태양과 행성 사이의 만유인력이지만 전자가 원운동하기 위한 구심력은 원자핵과 전자사이의 전기력이다. 행성이 자전을 하면서 공전을 하듯 전자도 스핀을 가지고 원자핵 주위를 공전한다. 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이 극대의 세계와 극미의 세계는 구조가 비슷한 것이다.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는 마찰이 전혀 없으므로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하를 가진 전자가 원운동를 하게 되면 전자기파를 방출해야 되고 전자기파도 에너지이므로 마찰이 있어 속도가 줄어들어 힘을 잃고 원자핵속으로 빨려 들어가야 한다.

원자 중에 가장 간단한 원자는 수소원자인데 양성자 한개를 원자핵으로 하여 전자 한개가 회전한다. 그 수소원자가 방출하는 전자기파는 특정한 빛만을 흡수 또는 방출하고 그 빛의 파장은 발머계열이라고 하는 수열을 이룬다.

보어는 수소 내의 전자가 가질 수 있는 궤도를 특정하게 한정하는 가설을 세워 발머계열을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보어가 설정하는 궤도를 도는 전자는, 설명이 불가능 하지만 전자기파를 방출하지 않고 안정하게 같은 운동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가 빛을 방출하는 것은 전자가 더 안쪽 궤도로 갑자기 떨어지면서 그 에너지 차이에 해당하는 만큼의 전자기파를 내 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궤도 사이의 에너지 차이는 불연속적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원자가 내보내는 빛이 띠엄띠엄한 선스펙트럼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현재 교과서에서 배우는 원자의 구조는 보어의 원자모형에 기반을 둔 것이다.

1백여가지의 원자들은 원자핵 속의 양성자의 개수로 설명할 수 있다. 즉 양성자가 한개인 원자는 수소 두개인 원소는 헬륨, 세개는 리튬, 네개는 베릴륨… 이렇게 1백여가지의 원소가 통일적으로 설명이 된다. 중성자가 다르다고 해서 원소의 종류가 바뀌는 것이 아니고 단지 물리적인 성질만이 약간 바뀔 뿐이다. 양성자수는 같은 데 중성자 수만이 다른 원소를 동위원소라고 한다. 중성자 수는 같은데 양성자수가 다른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원소가 되는 것이다. 모든 물질은 기본적으로 중성이므로 전자의 개수는 양성자의 개수와 일치해야 한다.

물질 현미경

우리는 어떤 대상을 좀 더 자세하게 관찰하기 위해서 현미경을 사용한다. 세포을 관찰하려면 생물실에 있는 광학현미경으로 충분하고 큰 분자는 전자현미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학현미경은 빛으로 물체를 보는 것 이므로 물체가 빛의 파장보다 작으면 반사가 일어나지 않고 물체를 볼 수 없다. 칼로 물체를 자르려 할 때 칼날의 두께는 물체보다 작아야 하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수영하는 사람의 몸은 파도를 막지 못하지만 큰 배는 파도를 반사할 수 있다. 따라서 물결파와 같은 파장으로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배와 같은 크기의 물체만 볼 수 있다.

운동하는 전자는 드브로이의 이론에 의해서 파도와 같은 성질을 띠게 되고 그 파장은 빛보다 훨씬 작다. 이를 물질파라고 하는데 이 파장이 짧은 파동을 이용하여 광학현미경보다 배율이 높은 현미경을 만든 것이 전자현미경이다. 광학현미경에서 빛은 렌즈에 의해서 상을 확대 하지만 전자현미경에서 전자는 전기장과 자기장에 의해 상을 확대한다.

원자의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더 파장이 짧은 물질파가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입자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입자를 가속시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게 되었고 입자를 가속시키기 위해서 거대한 입자가속기가 건설되게 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극미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서 실험기구는 거대해진다. 가속기가 크면 클수록 입자의 파장은 짧아지고 더 세밀한 곳까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구두끈 가설

러더포드의 실험은 원자핵이 원자에서 차지하는 부피가 잠실운동장에서 모래 한개가 차지하는 부피 정도로 작다는 것을 밝혔다. 그러나 그 원자핵이 원자질량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원자핵의 둘레에 있는 전자의 질량은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질량에 비해서 거의 무시할수 있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물질을 만드는 원료인 1백여가지의 원자가 단지 양성자와 전자, 중성자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단순한가? 그러나 발달된 기술은 입자가속기의 효율을 증대시켰다. 결과적으로 원자핵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안에도 구조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되었다. 성능이 좋은 가속기가 가동될 때마다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됐다.

1백여가지 밖에 안되는 원자를 설명하기 위한 소립자가 1백여가지가 넘게 되자 물리학자들은 이들이 물질의 근본이 아니라 다시 더 근본적인 입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 (Enrico Fermi)는 핵입자(이를 '하드론'이라고 한다)들의 급격한 증가를 목격하고 핵물리학의 결과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동물학을 공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드론들을 성질에 따라 분류하면 팔정도(八正道, eightfold way)라 불리는 대칭적인 모양으로 정리될 수 있다. 팔정도는 하드론의 다양성을 정리하고 분류하는데 결정적인 노릇을 했다. 주기율표가 그렇듯이 그 주기적인 표에서 빈곳이 생겼다면 앞으로 발견해서 채워질 자리라고 예언할 수 있었고 또 그대로 되었다.

이 당시 하드론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유력한 이론 중에 구두끈 가설(bootstrap hypothesis)이 있다. 이는 하드론을 자르면 다른 하드론이 된다는 것인데 어느 것도 다른 어느 것보다 더 근본적이지 않다는 이론인 셈이다. 어떻게 한개를 잘라서 비슷한 질량 두 개를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질량보존법칙에 위배되므로 고전물리에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성이론은 질량이 에너지와 같다는 것을 증명했으므로 에너지만 공급하면 질량은 언제든지 무(無)에서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한개의 하드론을 자르기 위해 입자가속기에서 공급하는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하여 또다른 하드론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기본적인 보존법칙에도 어긋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시 과학자들의 정서에도 호소하는 바가 컸다고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팔정도의 규칙성을 설명하지 못했다.

신나는 쿼크 사냥
 

가속기 중 가장 규모가 큰 초전도 거대가속기(SSC). 이 가속기는 예산문제로 현재 공사가 중단돼 있다.
 

1963년 어느날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은 만일 하드론들이 자신이 쿼크(quark)라고 이름 붙인 더 기본적인 입자들로부터 만들어졌다고 가정 하면 팔정도를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쿼크는 독일말로 치즈의 일종이라고 한다.

그 때까지 발견된 하드론들은 전하량이 3등분될 수 있는 세개의 쿼크로 조합하여 만들수 있다. 즉 양성자는 전하량이 2/3인 위(up) 쿼크 두개와 전하량이 -1/3인 아래(down)쿼크가 한 자루에 담겨있다고 생각하면 전하량이 1이 되고, 중성자는 전하량이 위 쿼크 한개와 아래 쿼크 두개가 담긴 자루로 생각하면 중성이 된다. 그 밖의 쿼크로는 기묘한(strange)쿼크인데 이 세가지 쿼크와 반(反) 쿼크를 가지고 이제까지의 모든 하드론들을 조합할 수 있다.

그러나 성능이 좋은 가속기가 가동되자 6개(반쿼크 포함)의 쿼크를 가지고도 조합이 되지 않는 하드론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네번째의 쿼크를 도입하게 되었고 매력적(charmed)쿼크라고 이름을 붙였다. 후에 발견된 하드론들도 그 네가지의 조합으로 잘 설명이 되었으므로 쿼크모형은 확고한 기반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쿼크는 없는가?"하는 물음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대규모 쿼크 찾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다섯번째의 쿼크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하드론이 발견되었고 즉각 아름다운(beauty) 쿼크라고 이름지었다(아름다운 쿼크는 예명이고 실제 이름은 바닥(bottom) 쿼크다).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물리학자들은 더 큰 질량을 갖는 진리(truth) 쿼크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그 믿음의 확고함은 미리 이름을 지은 것으로 짐작할수 있다(진리쿼크는 꼭대기 (top) 쿼크라고 불린다).

이 6가지의 쿼크들로 모든 하드론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에 누구도 그렇다고 대답할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쿼크가 모여서 하드론이 된다는 것만은 이론이 없다.

"쿼크의 수가 많아지면 그 쿼크도 더 기본적인 입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자연스런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쿼크는 더 이상 하드론 자루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드론을 자르면 자루 내부에서 다른 쿼크를 만들어 여분의 하드론을 창조하므로 이른바 구두끈 가설이 적용되기 때문에 쿼크보다 더 기본적인 입자의 도입은 필요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의 견해라고 한다.
 

(표) 쿼크표
 

함께 생각합시다

태양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전자기파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된다. 지구 표면에서 1분에 1㎠당 도달되는 태양에너지를 태양상수라고 하는데 그 값은 대기권 밖에서 2.0㎈이고 지구표면에서는 1.3㎈이다. 지구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1억 5천만㎞ 일 때
① 태양에서 매초 방출되는 총 에너지는 얼마인가?
② 그로 인해서 태양의 질량은 매초 얼마나 감소하는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를 이용하라.)

해설

① 태양에너지는 지구쪽으로만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사방으로 동등하게 방출하므로 반지름이 1억5천만㎞인 구면으로 태양상수만큼의 에너지가 방출된 것이다. 반지름이 r인 구의 표면적은 (4/3)${πr}^{3}$이므로 π=3으로 계산하면 지구와 태양사이의 거리를 반지름으로 하는 구의 표면적은 13.5 x ${10}^{27}$㎡이다. 여기에 1초당 1㎡에 오는 태양에너지(2 x ${10}^{4}$)/60을 곱하면 태양에서 매초 방출되는 에너지가 되고 4.5 x ${10}^{30}$㎈이다.
②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원리를 나타내는 식은 E=${mc}^{2}$이므로 m=E/${C}^{2}$이다. 위에서 계산한 에너지에다 4.2를 곱해서(1㎈=4.2J이므로)광속 (3 x ${10}^{8}$m/초)의 제곱으로 나누면 되고 그 값은 약 2.1 x ${10}^{14}$㎏이므로 2천1백억t이다. 즉 태양은 그 빛을 내보내기 위해서 매초당 2천억t씩 질량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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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희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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