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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매미 내가 연구합니다!


“제가 이곳에서 말매미 소리를 자주 듣거든요.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개체 수도 꽤 많은 것 같아요.”

7월 10일,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과 함께 활동 개시에 나선 ‘매미탐사대’를 따라 나섰다. 매미탐사대는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를 중심으로 매미의 생태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과학프로젝트다.

본격적인 탐사는 7월부터 8월 말까지다. 이 날은 연구팀 자체적으로 탐사를 떠나는 날. 장 교수와 함께 매미 연구를 하고 있는 강재연(석사 과정) 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로 안내했다.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를 나무가 빽빽히 둘러싸고 있다. 해충을 잡기 위해 나무기둥에 둘러 붙인 찍찍이에는 수많은 개미와 함께 꽃매미가 드문드문 붙어 있다. 매미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도시 매미는 어디서 어떻게 울까

매미탐사대의 연구 목적은 매미가 언제 어디에 분포 하는지 이해하고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오솔길을 걷던 중 탈피각을 발견했다. 다리와 더듬이, 몸의 마디마디 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매미 유충처럼 섬세하게 남아있었다. 너무 섬세한 나머지 징그러워 기자는 손을 대기조차 주저스러웠다. 매미는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으로 일생이 알, 애벌레, 성충 세 단계로 나뉜다. 애벌레가 탈피각을 벗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매미가 된다.

“머리, 앞가슴등판이 전체적으로 큰 걸 보니 말매미네요.” 탈피각을 이리저리 살펴보던 장이권 교수가 말했다. 이 곳에 말매미가 살고 있다는 증거다.

말매미가 울기 시작했다!

“츠으츠으으으으-츠으츠으으으으-”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매미소리가 시끄럽게 주변을 메웠다. 말매미다. 우리나라 매미 중에서 가장 크고, 노래도 가장 시끄럽다. 중부 이남 지방의 경우, 보통 6월 말부터 출현하기 시작해 8월 초순에 가장 많이 나타난다. 그러다 8월말이 되면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3마리 정돈 것 같은데요.”

조용히 소리를 듣던 탐사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종은 그렇다 치고 어떻게 개체수까지 알 수 있느냐는 질문에 장 교수는 소리의 높낮이 차이, 노래 소리가 이어지는 길이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답했다. 매미는 수컷만 운다. 암컷을 유혹해 짝짓기를 하기 위해서다. 서로 소리가 겹치지 않게 노래를 부르려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많을수록 매미소리가 길게 이어진다.

“하지만 개체는 더 있을 수 있어요. 다른 수컷들이 울 때 에너지를 아끼면서 울지 않고 있다가 암컷이 다가오면 중간에서 가로채는 얌체들이 있거든요.” 장 교수가 덧붙였다. 따라서 매미탐사대원으로 자료를 보낼 때 몇 마리가 노래하는지보다 녹음하려는 장소에서 매미소리가 들리는지, 들린다면 어떤 종인지를 파악해서 보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매미 생태 함께 연구해요

“그럼 이제 채집을 해 볼까요?” 장 교수의 말에 장은재씨가 길다란 채를 들고 오더니 나무에 발을 걸치고 말매미를 채집했다. 정치외교학과 학생인 그는 매미탐사대를 통해 시민과학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채집한 말매미는 유전자 분석과 함께 종과 지역별로 형태를 분석하는 데 쓰인다.

채집한 매미는 수컷. 장재연씨는 곤충 전문가답게 매미의 생김새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수컷은 배 쪽에 공명통이 있고 그 안에 진동막, 발음근, 공기주머니로 소리를 내요. 반면 암컷은 그 안에 알을 가득 품고 있고요. 수컷의 생식기는 배의 끝부분에 있는데 종마다 다른 모양이랍니다. 참, 더듬이 옆에 있는 기다란 대롱은 나무를 뚫을 정도로 튼튼해요. 수액을 빨아먹는데 쓰거든요.”

열띤 설명이 이어지는 도중 동네 초등학생들이 신기한 듯 탐사대쪽으로 오더니 채집한 매미를 가리키며 말매미라고 정확히 맞췄다. 이어진 장교수의 매미 소리 테스트에도 아이들은 합격점을 받았다. 애매미, 쓰름매미, 참매미 등 소리만 듣고도 매미의 종을 맞춘 것이다.

장 교수는 “함께 참여하는 학생들 중에는 인문, 사회대 학생들도 많고 이렇게 어린이들도 관심이 많다”며 “생태 탐구가 모든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과학 주제로 적합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매미 탐사대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과학을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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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화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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