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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파트너@DGIST] 스테레오 카메라로 자율주행차 가성비 높인다

정보통신융합전공

‘위~잉’. 목청을 높이지 않고서는 대화가 힘들 정도로 소음이 진동하는 서버실 안. 수백 대의 서버는 각기 다른 실험실에서 보낸 정보를 처리하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9월 24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만난 임성훈 정보통신융합전공 교수는 “자율주행차의 ‘눈’에 해당하는 시각인지 센서의 데이터를 서버로 계산하는 중”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가성비 좋은 센서를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테레오 카메라 기반 시각인지 센서 개발 


시각인지는 자율주행 기술 중에서도 핵심 기술로 손꼽힌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주행 환경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시각인지 기술에는 신호등의 색깔이나 교통표지판의 내용을 인식하는 카메라 센서와, 도로의 형태나 보행자의 위치 등 복합적인 환경을 3차원으로 파악하는 시각인지 센서 기술 등이 있다.


시각인지 센서로는 레이저를 이용해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가 대표적이다. 라이다는 특정 레이저 신호를 보낸 뒤 반사되는 신호의 폭과 거리, 높낮이를 계산해 사물의 형상 등 3차원 공간 정보를 얻는다. 


라이다는 외제차 한 대 가격과 맞먹을 정도로 비싼데,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려면 여러 대가 필요하다. 자동차보다 센서가 더 비싼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에 ‘테슬라’ 같은 자율주행차 양산을 준비하는 업체들은 레이더, 스테레오 카메라 등 다른 센서를 활용하는 추세다.


임 교수는 그중 스테레오 카메라를 이용해 시각인지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두 대의 카메라로 구성된다. 사람이 두 개의 눈으로 사물과의 거리를 감지하는 것처럼, 고정된 두 카메라가 찍은 픽셀의 차이를 계산하면 3차원 공간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테레오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저렴하고 무게가 가볍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면 휴대전화 카메라 두 대 정도 크기다. 이를 활용하면 자율주행차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비용이 저렴한 만큼 라이다나 레이더 등 기존 시각인지 센서에 비해 획득하는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진다. 임 교수는 3차원 공간정보와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으로 이를 극복했다. 기존의 시각인지 센서는 고해상도 영상에서 공간정보를 추정하도록 주관식 문제를 풀었다면, 임 교수는 스테레오 카메라가 획득한 3차원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가능성 높은 객관식 보기를 제공하도록 만들었다. 


자율주행 환경이 복잡할수록 인공지능의 정답 추정률은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자율주행차가 복잡한 환경에서 주행하는 것은 아니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물류 셔틀처럼 차량이 적고 정해진 거리를 달리는 경우 굳이 고사양의 시각인지 센서를 장착할 필요가 없다. 스테레오 카메라는 바로 이런 환경에서 가치를 발한다. 


임 교수는 스테레오 카메라에 딥러닝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2019년 11월 국제로봇학회(IROS)에서 발표했다. 이를 이용하면 스테레오 카메라를 통해 얻은 데이터에서 교통 참여자들의 위치, 움직임 여부 등을 추론할 수 있다. doi: 10.1109/IROS40897.2019.8967970


3일 만에 논문 좌절, 자율주행 연구는 속도전


임 교수는 이제 부임 1년차가 된 1989년생 ‘젊은’ 교수다. 학부와 석사, 박사과정을 쉬지 않고 졸업하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6개월간 근무한 뒤 바로 DGIST에 부임했다. 이렇게 쉴 새 없이 달려온 이유가 뭘까. 그는 “자율주행 기술은 그 어떤 분야보다 ‘속도전’이라 머뭇거릴 틈이 없다”고 답했다. 


임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근무 당시 카메라 거리 측정 기술로 얻은 성과로 논문을 작성하려고 했는데, 단 3일 만에 다른 곳에서 기술이 발표돼 중단한 경험을 털어놨다. 게다가 간신히 새 주제로 논문을 작성했는데, 제출 직전에 비슷한 주제의 논문이 나왔다고 했다. 모두 6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시각인지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가상·증강현실(VR/AR)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에서는 피카추가 화면에 등장하는데, 여기에 시각인지 센서로 얻은 공간정보를 적용하면 피카추가 책상 위를 뛰어다니거나 책상 위로 얼굴을 빼꼼 내미는 것도 가능하다.


임 교수는 “그동안 연구가 많이 이뤄진 기존의 시각인지 센서를 장착한 자율주행차가 먼저 상용화되겠지만, 스테레오 카메라도 강점이 분명하다”며 “스테레오 카메라로 경제성을 높여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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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이영애 기자
  • 사진

    홍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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