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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기사][새책] 과학동아 에디터와 함께 읽는 이달의 책

    오르트, NASA, Adobe, 이형룡

     

     

    우주선 탑승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승객 안내서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
    경이로운 우주를 탐험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폴 서터 지음│송지선 옮김│오르트│560쪽│2만 5000원

     

    우주는 위험하다. 여기저기서 이 사실을 참 많이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쉽게 잊는다. 폴 서터 미국 존스홉킨스대 물리천문학과 연구원은 신작인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에서 우주의 위험성을 수시로 상기시킨다. 이 천체물리학자는 강력한 우주가 연약한 인류에게 여전히, 그리고 당분간 위험한 이유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확신한다. 우리가 우주에 나가서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면, 과학적 지식을 몰라서가 아니라, 일단 우주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은 탓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이 점이 ‘생존법’의 개성과 유머를 책임진다.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이 우주가 위험하다는 전제를 이 정도로 강조한다는 건, 저자가 이제 우리 삶에 우주가 더욱 가까워지리라 내다본다는 뜻도 된다. 물론 그는 자신의 전공인 천체물리학을 근거로 예측할 때처럼, 그 이론이 감춘 위기를 경고할 때도 재치가 넘친다. 그는 마치 곧, 어쩌면 5년 내에 내가 우주에 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처럼 이때 겪을 위기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스 파리 천체물리학 연구소에서 등에서 연구한 소장 천문학자이자 미국항공우주국(NASA) 자문위원, 디스커버리채널과 여러 팟캐스트의 출연자로도 활동 중인 저자의 이력을 보면 우주의 이론적 토대에 극적 긴장감까지 입힌 필력도 납득이 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달이나 소행성으로 이주하면 지하 깊이 거주지를 지어서 암을 일으키는 대량의 우주 방사선을 피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조언한다. 또는 빛의 속도와 정확히 같아야만 탈출 가능한 블랙홀의 경계, 사건의 지평선의 ‘사건’이란 즐거운 파티이지만, ‘여러분’은 죽을지 모른다고, 어깨를 으쓱하듯 말한다. 이 지평선에 다가갈지를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 듯한 이런 극적인 문체가, 이 생존법의 과학적 근거에 대한 몰입도까지 끌어올린다. 우주여행이란 책의 과학적 배경만큼 생존이라는 극적 요소와 유머에 신경 쓴 효과가 있는 셈이다.


    지구를 떠나기 직전부터 태양계 너머, 더 먼 우주, 그리고 이 여정 내내 인류를 따라다닐 암흑물질, 외계인과 같은 미지의 위협까지,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은 지구를 떠나 머나먼 경계까지 나아갈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구체적인 위험을 체계적으로 구성했다. 천체물리학과 천문학을 전공한 번역자의 번역이 이 생존법의 개성과 가독성을 충실히 전해준 점도 인상적이다. 저자의 전문 지식을 정확히 전할 뿐만 아니라, 이 지식을 일반 독자에게 생생히 전하기 위한 그의 재치 있는 표현들과 의도까지 충분히 고려한 번역이 돋보인다.

     

    이제, 여기서, 동물들과 함께 살려면
     

    도시의 동물들 동물과 함께 살기 위해 시작해야 할 이야기들

     

    사계절, GIB

    최태규 지음│이지양 사진│사계절
    384쪽│2만 4000원

     

    ‘도시의 동물들’을 읽다가, ‘자연의 동물들’이란 제목의 책은 혹시 있나 궁금해졌다.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했지만 그런 책은 없다. 아주 오래전 절판된 책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지난 30여 년 동안엔 누구도 자연의 동물들이란 너무 당연한 제목을 붙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도시의 동물들’이란 제목의 책도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도시의 동물들’이란 책이 있다는 사실에 담긴, 자연과 도시의 차이는 크다. 자연의 동물은 너무 당연하지만, 도시의 동물은 그 정도로 당연해 보이지는 않는다. 왜일까? 단지 도시에는 자연보다 동물이 적어서라고 넘기기엔 도시의 동물들도 충분히 많다. 게다가 지금보다 도시의 동물이 훨씬 많아진다고 해서 당장 도시의 동물들이 자연만큼 당연하게 여겨질 것 같지도 않다. 


    도시와 동물의 관계엔, 자연과 어떤 차이와 문제가 있는지, ‘도시의 동물들’이 선명하게 보여준다. 산업의 일부로써 폭력적으로 이용당한 사육곰을 구조하고 돌보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대표로서 한국 사회가 감추거나 모른척하는 동물의 삶에 꾸준히 주목해온 저자, 최태규 수의사의 실천과 탐구의 결과물이 ‘도시의 동물들’이다. 2025년의 한국, 그리고 도시라는 시공간에 있는 구체적인 동물들의 문제는 무엇이며, 이 문제가 지금 이곳의 인간에겐 왜 중요한지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동물의 권리’ 같은 당위적, 보편적인 문제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동물권으로 대표되는 윤리적, 추상적 측면이 이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도시의 동물들’은 고라니, 멧돼지처럼 자연, 야생에서 닥친 불청객으로 인간이 배척하는 경우부터 비둘기와 해충처럼 이미 도시의 일부인데 그 사실을 부정당하는 경우, 길고양이나 개처럼 사람들의 인식이나 대우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경우까지 담아냈다. 모두가 도시에 사는 동물들이지만 그들의 도시 속 생태와 인간의 대우와 인식, 사회적 쟁점 같은 크고 구체적인 차이들을 이 책은 예리하게 짚는다. 동물들 하나하나에 대한 호오의 수준을 벗어나, 이제 여기서 동물과 함께 사는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 책이다. 

     

    아카넷

     

    감염과 동행한 인류사

    유전학, 생물학, 인류학, 고고학, 경제학,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연구를 토대로 현생인류의 출발인 호모사피엔스 시대부터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최근까지 약 5만 년간의 인류사를 살펴보며 균이 인류에게 끼친 영향을 탐구한 책이다. 저자는 재러드 다이아몬드를 의식하며 균이 총칼보다도, 또한 그 어떤 위인보다도 더 치명적이고 힘이 세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과학과 인문의 영역을 통섭적으로 넘나들면서 놀라울 만큼 방대한 자료를 쉽게 풀어낸 필력이 돋보인다.

     

      균은 어떻게 세상을 만들어 가는가    조너선 케네디 지음 〡 조현욱 옮김 〡 아카넷  〡 408쪽 〡 2만 3800원  

     

    논밭출판사

     

    확률론을 거부한 물리학자의 사건

    ‘마요라나 입자’라는 개념이 이름을 따온, 20세기 초의 대표적인 이론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인 이탈리아의 에토레 마요라나는 1938년 3월 25일 나폴리에서 출항한 증기선에 승선한 후로 종적이 묘연하다. 마요라나는 지중해 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마요라나의 실종 사건을 20세기 초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우주가 초래한 과학적, 철학적 파문의 일부로서 재조명한다.

     

      실재란 무엇인가    조르조 아감벤 지음 〡 박영기 옮김 〡 논밭출판사 〡 176쪽 〡 1만 4800원  

     

    김영사

     

    가장 신비로운 개념을 향한 과학적 접근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얻을 수 없는 ‘지혜’를 과학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노년기의 뇌기능과 인지기능을 연구해온 저자가 지혜 연구의 결과물을 정리한 첫 대중서다. 신경생물학과 심리학의 관점에서 지혜의 정의와 구성요소부터 개인과 사회가 지혜를 강화하는 법까지 담아내며 노화, 외로움, 공감과 연민, 행복 등 현대의 다양한 정신건강적 주제를 지혜의 관점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딜립 제스테, 스콧 라피 지음 〡 제효영 옮김  
      김영사 〡 476쪽 〡 2만 3000원  

     

    세종

     

    첫눈에 반한 RNA에게

    1989년 RNA의 촉매 작용(리보자임)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분자생물학자 토머스 체크의 RNA에 대한 사랑 고백 같은 책이다. RNA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mRNA 백신, 텔로미어를 활용한 노화 연구 등 21세기 생명공학 기술의 혁신까지 아우른다. 생명을 조율하고 변화시키는 촉매제인 RNA가 어떻게 생물학, 의학, 생명공학을 혁신했는지 이 분야의 대가가 직접 보여주는 책이다.

     

      RNA의 역사    토머스 R. 체크 지음 〡 김아림 옮김 〡 조정남 감수 〡 세종 〡 388쪽 〡 2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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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과학동아 정보

    • 라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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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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