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최대 8.8m, 몸무게 약 4t. 백상아리보다 약 2배 길고, 6배 무거운 거대 어류가 먹이를 향해 거대한 턱을 빠르게 벌린다. 입을 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0.02초. 입 안과 밖의 압력차로 먹잇감은 순식간에 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먹잇감은 입안에서 종이처럼 구겨진다. 단단한 외골격도 턱뼈에 꿰뚫린다. 3억800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최상위 포식자였던 둔클레오스테우스(Dunkleosteus)를 상상한 모습이다.
백상아리보다 세 배 강한 턱 힘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속한 판피어류(Placoderms)는 척추동물 최초로 턱을 가졌다.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강력한 턱 힘은 화석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을 보면 턱에 근육과 인대가 연결됐던 흔적이 보인다. 2009년 필립 앤더슨 당시 미국 시카고대 지구물리과학과 연구원은 둔클레오스테우스 턱에 연결된 근육과 인대의 구조를 컴퓨터로 구현해 먹이를 잡는 동안 두개골과 턱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고생물학’에 발표했다. doi: 10.1666/08011.1
턱의 움직임은 네 개의 지점(두개-흉갑관절, 턱관절, 하악 하부, 견갑골)에 주목하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턱 주변 일부 근육이 수축하면 턱관절이 견갑골로부터 멀어지며 턱이 벌어지고, 턱 주변 일부 근육이 이완하면 턱이 닫힌다 (101p 그림).
연구팀은 이 구조를 둔클레오스테우스 표본 다섯 개에 적용해 역학적 모델을 만들었다. 턱의 각 부분에 작용하는 힘들이 어떻게 합쳐질지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보니 둔클레오스테우스 턱 힘은 약 6000N(뉴턴·1N은 1kg의 물체를 1m/s2로 가속시킬 때 필요한 힘)에 달했다. 오늘날 바닷속 최상위 포식자인 백상아리의 턱 힘(약 2341N)보다 세 배가량 강했다.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 모형은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대전 지질박물관에서 6월 19일부터 움직이는 둔클레오스테우스 두개골 모형을 전시 중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집에서 둔클레오스테우스 모형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키트도 개발했다.
전시 제작을 총괄하고 키트를 개발한 이항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 선임연구원은 “둔클레오스테우스 턱의 구조와 힘은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왜 데본기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지를 보여준다”며 “주목받지 못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고생물학 분야의 흥미로운 연구성과와 재미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