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달리거나 걸을 때 받는 느낌을 흡사하게 재현
한다리가 없이 태어난 미국의 국민학교 6학년생 사라 이스트양은 늘 남들처럼 신나게 달려보고 싶어했다. 그래서 이스트는 오클로호마에 있는 사볼리치 의족 연구센터의 존 사볼리치에게 제발 달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소녀의 간곡한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사볼리치는 자신이 만든 최첨단의 의족을 이스트에게 달아 주었는데 그 결과 이제 이스트는 달릴 수 있게 되었고 자전거까지도 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사볼리치는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다. 그는 곧 이스트를 포함한 19명의 지원자에게 '느낄 수 있는' 의족을 달아주려고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 놀라운 의족도 사볼리치의 작품.
사볼리치 촉감 시스템으로 명명된 이 '느끼는' 의족의 발바닥에는 8개의 압력 변환기가 있다. 의족에 의존하는 사람이 땅을 밟아 이 변환기에 어떤 물리적 압력이 가해지면 물리적 압력은 곧 전압으로 환산된다. 다시 이 전압은 배터리로 가동되는 전자인터페이스(interface, 의족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로 전달되고, 최종적으로는 의존환자의 실제 피부와 접하고 있는 전기 소켓의 전극을 자극한다. 그러면 의족보행자도 보통사람과 비슷하게 땅밟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물론 땅을 가볍게 밟으면 상대적으로 적은 전기자극이, 세게 밟으면 더 강한 전기자극이 전해질 것이다. 또 발가락으로 땅을 누르면 전기신호는 다리의 앞쪽에서 전달되고, 발뒤꿈치로 누를 때는 다리의 뒷쪽에서 전기자극이 전달되도록 설계돼 있다. 따라서 사볼리치촉감시스템은 실제로 달리거나 걸을 때 받는 느낌을 아주 유사하게 재현시킨 장치인 셈이다.
의족보행자에게 자극을 주는 최종장치인 전극은 다리를 다쳤을 때 욱신거리는 느낌까지 되살려낼 정도로 예민하다. 이런 촉감시스템은 의족보행자의 보행균형을 잡아주는데도 유효하다. 보트사고로 다리를 잃은 전직 댄스강사 홀리 하워드는 촉감시스템 덕분에 두 발자국만 옮기면 자신의 발이 어디 있는가를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고 고마워 한다. 촉감시스템이 균형잡기에 편리하다는 점은 당뇨병 환자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균형감각이 없어져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한 당뇨병환자의 신발 안쪽에 압력변환기를 넣어 주었더니 균형감각을 회복하기도 했다.
정신적으로도 촉감시스템은 의족보행자를 크게 안심시킨다. 예컨대 다리가 절단됐다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면서 느끼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흔히 망상적인 통증이라고 한다-을 경감시켜 주는 것이다.
11년 전의 전기사고로 왼손과 오른발을 잃은 척 티먼은 "자동차의 액셀러레이터에서 브레이크로 발을 옮기게 되었죠. 그 실제 느낌을 받았을 때 저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내지 않을 수 없었어요"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었다. 그는 이제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야구경기를 할때는 심지어 슬라이딩까지 한다. 또 그의 손도 촉감시스템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엄지와 집게 손가락에 센서가 달려 그는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집을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의 보결전문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피드백장치를 연구해왔다. 그러나 대개는 너무 무거워 실용성과는 담을 쌓고 있었다. 이처럼 자체 중량이 피드백 의족의 중요관건이었는데 사볼리치가 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그가 만든 소형전자회로는 의족에 집어넣는데 안성맞춤이다.
의족의 소재로는 되도록 가벼운 물질을 사용하고 또 굽힘성이 큰 소켓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최근 의수 의족의 발달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미국 뉴욕에 위치한 정형스튜디오의 카를로 마라노는 샤워를 하거나 수영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스윔 림(Swim Limb)이라는 완전방수의족을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처럼 최첨단의 보결장비를 구입하려면 보통 평범한 장비 구입 가격의 두배는 지불해야 한다. 스윔림의 경우 가격이 1만2천~2만달러선. 한 의족에 촉감시스템을 장착할 때는 시스템설치비만 1천4백달러가 든다. 실제와 가까운 촉감을 느끼게 하고 뜨겁고 날카로운 물체를 검출해내는 능력을 보유한 촉감시스템은 올 초부터 지원자의 보결장비에 부착되고 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유일하게 사볼리치병원에서만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