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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인터뷰] “수학은 세상에 대한 이해”

‘이것은 수학인가, 산수인가’. 수학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종종 이런 고민이 든다. 종이를 채운 식은 어쩐지 수학과는 거리가 먼, 기계적인 계산에 불과해 보인다. 김민형 영국 워릭대 수학과 및 수학대중화 석좌교수는 애초에 수학과 산수에는 경계선이 없다고 말한다. 계산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도 수학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강연과 책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앞장서온 김 교수와의 화상 인터뷰를 통해 수학이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수학이 필요한 순간 갈수록 많아져


“음악을 생각해봅시다. 베토벤이 작곡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지만 연주할 수도 있죠. 어떤 활동이든 고상하게 성찰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별생각 없이 연습하는 시간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김 교수는 음악을 예로 들며 수학과 산수에 경계선은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철학에 영향을 받은 수학자들은 수학이 순수무결하며 확실한 학문이라고 믿었다. 김 교수는 “피타고라스는 확실한 것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지금까지 쌓아 놓은 이론에 어긋나는 무리수 2를 발견한(혹은 누설한) 제자 히파수스를 죽였다는 전설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김 교수는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변이 1인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는 2이고 세상에 2가 존재한다는 것은, 수학에서도 2가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며 통계적 사고가 중요해졌고 엑셀 등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사용하는 직종도 늘어났다. 김 교수는 “애초에 수학에 대한 관심을 이과나 문과로 구분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산수부터 중대한 의사결정까지 수학이 필요한 순간이 많아지면서, 배워온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수학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이유? “재미!”


2018년 김 교수가 출간한 책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수학 교양서로는 이례적으로 8만 부라는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올해 8월 출간한 책 ‘다시, 수학이 필요한 순간’도 판매 한 달여 만에 2만 부나 팔렸다.

 

김 교수의 책은 사회,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사례를 끌어오면서도 수학과 관련된 내용은 꼼꼼하게 짚고 넘어간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개념인 ‘집합’에 대한 이야기는 ‘수가 무엇인가’라는 심오한 탐구까지 이어진다. 김 교수는 “집합은 과거 철학자들이 고민한 개념으로 ‘수학에 등장하는 모든 개체가 결국은 집합’이라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독자에게 새로운 수학적 사고를 깨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에게 이토록 열정적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이유를 물었다. “재밌어서”라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대화를 하는 것을 즐긴다”며 “잘 모르고 있던 부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이는 곧 새로운 지식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또 그는 “다른 나라에서도 많은 수학 대중강연을 해봤지만 우리나라는 특히 수학적 토대가 잘 쌓여 있다”고 감탄했다. 사람들이 좌표와 같은 기본적인 수학 언어를 거리낌 없이 흡수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수학 교육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장점도 있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의 수학적 관심에 부응하도록 책이나 강연 등으로 열심히 수학대중화 활동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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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영경 기자
  • 이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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