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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화산폭발 왜 일어나나?

2만2천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콜롬비아 '루이즈'화산
1천 1백여 건물을 파괴하여 6천여명의 사상자를 낸 멕시코 지진
과연 한반도는 안전한가


우리가 디디고 서 있는 대지는 튼튼한가? 발로 '쿵'해봐야 전혀 끄덕없고 따라서 대지의 대 포효(지진이나 화산폭발)가 있기 전에는 대지는 영원하고 엄청난 힘을 가진 부동의 것으로만 느껴진다.

허나 우리 발밑의 지각은 우리가 느낄수는 없지만 지금도 조금씩 이동하고 있고 땅속 1백여 ㎞만 파고들어가면 거대한 용광로를 만날수도 있다.

지난 11월 13일 2만 2천여명의 생명을 앗아간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루이즈' 화산폭발은 10메가톤의 힘으로 알려졌는데 백여년전에는 1백메가톤급의 화산폭발도 있었다.

땅속에 관한 연구는 우주의 연구보다는 진전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미지의 것이 많다. 그러나 지진과 화산에 관해서는 상당한 정도로 연구가 진행돼 있다.
 

<;그림1>; 지구내부구조


지구과학의 신세계―판(板)구조론
 

<;그림2>; 화산의 단면


우리가 평상시에 안심하고 살고있는 지구는 그 내부가 항상 불안정한 상태이며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화산폭발과 지진은 그것의 표출이다. 1883년의 인도네시아 '크라카토' 화산은 1백메가톤의 TNT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보였다. 성층권까지 올라간 화산재는 수년동안 황혼을 붉은 빛깔로 물들였으며, 태양복사에너지를 중간에서 차단, 전 지구에 이상기온을 가져오게 했다. 더구나 40m 높이에 이르는 해일을 발생시켜 인접해안을 파괴, 3만6천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화산·지진발생의 메카니즘은 판구조론(Plate Tectonics)로 설명 가능하다. 지구는 핵과 '맨틀'층 그리고 지각으로 구성된다. 핵에는 가장 무거운 물질이 응집돼있으며 지각은 가장 가벼운 물질로 형성돼 있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표면은 두께가 약 백여㎞ 되는 10여개의 암판(지각과 맨틀 상부 일부를 포함)으로 나뉘어져 있고 이 판이 약권(弱圈) 위를 수평이동 한다는 것. 약권은 대체로 지하 1백~3백㎞의 상부맨틀층이며 약권을 구성하는 광물 일부가 녹아 암판들의 수평이동을 가능케한다.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이 기화교수는 "대체로 암판들은 견고하여 그 내부에서 습곡이나 단층 등의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으나 판들의 경계에서는 인접한 판의 상대운동에 의해 지진이 발생한다. 약권의 일부 녹아버린 물질이 판의 깨어진 틈을 타 약대(弱帶)를 타고 상승하여 지표에 이르는 현상이 화산이다"라고 설명한다. 루이즈 화산도 남동 태평양의 해저를 이루는 '나즈카'판이 '칠레' 해구에서 남아메리판 밑으로 연 10㎝씩 침강하면서 판의 상층부가 마찰열로 녹아 안데스 산맥의 약대를 따라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결국 지각변동이 심하게 발생하는 곳은 맨틀층 위를 떠다니는 판들의 경계이다. 이곳을 화산대 또는 지진대라 부른다.

판구조론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대륙이동설'을 최초로 주장했던 사람은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위케나'였다. 세계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그는 남북아메리카 동쪽과 아프리카 서쪽의 해안선이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상대적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에 힌트를 얻은 '위케나'는 지금부터 약2억년 전에 지구상의 모든 대륙은 하나로 모아져있었고 그것이 분열하여 현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대륙이동설'을 발표하였다(1912년). 그러나 이 이론은 대륙이 이동한 원인을 확실히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설(定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륙이동설이 다시 각광을 받았던 것은 1960년대이다. 미국의 '로버트 디츠'가 바다밑의 자기(磁気)연구와 지형조사 결과를 기초로한 '대양저 확장설(Sea Floor Spreading Theory)'에 의해 그 올바름이 증명되었다. 이 이론을 발전시켜 판구조론을 성립시킨 것은 프랑스의 '루비송'. 이때까지 의문시되었던 지진과 화산활동, 조산(造山)운동 등이 판구조론으로 완벽하게 설명되어 지구과학은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되었다.

화산의 분출양상은 용암의 점성(粘性)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마그마'가 판경계를 비집고 상승하면 주위압력이 낮아져, 비중이 낮은 수증기와 다른 기체들은 마그마의 상층부에 모인다. 용암의 점성이 크면 기체방출이 억제되다가 마그마가 지표에 이르면 폭발적으로 방출된다. 보통 중심분출이라 부르는 이 폭발은 주로 점성이 큰 유문암과 안산암질의 용암에서 발생한다. 우리나라의 백두산, 울릉도, 제주도는 모두 중심분출에 의한 화산이다. 분출된 용암과 화산재가 화산의 사면을 흘러내리며 만년설을 녹여 '라하르'라는 진흙물을 생성시킨 '루이즈'화산도 안산암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비해 현무암질 용암은 점성이 작아 분화구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퍼져나간다. 이를 열하분출이라 한다. 보통 용암대지로 불리는 고원이나 순상화산은 열하분출에 의한 것이다. 우리가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지구표면에서 가장 큰 화산활동은 바다밑 심연에서 조용하게 일어나는 해저분출이다. 해저산맥에서 발생하는 화산도 현무암질용암이다. 하와이섬의 총연장 5백㎞에 해당하는 해저분출, 인도의 '데칸' 고원도 모두 이에 속한다.
 

화산폭발로 흘러내리는 용암(이탈리아 남부 '에트나'화산)


불의 고리―환태평양화산대

지구표면은 어떠한 판으로 형성되었으며 그 판들이 경계를 이루는 지역, 화산대는 어디인가. 소위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화산대는 전세계의 활화산 중 60%라 넘는 화산을 보유하고 있다. 남북아프리카 서해안을 따라 알래스카, 캄차카반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연결되는 이 지역은 태평양판과 필리핀판, 오스트레일리아판, 유라시아판, 나즈카판, 남북 아메리카판이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그밖에도 북대서양과 아프리카동부, 지중해연안, 태평양중앙부에도 화산대와 고립화산이 분포하고 있다(그림3).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된 화산기록은 BC 693년의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 있는 '에트나' 화산이다. 이 화산은 1969년 재차 폭발, 2만명이 사망했다. AD79년 같은 지중해 화산대에 속해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베수비오화산폭발은 폼페이와 2개 도시를 매장시켰다. 영화 '폼페이 최후의 날'은 바로 이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마주치는 경계에 위치한 일본은 화산과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1792년 일본 '운선악' 지진이 발생, 1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필리핀판과 오스트레일리아판이 위치한 동남아지역에 이르면 화산발생 빈도는 더욱 빈번해진다. 앞에서 밝힌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토'화산외에도 1951년에 폭발한 필리핀의 '히복히복'화산, 자바섬의 '케루드'화산(1902년, 5천 1백명 사망) 등이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는 1902년 카리브해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마르티니크'섬에 있는 '펠레'화산이 폭발, 섭씨 수백도에 달하는 화산재와 유독가스가 수분만에 '세인트 피에르'항을 덮쳐 3만명이 사망했다. 이 항구도시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죄수 3~4명에 불과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화산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화산은 1793년에 폭발한 아이슬랜드의 '래키'화산. 기아와 전염병까지 겹쳐 1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곳도 역시 유라시아판과 북아메리카판의 경계지역이다.

가장 최근에 폭발한 화산으로는 1980년 5월18일의 미국 워싱톤주에 있는 '세인트 헬렌'화산과 1982년 3월3일의 멕시코 '엘치코날'화산이다. 특히 '세인트 헬렌'화산은 2달전에 예보, 희생자수를 최대한 줄여 모범적인 화산방재대책을 보여 주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화산은 공기가 땅속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뛰어나온 것"이라고 설명, 화산이 신의 섭리가 아니라 자연현상임을 밝혔다. 2천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화산폭발로 2만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것은 인간의 무력함인가, 인간의 수치인가.
 

<;그림3>; 지구표면을 이루는 판의 분포


한반도 안심못해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는 화산폭발의 재앙과는 거리가 먼 안전지대일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한마디로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려시대인 1002년과 1007년에 제주도에 검은 연기가 치솟아 항해를 못했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 또 '이조실록'에도 1597년 1668년 1702년 1724년에 백두산 일대의 지역이 화산재에 뒤덮여 햇빛조차 볼 수 없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보통 지난1백만년간 화산활동이 있었으면 휴화산으로 보고있음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언제 다시 화산이 폭발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한양대 김소구교수(지구물리학)의 말이다.

서울대의 이기화교수(지질학)도 "사화산과 휴화산의 개념규정이 모호한데, 우리나라의 화산들은 과거기록으로 보아 휴화산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게 지질학적인 상식이다"고 말했다.

과거의 화산기록과 더불어 우리를 더욱 불안케 하는 것은 한반도의 땅속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김소구교수에 의하면 일본만 해도 지질학적인 연구·조사가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는 이 방면의 전문가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라는 것. 예를 들어 화산학(volcanology)을 전공한 학자가 국내에 한명도 없다는 얘기다.

만약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화산이 폭발한다면 아마도 그 지역은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개마고원 그리고 서울에서 원산에 이르는 추가령지구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이처럼 화산에 관한 불안스러운 진단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위안을 주는 것은 화산현상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이론인 판(板) 구조론이다. 판구조론이란 지구의 지각(두께 약1백㎞)이 맨틀층 위에 유동적인 상태로 떠있는데, 모두 10여개의 판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판과 판이 만나는 경계부분에서 화산활동이 심한데, 일본은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마주치는 경계에 위치해 있어 화산활동이 잦은 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있어 상대적으로 화산활동이 저조하다는 것이다.

한편, 화산폭발이 임박하면 지하에서 마그마가 상승하면서 지각이 부풀어오는 등 지각변동이 수반되므로 사전에 충분이 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평소 잘 대비만 하고 있으면 재난은 줄일 수 있다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동경대와 경도대에서 화산지대인 아소산에 화산연구소를 설치, 연구원들이 상주하면서 관측·연구를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지진이 나면 중앙기상대에서 그 진앙을 관측하는데 그치고 있다.

198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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