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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X 긱블] 태풍에 우산 작살난 사람들을 위한 잇템, 에어 우산

◇ 안어려워요 | 과학동아 X 긱블

 

 

전 세계 메이커들이 긱블처럼 재미있는 것만 만드는 건 아닙니다. 누군가는 예술적인 작품을, 누군가는 실용적인 물건도 만들어 내죠. 그중 실용적인 작품들은 펀딩(투자)을 받아 실제 판매로 이어지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펀딩을 받을 수 있는 곳 중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입니다. 자금이 부족한 메이커들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사이트에 소개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투자자로 나섭니다. 소액이라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펀딩에 성공하고, 실제 개발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비록 긱블이 쓸모 있는 걸 만들어 이곳에 팔 건 아니지만, 다른 메이커의 작품을 구경하고자 종종 킥스타터에 방문하는데요. 킥스타터에서 유명세를 떨쳤지만 대량 생산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작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공기로 비를 막는 ‘에어 우산’입니다.

 

공기를 퍼올려 분수처럼 퍼트려라

 

에어 우산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공기를 강하게 내뿜어 정수리에 수직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깥으로 튕겨내는 거죠. 공기를 분수처럼 사방으로 내뿜는다면 우리가 아는 우산 모양으로 빗방울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긱블에서 메이커 찬스 님이 나섰습니다. 일단 찬스 님은 킥스타터에 올라왔던 에어 우산과 비슷하게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공기를 강하게 뿜어낼 장치가 필요한데요. 순간 긱블 메이커 스페이스에 있는 에어 컴프레서(공기압축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에어 컴프레서는 공기를 압축해 고압 탱크에 저장시키는 장치입니다. 압축 공기를 대기 중에 분사하면 기압 차이 때문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죠. 긱블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가장 강한 바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치입니다. 


공기를 압축한 후에는 압축 공기를 위쪽으로 전달할 기다란 관과, 전달된 압축 공기를 사방으로 퍼트릴 부품이 필요합니다. 기다란 관으로는 황금빛 동관(구리관)을 택했습니다. 역시 긱블에서 외관을 맡고 있는 찬스 님이라 예쁨을 놓치지 않습니다. 길이는 약 70cm짜리를 사용했습니다.


사방으로 공기를 퍼트릴 부품은 3D 프린터로 만들었습니다. 깔때기 모양의 공기 배출구와 이를 덮을 뚜껑인데요. 뚜껑으로 배출구를 아예 밀폐시키는 것이 아니라, 약 0.5~1mm의 틈이 있도록 배출구와 뚜껑 사이에 와셔*를 넣고 볼트와 너트로 결착시켰습니다. 그러면 동관을 통해 전달된 압축 공기가 측면의 작은 틈으로 빠르게 퍼져 나올 테니까요. 


다음은 에어 컴프레서와 동관, 공기 배출구를 조립시킬 차례입니다. 공기 배출구는 동관의 지름에 꼭 맞게 제작했기 때문에 그대로 끼워 맞추면 됩니다. 하지만 에어 컴프레서와 동관의 지름은 서로 달라서 다른 부품을 사용해 입구가 꼭 맞도록 해줘야 합니다. 에어 컴프레서와 동관 사이에는 공기 분사를 조절할 개폐 밸브도 끼워야 합니다. 


우선 에어 컴프레서와 개폐 밸브는 에어 커플러라는 부품으로 연결했습니다. 에어 커플러는 공기를 조절하는 장치의 호스와 다른 공구를 연결해주는 장치입니다. 개폐 밸브와 동관은 CM 밸브 소켓으로 연결하기로 했습니다. CM 밸브 소켓은 용접을 하지 않고 너트를 조이는 압착 방식인 링조인트 타입을 사용했습니다. 


빈틈 없이 조립됐는지는 연결 부위에 비눗물을 묻히고 공기를 분사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푸슈욱푸슈욱~’ 찬스 님이 밸브를 열자 어김없이(?) 연결 부위에 보글보글 비누 거품이 만들어집니다. 재빨리 찬스 님은 더 세게 CM 밸브 소켓의 너트를 조여 더욱 압착시킵니다. 드디어 에어 우산 긱블 버전 완성입니다. 


대망의 1차 테스트. 비는 오라고 할 때는 꼭 안 오고…, 하는 수 없이 천장의 에어컨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나 막아보기로 했습니다. 셋, 둘, 하나, 밸브 오픈! 


‘쀠이이이이이이이이’ 


공기가 배출구를 빠져나오며 생기는 소란스러운 마찰음이 트럼펫 소리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소리만 우렁찰 뿐, 에어 우산은 물 한 방울 막아낼 힘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왜 못 막았을까요.

 

배출구 구멍은 좁게, 공기는 빠르게

 

찬스 님은 문제점이라 생각한 두 가지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하나는 에어 컴프레서가 아닌 에어 블로어를 이용하는 겁니다. 에어 블로어는 모터를 이용해 공기를 빠르게 내뿜는 장치인데요. 바꾼 근거는…. 사실 딱히 없습니다. 에어 컴프레서로 안 됐으니, 일단 다른 도구를 써보는 거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차 테스트 대상이었던 에어컨 물방울을 상대로 에어 블로어를 작동시켜봤습니다. 


‘쉬이이이이이이잉’


진공청소기 같은 소음을 내면서 물방울을 힘차게 밀어냅니다. 오케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바꾼 건 공기 배출구의 지름입니다. 유체역학적으로 같은 양의 공기가 흐를 때 그 통로가 넓을수록 흐르는 속도가 줄어듭니다. 압축된 공기가 배출구의 넓은 구멍으로 나오면 속도가 급격히 줄어드는 겁니다. 


그래서 찬스 님은 공기 배출구의 지름을 60mm에서 30mm로 줄였습니다. 공기가 더 좁은 곳을 통과하니 더 빠르게 나올 거라는 기대를 하고 말이죠. 이 공기 배출구 역시 3D 프린터로 제작했습니다. 


동관도 폴리염화비닐(PVC) 파이프로 바꿔봅니다. 딱히 이유는 없었습니다. 동관보다 무게가 조금 더 가벼워지는 효과랄까요. 


그렇게 조립까지 마치고 2차 테스트 돌입! 마침 비도 줄기차게 내리더군요. 모든 긱블러들이 모여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에어 우산을 직접 테스트해볼 사람을 뽑는 건데, 진 사람이 당첨입니다. 테스트 받는 게 안 좋은 건가 봅니다.


잠시 뒤 긱블의 메이커 넙치 님과 차누 님이 당첨됐습니다. 잔뜩 겁먹은 표정입니다. 아랑곳하지 않고 에어 우산을 손에 쥐어줍니다. 그리고 공기 분사를 시작합니다. ‘피슈우우우욱’
“비가 막아져요!” 

 

△ 볼트와 너트, 그리고 풀림을 방지하는 와셔로 공기배출구와 뚜껑을 연결했다.


첫 소감은 현장의 모든 긱블러

 

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넙치 님의 머리에 물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황토색 상의도 빗물에 젖어 색이 진해지기 시작합니다. 빗물을 밀어내는 효과는 미미했습니다.


빗방울의 낙하 속도는 초속 9~13m라고 합니다. 이 빗방울을 튕겨내려면 그 이상의 속도로 공기를 분사해야 하죠. 기상 예보에서 말하는 강풍주의보의 기준이 초속 14m 이상의 바람이 불 때이니 실로 엄청나게 센 바람을 분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찬스 님의 에어 우산은 그보다 약한 바람을 내는듯했습니다. 


실제 킥스타터에서 펀딩을 받은 에어 우산은 휴대를 위해 팬과 배터리만으로 공기를 분사한다고 돼 있습니다. 총 사용 시간은 30분 이내이고요. 이에 찬스 님은 “휴대용 에어 우산이 왜 대량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 알겠다”라는 평을 남기며 쓸쓸한 뒷모습을 보였습니다. ‘졌.잘.싸 아디오스’. 

 

 

용어정리

*  와셔
볼트와 너트 사이에 넣어 풀림을 방지하는 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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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 사진 및 도움

    긱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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