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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이 책을 여는 순간, 당신의 뇌가 열린다!

이 책을 여는 순간, 당신의 뇌가 열린다!
과학동아 12월호를 만들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거대한 핵융합 장치 중 하나인 ‘스텔러레이터’ 사진을 표지로 결정했는데, 알고 보니 영국의 과학자 겸 아티스트가 일본에 있는 거대나선장치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덧붙여 만든 그래픽이었던 것이다. 과학자인 동시에 아티스트라니, 상상만으로도 멋진 느낌 아닌가. 외국에는 이처럼 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수준급으로 그림을 그리는 과학자가 종종 있는데, 늘 복잡한 과학을 명쾌하고 위트 있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해 애를 먹는 기자는 이런 풍토가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뉴로코믹’은 과학자와 아티스트가 각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풍토에서 나올 수 있는 ‘작품’이다. 표지부터 예사롭지 않다. 가장자리를 따라 화려하게 수놓인 금빛 휘장은, 사실 자세히 보면 뇌의 신경세포다. 맙소사, 이 어여쁜 책의 주제는 뇌 신경과학이었던 것이다. 책을 열자마자, 또 한 번 놀랐다. 만…, 만화책이다! 얼른 저자 약력을 살폈다. 하나 로스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한 신경과학자다. 또 다른 저자인 마테오 파리넬라는 그래픽 저널리즘과 과학 그림을 전문으로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놀라운 건, 파리넬라 역시 2013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서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과학자라는 사실. 그들이 표현해 낸 뇌 신경과학의 세계는 정확하면서도 기대만큼 위트가 넘친다. 신경 세포 하나하나는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다가온다. 기억의 동굴로, 속임수의 성으로 여행하는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방해하는 무시무시한 괴물, 축삭돌기 실험체가 돼 복수하는 거대한 오징어, 기록을 관리하는 해마 등을 만난다. 뇌라는 뉴런 숲에 빠진 주인공이 뇌의 전체 구조를 파악해 빠져 나오는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뇌의 경이로움이 절로 느껴진다.

게다가 신경과학의 아버지인 카할이 나타나 뇌를 안내한다. “이 친구는 제이야. 내가 아주 좋아하는 조그만 과립세포지.” “왈왈!” 카할뿐만 아니라 뉴런이 전류를 전달하는 원리를 발견해 노벨상을 수상한 호지킨과 헉슬리,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는 러시아 생리학자 파블로프, 뇌전도 장치를 최초로 발명한 한스 베르거 등 뇌과학의 개척자들이 아주 코믹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책, 참 사랑스럽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미로를 빠져 나오는 데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한번 맛 본 뉴런 숲의 매력에서 빠져 나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셜록 홈즈가 그랬단다. “나는 뇌야, 왓슨. 나머지 부분은 그저 부록이지.” 이번 겨울엔, 중요한 건 알지만 그간 너무도 무심했던 뇌에게 말을 걸어보자. 저자들이 알려준 영국식 유머를 섞어서.

한컵의 과학, 과학동아가 추천하는 과학도서
 

201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우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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