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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특별할 필요 없어요. 꾸준히 도전한다면

2019 여성공학인대상 수상자 인터뷰

대한민국 여성 공학인들에게 가장 영예로운 상으로 꼽히는 ‘여성공학인대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여성공학인대상은 한국여성공학기술인협회가 연구, 산업, 공공 및 지원, 교육 분야에서 우수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여성 공학인들을 발굴해 수여하는 상이다. 
여성 공학인들의 업적을 알리고, 미래의 여성 공학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상으로 올해 10회째를 맞았다. 11월 1일 시상식에 앞서 수상자들을 만나봤다. 

 

 

 

“끈기 있게 버티니 결국 인정받는 순간이 오더군요.”


자동차의 뼛속까지 들여다보며 자동차 업계에 24년간 몸담아온 신외경 자동차부품연구원(KATECH) 전기구동시스템연구센터 센터장의 성공 비결은 ‘버티기’다.


자동차 업계는 남성 직원이 대다수여서 소위 ‘남초 분야’로 불린다. 1996년 그가 입사할 당시에도 자동차부품연구원 엔지니어 150여 명 중 여성은 3명뿐이었다. 


이런 성별의 차이는 능력의 차별로 돌아왔다. 성과를 내도 동료 남성 직원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진행하고 싶은 프로젝트의 우선권을 뺏기기 일쑤였다. 그래도 버텼다.  


“어느 날 제게 박하게만 굴던 상사가 업체 미팅에 나온 교수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그만한 지위와 능력을 갖춰 대접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분자공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입사해 처음에는 자동차 재질을 연구했던 그는, 일을 할수록 기계 설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원래 전공 분야와는 전혀 달라 남들보다 오래 걸렸지만, 특유의 버티기 정신으로 결국 박사학위를 받는 데 성공했다. 


기계 전문 지식까지 갖추자 자동차 부품의 핵심인 구동 모터 분야를 연구할 기회도 생겼다. 그리고 그의 연구는 자연스레 차세대 자동차로 불리는 전기자동차 부품 연구로 이어졌다. 


최근 전기자동차를 새로 구입했다는 그는 “운전할 때마다 이 차 개발에 내가 일부 기여했다고 생각하면 뿌듯하다”며 본인의 일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그는 “후배들이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하게 돕는 것도 선배의 역할”이라며 “앞으로는 여성 엔지니어들에게 좋은 기회가 더 많을 테니 포기하지 말고 더 큰 꿈을 키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술과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호기심이 발동돼요.”


이지연 에프앤디넷 이사 겸 기업부설연구소장은 1996년부터 건강기능식품 연구 개발에 ‘올인(다걸기)’했다. 


그는 특히 2006년 산모에게 필요한 영양성분을 시기별로 구분한 건강기능식품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임산부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철분이나 엽산을 섭취하던 때에 임신 준비기~초기, 임신 중·후반기, 수유기로 나눠 시기별 맞춤 영양제품을 제공한 것이다. 이후 타사에서 카피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될 정도로 그의 개발은 임산부용 건강기능식품의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


하지만 그가 계속 탄탄대로를 달려온 건 아니다. 그는 “대기업을 다니던 중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며 “1998년부터 2005년까지 8년 동안 중간중간 계약직으로 일을 조금씩 하긴 했지만, 그 기간을 제외해도 꼬박 5년은 쉬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젠가 꼭 일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당시 막 사용되기 시작한 파워포인트, 포토샵 같은 소프트웨어의 사용법을 배우고, 이후 신제품을 개발할 때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에 온라인 쇼핑몰의 기획과 마케팅 기법도 공부했다. 


물론 8년 만의 정식 복귀는 적응부터 쉽지 않았다. 다행히 최신 기술 트렌드를 미리 익혀 놓은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 출시한 임산부용 제품들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여성공학기술인의 파워를 입증했다. 


그는 “오랫동안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해왔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와 제형이 등장하고 산업 환경이 변하면서 늘 새로운 일을 하는 것 같았다”며 “이런 변화는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했고, 새로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하는 과정이 쌓여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젠가는 자원개발 연구를 북한까지 확대해보고 싶어요. 북한에는 아직 활용할 수 있는 지하자원들이 많거든요.” 


한정민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앞으로의 계획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통일이 돼 북한의 문이 열리면 가스자원 조사부터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연구까지, 하고 싶은 일이 무궁무진하다는 그는 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열정이 넘쳤다. 


이번 상은 이런 열정이 빚어낸 결과였다. 그의 삶은 크고 작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자원개발이라는 단어가 주는 멋짐(?)때문에” 이 분야에 발을 들였다가 1995년 한국가스공사 연구개발원에 입사했다. 당시 최초의 여성연구원이었다. 


안전화 사이즈가 240mm 미만으로는 나오지 않던 시절, 그는 225mm의 작은 발로 전국 100여 곳의 가스 공급관리소 현장을 누볐다. 50m 높이의 천연가스(LNG) 저장탱크를 기어오르며 직접 설비를 점검했다. 이후 원전에서 수행하는 정량적 안전성평가기법을 가스공사의 설비에 도입해 사고 위험성을 사전에 분석하고, 사고 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2006년부터는 전공인 자원개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한 예로 2012년~2018년 인도네시아와 호주 광구에서 자원개발 기술을 연구하는 대형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시추장비들을 광구까지 운반할 도로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최근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 있다. 2021년 대구에서 개최될 예정인 ‘세계가스총회(WGC) 2021’ 준비와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진출을 위한 교육 사업이다. 한국의 위상과 한국 여성 공학인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다. 한 수석연구원은 “성별에 관계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또 한 번 열정을 불태웠다. 

 

 

 

“구조공학적인 계산 능력과 디자인 설계 역량을 두루 갖춘 인재를 더 많이 길러내라는 격려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이주나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1992년 충북대에서 학사를 마친 뒤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거쳐, 2006년부터는 일본 니혼대에서 1년간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이 교수는 대학 연구원으로 있을 때나 건축 현장에 있을 때나 ‘설계와 구조공학을 대학에서 함께 가르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했다. 


특히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의 건축물과 일본에서 대형 오토바이 경매장을 작업하면서 공학적으로 가능한 구조를 잘 고려해서 설계를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2011년부터 서울시립대 강단에 섰다. 


국내 대학에서 건축 분야 전공은 크게 건축학과 건축공학으로 나뉜다. 건축학은 디자인을 고려한 건물의 설계도 작성을, 건축공학은 그 설계도가 구조적으로 안정적인지 등을 공학적으로 계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두 전공 모두 학사 학위를 받고 실무 경험을 수년 이상 쌓으면 각각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진다. 이 교수는 1999년 건축사를, 2018년에는 건축구조기술사를 취득했다. 국내에서 설계와 구조공학을 모두 섭렵한 전문가는 5명 정도로 극소수다.

  
이 교수는 “설계와 구조공학 두 분야를 융합한 교과목을 개발해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건축 디자인과 구조공학을 접목한 ‘구조의 이해’ ‘구조 디자인’ 등 교과목을 직접 개발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후배 공학도들에게 “처음부터 남보다 특별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역량을 키워가면 좋은 공학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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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서동준 기자 기자
  • 이영혜 기자 기자
  • 김진호기자 기자
  • 조혜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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