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이용해 정보서비스를 받거나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목표를 세우고 당장 시작해 보자.
지난 5월에 정보산업연합회에서 우리나라에 보급된 PC의 수를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가 신문에 보도되자 PC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그 숫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말에 조사한 바로는 50만대 정도의 PC가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과 6개월만에 그 수가 65만대로 늘었으니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6개월에 15만대, 그것도 대부분이 16비트급의 PC라고 볼 때, 이제 우리나라도 PC가 특정 계층이나 특수분야의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특수기기라는 생각은 떨쳐버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PC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PC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무실에서 OA(사무자동화)용으로 사용되는 PC는 제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지만, 가정에 있는 PC는 자기가 가진 기능을 전부 발휘하지 못한채, 워드프로세스나 게임 정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PC가 학교의 정규교과 과목이 된다고 하니 너도나도 한 대씩 사서 공부방의 좋은 자리에 모셔놓고 집안 식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해보지만 조금만 지나면 시들해져서 언제 PC를 샀느냐 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 것 같다. 심지어 우리집에 있는 PC조차 게임하는 데 사용되는 시간이 전체 사용시간의 60%가 넘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먼지만 쌓인 PC, 게임기로 전락한 PC를 사용해서 여러분은 눈앞에 신천지가 펼쳐지는 신비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PC통신이라는 새로운 세계이다.
통신에 필요한 도구
PC를 이용하여 통신을 하고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부딪히는 벽은 통신을 하려면 어떤 장비가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PC통신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갖추어야할 장비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그 기능은 무엇인지 알아보고, PC통신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정보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퍼스널컴퓨터
여기서는 PC를 IBM 호환기종으로 한정한다. 물론 8비트 PC로 통신이 안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기종이 16비트 IBM 호환 PC이기때문에 이 기종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이다.
우리의 대상기종인 IBM 호환 PC는 대개 통신을 위한 장비를 표준으로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직렬통신카드(serial communication card) 혹은 RS-232C 카드라고 불리는 것이다. 요즈음 나오는 저가형 교육용 컴퓨터 중에는 이 카드를 제외한 기종도 많이 있기 때문에 구입시에 이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당장에 싼 것이 좋다고 싼 것만 찾다보면 나중에 2만5천원을 더 내고 이 카드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만일 처음부터 이 카드가 내장되어 있었다면 1만원이면 되었을 것을 따로 사는 바람에 2만5천원을 더 들여야하는 것이다. 만일 가지고 있는 PC에 직렬통신카드가 없다면 이 카드를 사야 한다. PC를 구입한곳에 문의하면 2만5천원선에 구입할 수 있다.
■모뎀
멀리 떨어져 있는 컴퓨터들이 서로 통신하기 위해서는 어떤 매개체(carrier)를 통해서 연결되어야만 한다. 매개체의 예를 들면 전화선 근거리통신망(LAN) 광케이블 무선통신 등이 있는데, 가정에서 가장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전화선이다. 우리나라에는 1천만대의 전화가 보급되어 있기 때문에 전화가 없는 가정은 이제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전화선을 통하면 미국이고 일본이고 세계 어디든지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전화는 사람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주임무이므로 컴퓨터간의 정보전달에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러므로 컴퓨터에서 나오는 신호를 소리로 바꾸어 전화선에 실어 보내는 장비가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모뎀이다. 모뎀은 컴퓨터 신호를 소리로 바꿀뿐만 아니라 반대로 소리를 컴퓨터 신호로 바꾸는 역할도 한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서 ‘10010011’이라는 신호가 나왔다고 해보자 그러면 모뎀은 이 신호를 받아서 1은 높은 소리(예를 들면 음표의‘솔’)로 바꾸고 0은 낮은 소리(음표의‘레’)로 바꾸어 전화선에 실어 보낸다. 모뎀이 보내는 신호를 사람들이 들으면 ‘솔레레솔레레솔솔’하는 높낮이가 다른 소리로 들리게 될 것이다. 전화가 잘못 걸렸을 때 이런 삐익삑─하는 소리를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모뎀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종류를 알아보자.
첫째 모뎀은 속도에 의해 분류될 수 있다. 1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에 따라 3백bps(bits per second, 1초에 전송할 수 있는 비트수. 한글 1글자는 16비트), 1천2백bps, 2천4백bps, 9천6백bps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가격과 만족도를 생각해 본다면 1천2백bps모뎀이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 대체적인 가격은 10만원에서 25만원 사이이다. 물론 가격이 비싸면 다양한 기능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둘째 모뎀이 장치되는 위치에 따라 내장모뎀과 외장모뎀으로 구분될 수 있다. 내장모뎀은 IBM PC의 내부에 있는 확장 슬롯(slot)에 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손바닥만한 인쇄회로기판(PCB)이다. 뒷면에는 전화선과 연결할 수 있는 모듈러 잭이 달려 있다. 외장모뎀은 작은 상자처럼 생긴 것으로 PC외부에 장치되어 RS-232C케이블로 연결된다.
내장모뎀과 외장모뎀 중 어느것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사용자의 취향이다. 내장형 모뎀은 가격이 저렴하고 별도의 전원이 없이도 동작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외장형 모뎀과는 달리 모뎀의 동작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LED 램프가 없어서 현재의 상태를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내장모뎀은 설치하기도 어렵다. PC의 나사를 풀어서 뚜껑을 벗기고 확장슬롯에 내장형 모뎀을 꼽는 등등. 드라이버를 만지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주 어려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PC를 잘 알고 있으며 5~6만원을 절약하려는 사람은 내장모뎀을 구입해도 되겠지만 PC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내장형을 피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특히 내장모뎀은 값싼 대만제를 수입해서 사후대책도 없이 마구 판매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라 할지라도 구입시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모뎀의 구입처는 전문회사의 대리점이나 컴퓨터 판매대리점 등을 통하면 될 것이다. 대체적으로 내장모뎀은 10만원에서 15만원 사이이고, 외장모뎀은 25만원~30만원 사이이다.
■통신용 소프트웨어
1천2백bps 속도의 내장 또는 외장모뎀을 구입하면 기본적인 장비는 다 갖춘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통신용 소프트웨어이다.
통신용 소프트웨어는 PC와 대형 컴퓨터 혹은 PC와 PC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을 말하는 것이다.
통신용 소프트웨어의 종류는 정말 많다. 1백가지도 넘는다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사용이 편리하고 기능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몇가지 소개하자면 크로스토크(Crosstalk), 프로콤(Procomm), 비트콤(Bitcom), 미러(Mirror)등의 미국 소프트웨어와 리볼트(Revolt of the Empals), 메디콤(Medicomm), 메아리, 한토크(Hantalk) 등의 국내 소프트웨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예로 들은 미국 소프트웨어는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상품인데 반해서 리볼트 등의 국내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개소프트웨어이다. 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들은 대중들이 널리 쓸 수 있도록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런 형태의 공개 소프트웨어가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던 상황에서 공개 소프트웨어로 자기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PC통신의 활성화를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프로그램은 돈을 주고 사야하지만 국내 프로그램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구입하려면 신촌의 전자카페와 엠팔 BBS에 문의하면 된다. 엠팔 BBS의 전화번호는 967-8022로서 이미 모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연결할 수 있는 전화번호이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면 모뎀이 전화를 받고 삐익하는 응답음을 낼 것이다. 아직 모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전자카페에 한번 들러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이 프로그램들을 복사하면 그것으로 끝난다.
PC로 이용가능한 통신 서비스
PC와 모뎀 그리고 전화 한대가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PC통신의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PC를 통한 정보 서비스는 크게 둘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사용자가 정보를 찾아서 가지고 오는 정보은행(Database)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가 정보를 보내기도 하고 받아오기도 하는 전자사서함(E-mail)이다.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증권정보시스팀은 정보은행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전자사서함에는 데이타통신에서 제공하는 한글전자사서함(H-mail)과 한국경제신문에서 시험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KMAIL이 있다. 이 두 가지의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서비스로는 데이타통신의 천리안II, 지난 달에 소개했던 엠팔게시판(EmpalBBS) 등이 있다. 그러면 이들 서비스를 통해서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천리안II/서울올림픽과 함께
데이타통신에서 제공하는 천리안II는 우리나라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베이스 중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않고 사용자들 사이에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자사서함 기능도 가지고 있다.
천리안II의 서비스 내용을 살펴보면 증권시세 경제뉴스 및 농수산물 가격과 같은 시황정보와, 기업재무제표 해외공업규격 등의 전문적인 정보를 비롯하여 일기예보 관광지안내 열차 고속버스 항공기 시간표 영화관안내 문화행사 등 생활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요즈음에는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주식가격이 연일 폭등세를 나타내던 지난해 말만 해도 직장이나 가정마다 많은 사람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주식가격을 천리안II를 통해서 보고 있었다. 이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데이타통신(전화 791-1643)으로 연락하면 될 것이다. 사용요금은 가입비 1만원, 월간 기본료 5천원 그리고 정보이용료로 분당 35원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 정보서비스를 받으면서 월 3만~5만원 정도의 사용료를 낸다.
■한경 KETEL/전자신문
지난해 10월에 개통한 한국경제신문사의 Ketel 서비스는 개통한지 얼마 안된다는 불리함을 딛고 지금은 국내 굴지의 정보서비스로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된다면 ‘Ketel 신화’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는 서비스의 내용을 보더라도 이제 Ketel은 PC통신을 하는 많은 사람들의 즐거운 벗이 되고 있다.
더욱이 Ketel은 올해까지는 무료이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을 뿐더러 지방에 있는 사용자도 시내요금만 가지고 서울 중림동에 있는 한국경제신문사의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다. 현재 ketel의 공식사용자 수가 3천명을 넘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Ketel에 가입하려면 한국경제 신문사 데이터서비스부(대표전화 313-5511)로 연락하면 된다. 이미 모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312-2868로 전화를 걸어서 Ketel서비스에 접속해 보면 그 서비스의 다양함과 신속성에 놀라게 될 것이다.
■데이콤H-mail/국내 PC통신의 효시
데이타통신에서 1987년 4월에 개통한 한글전자사서함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자사서함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초창기의 PC 통신광들을 키워냈다는 의의도 함께 가지고 있다. 전자사서함 서비스는 정보은행 서비스와는 달리 사용자가 수동적인 입장에서 증권정보나 보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참여하는 서비스라는 특징이 있다.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보내온 편지를 컴퓨터를 이용해서 처음 받아보는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낯선사람에게 편지를 보내고, 또 받고 하면서 잃어버렸던 이웃과의 유대가 새로이 생겨날 것이다.
이제 h-mail은 더 나은 서비스에게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h-mail이 우리나라 PC통신의 발전에 끼친 영향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엠팔게시판/민간차원으로 발전
BBS(Bulletin Board System)는 다른 어떤 서비스보다도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천리안II, Ketel, H-mail등은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 따로 있고, 받는 사람 따로 있고 하는데 반해서 BBS는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이 따로 없고 사용자 모두가 힘을 합해서 BBS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용이 부족하면 불평을 말하기 전에 그 내용을 포함시키자고 게시판에 공고를 하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BBS에 담아두게 된다.
이런 식으로 서비스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게 되고 BBS는 실험 정신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실험장소가 되는 것이다. 실험에서 성공한 서비스는 상업적인 서비스 업체에서 자기들의 상품으로 채택하여 공중 서비스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엠팔게시판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내용은 회원 상호간의 편지 주고받기, 공지사항을 알리는 게시판, 물건이나 프로그램 판매, 도움요청, 공개 소프트웨어 받기 등이다. 앞으로 이 서비스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엠팔게시판을 이용하려면 960-0619로 전화해도 되고, 모뎀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은 (967)8022-4, (967)0161-3으로 전화해서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다. 게시판의 사용자이름은‘sonnim’또는‘guest’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