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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찍은 하트모양 은하(상)과 윤곽선 부분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우)


따스한 햇살아래 땅에서는 봄 향기가 물들어 간다. 푸르게 물든 대지에 어둠이 몰려오면 하나 둘 별들이 빛을 내며 우리를 유혹한다. 어릴 적 멍석에 누워 보석처럼 반짝이는 별들을 헤아리던 추억을 꺼내 다시 한번 별들의 대화를 들어보자.

대기 요동이 반짝임 원인

"반짝♪ 반짝♪ 작은 별♪--" 어린 시절 불렀던 동요에서처럼 별은 밤하늘에서 보석처럼 반짝인다. 그렇다면 실제로 별은 반짝이는 것일까? 한번만이라도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본적이 있는 사람은 망원경의 동그란 시야 속에 좁쌀보다도 훨씬 작은 점으로 보이는 별의 모습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 보이는 별들은 여전히 반짝인다. 왜일까? 아래의 간단한 실험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먼저 투명한 유리잔에 물을 2/3 정도 채우고 동전 하나를 떨어뜨린 뒤 물이 잠잠해 질 때까지 기다린다. 이제 유리 막대로 살며시 물을 저으면서 동전을 관찰하여 보자.

동전은 어떻게 보이는가? 물이 잔잔할 때 물 속에 들어있는 동전은 뚜렷하게 잘 보이지만 물을 저어 흔들면 동전은 일그러져 보인다. 즉 동전에서 반사돼 나온 빛이 물을 통과하면서 물의 요동으로 인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원리로 우주에서 날아오는 별빛은 지구의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대기의 요동으로 흔들리게 된다. 이렇게 흔들리는 별빛을 보고 있으면 별빛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하며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대기권을 벗어난 우주 공간에서 별을 본다면 별들의 반짝임을 볼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별들이 반짝이는 정도를 가지고 하늘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시상'(seeing)이다. 시상이 좋은 날에는 대기가 안정돼 있어 별들의 반짝임도 적게 나타나며 망원경으로 관찰하더라도 보다 선명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늘의 상태를 판단하는 또 다른 기준에는 투명도(transparency)가 있다. 얼마나 맑게 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다. 봄철에 자주 나타나는 황사현상은 대기의 투명도를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예이다. 이외에도 구름이나 안개, 습기 등이 투명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결국 시상은 대기가 얼마나 안정되어 있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며 투명도는 대기가 얼마나 깨끗한지를 나타내는 기준이 된다.

추운 겨울밤에 별이 또렷이 잘 보이는 이유는 찬 공기가 안정돼 있어 시상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장마가 막 그친 한 여름밤,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많은 별들과 은하수가 보이는 것은 대기 중에 떠다니던 먼지 같은 부유물이 비에 씻겨서 대기의 투명도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관측지를 찾아서 야외로 나가고 높은 산 위에다 천문대를 세우는 것도 바로 좋은 투명도와 시상을 가진 곳을 찾아가 별을 보기 위해서인 것이다.
 

등갓을 씌운 가로등 아래서 보이는 오리온 자리의 모습


별같이 많은 별 헤아릴 수 있을까

공해로 찌들어버린 도시의 하늘을 뒤로하고 잠시 시골이나 해변가로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가 있다면, 우리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많은 별들이 하늘에 떠 있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몇개나 될까? 정상적인 시력을 가진 사람은 약 6등급별까지 볼 수 있다.

온 하늘에서 6등급 이상으로 밝게 보이는 별 수는 약 6천개지만 그 중 지평선 위에 떠있는 별 수는 절반인 3천개로 줄어든다. 하지만 지평선 근처의 별들은 시야가 가려지거나 잘 보이지 않으므로 결국 밤하늘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별 수는 대략 2천개 정도다. 만약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하면서 1초에 별을 하나씩 센다고 가정한다면 한 시간도 안돼 밤하늘의 별을 모두 셀 수 있는 것이다.

2천여개의 별은 그나마 공해가 덜한 시골 하늘에서의 이야기고 도시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수는 훨씬 적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서울 하늘에서는 구름이 없는 맑은 날에도 10분 안에 모든 별을 셀 수 있을 만큼 보이는 별의 수가 적었다. '별처럼 많다'는 말은 이제 정말로 옛말이 됐다.

도시에서 별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광공해' 때문이다. 광공해는 대기중에 떠 있는 먼지입자들과 도심의 불빛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상에서 하늘로 퍼져간 불빛들이 대기중의 먼지입자에 산란돼 하늘에 커다란 산란막을 형성한다.

이 때문에 하늘 전체가 밝아져 그 뒤에 있는 별빛들이 희미해져 버린다. 손전등 빛을 하늘로 비추면 길게 뻗어나가는 빛줄기를 볼 수 있는데, 이것 역시 빛의 산란에 의한 현상이다. 도시에서는 맑은 날이라도 길게 뻗어가는 손전등 빛을 볼 수 있는 반면, 시골에서는 대기중에 먼지가 적어 산란이 적게 일어나기 때문에 손전등 빛줄기는 길게 보이지 않는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가로등을 설치할 때, 반드시 갓을 씌워 밤하늘의 별빛을 조금이나마 살려 보려 애쓰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가로등 밑과 가로등을 벗어난 곳에서 별의 수를 세어보면 광공해의 위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


실험 : 별이 반짝이는 이유

준비물: 손전등, 검은색 도화지, 투명한 유리잔, 젓가락

실험방법: 검은색 도화지를 유리잔의 밑바닥 크기만큼 오려내 연필심 크기의 작은 구멍을 5개 정도 뚫는다. 이것을 유리잔의 밑바닥에 붙인다. 유리잔에 물을 2/3 정도 채운다. 손전등을 방바닥에 세워놓고 한 손으로는 유리잔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젓가락으로 유리잔의 물을 살며시 저으면서 유리잔 바닥으로 새나오는 빛을 관찰한다. 물을 젓지 않을 때와 비교해본다.

확인하기: 유리잔의 물이 잔잔할 때 잔 바닥의 구멍을 통해 보이는 불빛은 흐트러짐 없이 안정돼 있지만, 물을 저어 흔들면 불빛의 모습은 반짝이게 된다. 불빛이 물 속을 통과하면서 물의 요동으로 인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199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김동훈
  • 김지현 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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