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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THE LOVE] 수학에 지친 그대에게

 

“답이 없다.”
세계적인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말을 자조적으로 사용한다. 수학을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어떻게 하면 흥미를 느낄 수 있을지 도통 답이 없다고. 
과학동아가 이런 답답한 독자들을 위해 특별한 상담 시간을 마련했다. 5월 3~7일 과학동아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수학에 대한 독자들의 고민을 수집해 한국을 대표하는 수학자 김민형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에게 조언을 구했다. 독자 요청에 따라 질문자는 공개하지 않는다.

 

Q 수학 문제를 풀 때 집중이 안 되고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예전에는 수학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수학을 다 잘해서 괜히 조급하면서도 불안합니다.


먼저 수학 능력이 일차원적이지 않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수학 능력이라는 것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총점을 내기 어렵습니다. 테니스 선수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선수는 서브를 잘해서, 어떤 선수는 스트로크를 잘해서 점수를 냅니다. 필즈상을 수상한 유명한 수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x가 y보다 수학을 잘 한다’고 단언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사실 테니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통해서 우열을 가린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심각한 수학에서는 그런 경쟁은 극히 드물고 오히려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하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수학과의 관계를 예전처럼 돌릴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이것저것 실험적으로 자기가 잘하는 방법, 좋아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를 푸는 시간도 있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좀 더 재밌는 내용을 찾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수학을 주제로 한 동영상을 본다든지, 신기한 함수들을 찾아본다든지요. 


구체적인 예로 ‘넘버파일(Numberphile)’이라는 웹사이트에서 ‘모든 공식(Everything Formula)’이라는 영상을 한 번 보세요. 과연 시험에 도움이 될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효과는 분명 있을 겁니다. 테니스 선수들도 항상 스트로크 연습만 하지는 않거든요. 가끔은 근육량을 늘리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하고, 유연성을 높이는 요가도 해야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습니다.

 

 

" 수학은 어떤 현상에 대해 정밀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수학은 그 자체로 가장 오래된 과학이고,

또한 수학은 과학에 필요한 언어를 제공합니다"

 

 

Q 과학은 좋아하는 편인데, 수학은 왠지 어렵고 재미가 없습니다. 


수학은 그 자체로 가장 오래된 과학이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대표적입니다. 직각삼각형이 있을 때 짧은 변 둘의 길이를 제곱해서 더한 양은 긴 변을 제곱한 것과 같다는 사실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과학적 관찰 중의 하나입니다. 세상의 패턴을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죠. 


과학과 수학의 접점에 대한 직관을 키워줄 콘텐츠는 많습니다. 과학교양서에도 이런 내용이 자주 등장하죠. 다만 독자가 어렵다고 느낄까봐 수학을 숨겨놨을 뿐입니다. 


그럴 땐 한 가지 실험을 해보세요. 책에서 재밌게 느낀 과학적 사실 중 하나를 한 꺼풀만 더 파고들어 보는 겁니다. 금세 수학이 나타날걸요? 별의 종류, 별의 밝기, 별의 이동경로… 천문학인 것 같지만 연구 논문에는 수학이 바탕이 돼 있습니다. 


수학은 과학에 필요한 언어를 제공합니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자연은 수학적 언어로 기록돼 있다고 말한 것이 과언이 아니죠. 


갈릴레오 시절에는 혁신적인 관점이었지만, 요즘 나오는 물리학 논문들을 보면 수학 논문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현상은 경제학, 생물학 등 다른 분야로도 번져 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정밀하게 생각하는 것이 곧 수학이기 때문입니다.

 

Q 수학을 포기한 지 한참 됐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수학을 포기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상당한 수학적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수학을 심도 있게 배운 기간이 있어서 잊어버린 것 같아도 공부하다보면 다시 생각이 납니다. 


이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혼자서 끙끙대지 말라는 겁니다. 특히 과거에 풀지 못했던 참고서 문제를 혼자서 다시 푸는 식의 공부는 정말 힘듭니다. 열정은 금세 사라지고, 집중은 안 되고, 나중에는 바쁘다고 미루게 됩니다. 


그럴 땐 동아리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수학에 대한 흥미를 찾는 게 좋습니다. 모임을 형성해서 함께 공부하고 설명하다보면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어떤 개념이 설명의 핵심인지를 저절로 알 수 있거든요. 


수학자들도 중요한 논문이 새로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세미나를 조직합니다. 다 같이 모여 논문을 읽고, 각자 좀 더 잘 이해한 부분을 서로에게 설명하면서 내용을 파악해 나갑니다.

 

Q 수학을 좋아하는 중2 여학생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수학을 전공하고 싶은데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반대합니다. 한국에서는 절대 이상적인 수학자의 삶을 살수 없다며 의사가 되길 권하세요.


한국과 해외에서 모두 연구해본 입장에서 한국의 수학 연구 여건이 해외에 비해 좋지 않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전체적인 연구비 지원은 우리나라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고, 수학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국내에도 훌륭한 수학자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순수수학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있고, 사실 순수수학이 응용수학과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도 아닙니다. 


설사 국내의 연구 여건이 나쁘다고 해도 왜 그 사실에 집중하는지 궁금합니다. 직접 만나 대화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요즘은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게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고(가령 미국은 장학금을 받을 기회도 많습니다), 국제적인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연구자가 어디에 있는지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의사는 충분히 멋진 직업이지만, 수학을 전공할지 말지는 그것과 별개로 연구 여건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시험을 치면 수학, 과학 성적이 잘 나오고 그 과목들을 좋아하는데, 제가 목표로 하는 직업은 인문계열이에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학은 어떤 현상에 대해 정밀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문계열 전공을 한다고 수학적 재능을 썩히는 건 절대 아닙니다. 경제학에서 수학적 능력은 필수이고, 사회과학을 연구할 때에도 확률과 통계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과학을 하려면 사회 현상 속에 숨겨져 있는 근본 구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감각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의 유명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구조주의 창시자였는데요. 인간관계, 전통, 신화 등을 수학적인 구조로 분석해 문화 시스템을 지배하는 일반 법칙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철학의 경우도 인식론에서 수학적 지식의 실체가 가장 중요한 관건 중 하나인데, 수학 자체를 잘하는 사람은 철학적 통찰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알아두면 유용한 수학 개념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굉장히 많지만 꼭 한 가지를 꼽는다면 확률입니다. 세상은 여러 가지 측정값들이 복잡한 분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속에서 어떤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확률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 특히 확률적 분포에 대한 직관이 중요합니다. 

 

 

 

 

 

1 다시 보고 또 보라 
영국의 수학자 앤드류 와일즈 같은 대가도 수학을 공부하는 과정을 어두운 방 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다. 주변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조금씩 파악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누군가 갑자기 불을 켜서 잠깐 윤곽이 드러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어둠에 익숙해지며 조금씩 밝혀나가야 한다. 한 번에 요점을 파악할 수 있는 수학 개념은 드물다.

 

 

 

2 수학 대화를 즐겨라 
수학 공부를 하면서 어떤 개념이 핵심인지 알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해보라. 쉽게 설명하려면 어떤 부분을 이해시켜야 할지 단번에 파악하게 된다. 바로 그 부분이 핵심이다. 이런 과정은 내가 몰랐던 부분이 무엇인지 콕 집어 찾아내는 효과도 있다. 이해한 줄 알았던 개념도 설명을 하다보면 횡설수설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3 흥미로운 활동으로 시작하라 
문제를 푸는 것만이 수학 공부는 아니다. 수학과 관련된 동영상을 보는 것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재밌는 함수들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과학을 좋아한다면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로부터 수학 공부를 시작해보자. 블랙홀, 주기율표, DNA 등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한 꺼풀만 깊이 파고들면 수학이 있다. ‘배트맨 곡선’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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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영혜 기자 기자
  • 사진

    인플루엔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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